공관장 회의 차 서울에 왔을 때이다. 회의가 끝난 후 박대통령 주최 골프회가 관악골프클럽에서 열렸다. 지정된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보니, 대통령은 벌써 첫 홀 티(Tee)장에 나가셨으며 대통령을 모시고 칠 첫 팀에 주불대사가 끼어 있어서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크게 당황하여 허둥지둥 준비를 하고 누군가가 주는 골프백을 둘러메고 티장으로 나갔다.
박 대통령의 골프는 거리는 길게 나가지 않지만 또박또박 정확하게 치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그날 긴장도 되고 하여 썩 잘 치지는 못하였으나 평소 실력대로 90대의 성적을 유지하였다. 마지막 18번째 홀에서 기적적으로 약 10미터 거리의 공이 원 퍼트로 홀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는 스코어를 세고 있지 않았는데 박대통령은 기록을 챙기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내가 자기를 이겼다고 하시며 5,000원을 상금으로 주셨다. 한두 번 사양하였으나 받으라고 강권하시므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받아서 캐디에게 주었다.
그 후 친구들은 “대통령에게 져 드려야지 이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또 상금으로 받은 돈은 액자에 넣어서 가보로 간직해야지 캐디에게 줘 버리는 불경을 저질렀으니 이제 너의 출세는 바라지도 말아라.” 라며 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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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으로부터 주불대사 임명장을 받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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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3월 8일 지부티 공화국(Republic of Djibouti) 압티돈(Hassan Gouled Aptidon) 대통령에게 대사 신임장을 제정하였다. 지부티는 인구 약 33만의 작은 사막 국가로 인도양에서 홍해서 들어가는 전략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물 건너 아덴(Aden)이 대영제국의 전략 요충인 것과 같이 프랑스제국의 식민지 경영상의 군사적 거점이었으며 1977년 6월 독립 후에도 프랑스군이 계속 주둔, 해군기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나라 자체는 국토도 협소(21,783㎢)하고 물산도 보잘 것이 없었으나 배후의 에티오피아에 대한 해항(海港)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율산(栗山)이 지점을 내고 이 지역에의 경제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지부티 정부도 한국과의 경제관계 증진을 중시하여 카밀(Kamil) 수상의 방한을 희망하였다.
그리하여 1978년 8월 18일~23일 동안 카밀 수상이 방한, 한국과 지부티간의 관계가 급속히 신장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카밀 수상이 귀국한 후 곧 대통령과의 불화로 인하여 수상 직에서 해임되고 한국의 정세에도 변화가 있어서 우호관계의 급속한 신장은 한낱 꿈이 되고 말았다.
1979년 4월 6일자로 주 UN대표부 대사에 임명되었다. 74년 2월에 주불대사로 발령받은 지 5년 2개월만의 일이다. 그 동안 한불관계에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 부임 당시인 74년에는 320명 남짓이던 재불교포 수도 1,506명으로 증가하였고, 한국-프랑스 간의 무역도 10배 이상 신장되었다.⊙
경제협력 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1975년 3월 15일부터 서울-파리간의 여객편을 운항하고 Air Bus를 구매하였으며, 원자력 발전기 제9호와 제10호의 건설에는 프랑스의 프라마톰(FRAMATOM)사와 알스톰(ALSTOM)사가 참여하기로 약정되었다. 국방 분야에서도 협력이 계속되어 한불관계는 탄탄대로에 오른 모양이었다.
내 아내는 1975년 르 살롱 전(Le Salon des Artistes Français)에 유화(油畵)를 출품하여 은상(Médaille d’Argent)을 수여받았다.
한 가지 한스러웠던 일은 프랑스 재임 중이던 1975년 음력 11월 19일 어머니께서 노환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당시 향년 95세이셨다. 급히 귀국, 장례식 마지막 절차인 하관식에는 참례할 수 있었다. 공부를 하느라 어려서부터 슬하를 떠나 안성으로 서울로 나가 떨어져 살다가, 가끔 병이 들어 고향집에 내려가 요양생활을 하면서 걱정만 끼쳐 드렸었다. 장성하여서는 외국으로 돌아다니느라고 장수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집에 모시고 효도하지 못한 이 회한(悔恨)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으랴.
5년 2개월간 근무하던 주불대사관을 떠나 뉴욕으로 부임하기 위하여 공항으로 나가니 감회가 없을 수 없다.
주불대사 이임(駐佛大使 離任)(1979년)
비재위사주법경(菲才爲使駐法京) 양국우의비형제(兩國友誼比兄弟)
숙야통감책임중(夙夜痛感責任重) 통상교역년년증(通商交易年年增)
동분서주유미급(東奔西走猶未及) 공항영송기천도(空港迎送幾千度)
어언반백비명경(於焉半白悲明鏡) 금조오역이인중(今朝亦離人中)
⊙ 한‧불 수출입 통계(한국통계연감) (단위:USD 1,000)
수 출 수 입
1974년 24,491 35,508
1979년 249,464 356,78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