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코모로의 수도 모로니(Moroni)에 도착하여 전에 유숙하였던 이싼드라 호텔(Itsandra Hotel)에 투숙하였다. 외무장관을 만나고 대통령을 예방하고, 또 국회의장 등 중요 인사들을 만나 <랑군 만행>과 같은 엄청난 테러 행위를 자행하는 북한과 국교를 갖고 왕래하는 것은 코모로 공화국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임을 설명하였다. 반응은 매우 좋아 그들은 우리의 설명을 납득하고 곧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노라고 약속하였다. 나는 방문한 용건이 잘 해결되어 큰 짐을 내려놓은 듯 기분이 상쾌하였다.
다음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났다. 일 년 중 이때가 가장 더운 계절로 온도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린다고 하는데 날씨는 언제나 쾌청하고 바람이 불어 상쾌하다. 푸르고 맑은 바닷물, 새파란 산, 야자수와 기타 열대 초목이 인공(人工)없이 자연 그대로 자라고 있는 해안, 망망한 대양(大洋), 그 위를 한가히 미끄러지는 범선(帆船), 저 멀리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수평선, 그리고 흰 구름이 겅성드뭇 떠 있는 푸른 하늘!
그 속에서 흥분도 자극도 큰 걱정도 없는 문명 이전의 자연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 이것이 저개발이라고 하여 반드시 불행의 상징, 경멸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인가. 현대문명이나 문화가 반드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문명이란 곧 진보인가.
문명과 인간문화에 대하여 회의를 느낀다. 너무도 많은 자극적 뉴스와 지식이 정신적 안정과 행복을 위하여 과연 필요한 것인가. 독 있는 음식을 피하고 좋은 영양만 절제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 정신적 건강에도 이와 똑같은 이치가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조반 식탁에서 김 참사관이 나를 보고 날씨도 좋고 경치도 아름다우며 임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으니 시(詩)나 한 수 읊으라고 한다. 내가 지난해에 겸임대사 신임장을 제정하러 와서 망망한 인도양 속에 똑 떨어진 조그마한 이 섬나라의 첫인상을 몇 줄 끄적거렸더니 그 이야기를 듣고 이제 또 시 한수를 지으라는 것이다.
본래 게으른 천성에 별로 감흥도 떠오르지 않아 “시는 무슨 시.” 하며 회피하는데도 김 참사관은 할 일도 없고 갈 데도 없어 심심하였던지 자꾸만 졸라대었다. 호텔 정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수평선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 구름을 쳐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코모로 섬의 아이들>
왜 자꾸 무엇을 쓰라고 해
메마른 정서에 무슨 감흥이 남았기에
아무리 돌아보아야
작년에 본 그 경치 그 풍물(風物)
바다, 하늘, 산, 나무 그리고 돌
무엇이 시나 노랫거리가 된다구.
억지로 뇌를 쥐어짜노라면
뿌드득 골치가 아프고
목청 뽑아 노래를 부르자니
아으으으
괴로운 신음소리 끝에
한숨이 피시시 하품에 섞여 나온다.
피곤인가? 눈을 감으면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백금(白金)빛 바닷물에 눈부셔
활짝 두 눈을 뜨니
아 이게 웬일인가
현란한 대자연이 눈 앞에 바싹 다가온다
일천(一千) 색깔의 바다가
억만(億萬) 물결 따라 춤추고
높고 넓은 하늘이 땅과 바다를 덮고도 넉넉하다.
산과 들의 초목은
왜 그다지도 다양하며
시꺼먼 용암(熔岩)은 스치는 잔물결이 간지러워
수줍은 듯 오히려 어여쁘다.
절벽 바위 틈에 외로이 핀
가냘픈 꽃 한 송이
누가 보아준다고 정성껏 단장했나
남이야 보든 말든
나는 이렇게 산다 생긴대로
아무 유감도 후회도 없이.
저 간교한 인간의
오기(傲氣)와 협량(狹量)
너의 같잖은 재주가
조화옹 앞에 아주 하찮고
너의 발버둥침으로
세상은 더욱 괴로워진다.
문명, 문화, 역사
이 모든 인간의 자랑이
실상 보잘 것 없고
인간 너 자체가
무궁한 우주 속에 한 작은 점(點)에
불과한 것이라고
저 백사장에서 뒹구는
검은 벌거숭이 아이들이
마냥 천진하게 소리친다.
AUX COMORES
Tu ne dis pas de poésie,
L’émotion desséchée; quel intérêt reste-t-il?
Regarde tout autour, haut et bas,
Les mê̂mes paysages déjà vus l’année dernière.
La mer, le ciel, la montagne, les arbres et le rocher banal.
Certes! Aucun n’inspire la poésie.
Presse de force la cervelle,
Et couent des gouttes du jus sale et gris foncé.
Ah, ah, ah, euh, euh, euh…
Gémissement comme celui d’un taureau malade du testicule,
Ensuite, expire un faible soupir mélangé de baillement.
Fatigué, sans doute, et ferme les yeux.
D’où vient la brise fraî̂che?
Qui caresse les joues.
Eblouis de l’eau platinée de la mer,
Les yeux sont forcés de s’ouvrir grandment.
Oh, quel spectacle!
La mére Nature, toute lumière et tout sourire,
S’approche de mes yeux tout prés.
La mer de mille couleurs
Danse au rythme des milliers de flots.
Le firmament immense.
Suffit à couvrir la mer et la montagne,
Et encore plus.
Comme les plantes sont merveilleuses et si variées,
La lave noire chatouillée de vagues minuscules,
Et pudique comme vierge et donc plus belle.
Une petite fleur délicate et anonyme
Isolée dans la crevasse de la falaise.
Qui va te regarder?
Pour qui ce maquillage exquis?
D’ê̂tre regardée ou pas
Ne me regarde pas.
Je vis comme ça, telle que je suis,
Sans soucis et sans regret.
Cet homme malin et pervers
Intoxiqué d’orgueil et de mesquinerie,
Ton ingéniosité est dérisoire devant le Créateur,
Et à cause de ton débattement,
Le monde devient une place
De plus en plus insupportable.
“La civilisation, la culture et l’histoire,
Toutes ces vanteries humaines sont bagatelles,
Et l’ê̂tre humain n’est qu’un point infinitésimal
Dans l’Univers infini”.
Nus, noirs et puérils,
Se roulant sur la plage blanche
Du vaste Océan Ind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