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불대사 재직 마지막 3년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나에게 많은 시련을 주고 나의 경력과 운명 등, 인생문제에 대하여 심각한 사색에 잠기게 하였다. 이때의 심정을 삼부곡(三部曲)으로 지었다. 즉, 1941년에 지은 시 <정열>에 2절과 3절을 추가하여 곡조를 붙이고 다시 프랑스어로 번역하였다.
정열의 꽃(三部曲)
1. 정열
떠나온 고향 산천
맑은 시냇가 언덕에서
즐기던 피리 소리
아 즐거운 추억이여
한 많은 이국(異國)의 객(客)
아름다운 세느강
끓는 피 흐르건만
아, 언제나 피리 정열의 꽃
2. 한탄
세월은 무정히도
빨리 흘러가 버렸구나
나라는 갈라지고
이 내 몸은 늙었도다
덧없는 인생이여
하찮구나 부귀영화
그 꿈은 어디 갔나
아, 어이 하리요 이 내 한을
3. 운명
삶이란 창조함을
죽음이란 다 이루는 것
나날이 살아감이
기쁨이요 보람이라
시공(時空)의 유한(有限)이여
너의 이름 모르고녀
천명을 즐기어서
내 또한 무엇을 의심하랴
UNE TRILOGIE
1. PASSION
Au pays que j’ai quitté; il y a longtemps,
Sur la berge de la riviére d’eau claire;
Je jouais du fifre de saule pleureur,
Comme est doux et cher le souvenir!
Le séjour plein de souci et de chagrin à l’étranger,
Au bord la Seine belle et tranquille;
Le sang coule fort et chaud dans mon corps,
Quqnd éclora la fleur de ma passion?
2. LAMENTATION
Le temps s’est écoulé trés vite insensiblement,
Le pays est divisé et voilà je suis déjà vieux;
Ce qu’est la vie éphé,ère!
La richesse, l’honneur et mê̂,e la gloire sont insignifiants;
Oû̂ est allé le rê̂ve de jadis?
Que faire de ce profond regret qui me reste?
3. DESTIN
La vie est la création, la mort l’achèvement,
Vivre au jour le jour est lq joie et la satisfaction;
Le fini de l’existence dans le temps et l’espace?
Je ne le connais pas.
Acceptons et jouissons de la Providence,
Et ne doutons jamais de rien d’autre.
이 외에 인생문제에 대하여 몇 줄 적어 놓은 것을 첨기(添記)한다.
CHANGEMENT (le 25 Janvier 1983)
Avant hier j’ai pleuré la chute des feuilles;
Aujourd’hui je regarde les bourgeons avec merveille.
Inutile de plaindre la fugacité de l’ê̂tre vivant;
La vie continue en se changeant.
Tout change, une régle qui ne change jamais;
Et l’éternité, elle m̂̂eme, si vous voulez,
N’est possible qu’à travers le changement,
Comme toute la vérité qui agit paradoxal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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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신영 외무장관이 프랑스에 방문했을 때 / 서먹한 만찬의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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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인물
이순신(李純信)을 생각한다.
중상모략 무고에 의하여 죄수로서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가 정세가 급하니까 보석되어 백의종군하였다. 어서 죽고 싶다고 하였다.
도연명(陶淵明)을 생각한다.
오두미(五斗米)를 위하여 구상유취(口尙乳臭)의 도속(道屬)에게 굽실거릴 것이냐고 <전원장무호불귀금시작비(田園將蕪胡不歸今是昨非)>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짓고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였다. <부귀(富貴)도 비오원(非吾願)이요 재경(宰卿)은 불가기(不可期)라 료승화이귀진(聊乘化而歸盡)하야 낙부천명복해의(樂夫天命復奚疑)아>라는 명구는 내가 애송하는 바이다.
공자(孔子)를 생각한다.
오십(五十)이 넘어서 육십칠(六十七)세까지 10여년을 철환천하(轍環天下)하며 벼슬을 구하다가 팔자에 없음을 깨닫고 노(魯) 나라에 돌아와 72세에 죽을 때까지 제자를 가르치고 교훈을 천추만세에 남기었다. <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 어아(於我)에 여부운(如浮雲)>은 <조문도석사가야<朝聞道夕死可也)>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문구이다.
소크라테스를 생각한다.
영혼불멸, 도덕적 가치, 인간의 사회적 책임을 믿고 생명의 물리적 연장을 거부하고 종용(從容)히 취사(就死)한 확신과 용기를 생각한다.
석가모니를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영화와 복락을 버리고 인생의 본연적인 고통과 비애를 초탈코자 고행수도하여 멸욕체오(滅欲諦悟)의 묘의(妙義)를 설(說)하여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길을 연 석가를 생각한다.
예수를 생각한다.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절규하며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를 생각한다. 내가 진리요 생명이요 부활이라고 갈파한 예수, 그리고 부활하여 인생을 구원하는 예수를 생각한다.
파스칼(Pascal)을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일시적인 것, 무상한 것, 따라서 정력을 바쳐서 일할 것이 못된다고 하며 오직 더 오래 가는 것, 영원한 진리를 탐구하기 위하여 일찍부터 세상의 학문에 찬란한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뜻을 신의 탐구에 돌린 파스칼을 생각한다.
존재(存在(삶)) (1984년 12월)
영원(永遠)은 없다
공허(空虛)한 개념일 뿐
무한(無限)과 같이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구에게 그것이 필요한가
현재(現在)
이것도 존재(存在)하지 않는다
하나의 점
절대로 한 군데 머물지 않고
결코 잡히지 않는 것
엄밀히 따지면
무(無)다
존재(存在)하는 것
그것은 과거(過去)와 미래(未來)
기억(記憶)과 희망(希望)일 뿐
과거(過去)는
망각(忘却)으로서 견딜만하게
아니 감미(甘美)롭게 하라
미래(未來)는
호기심으로 기다려 보라
앞지른 행복감(幸福感)도 무방하겠지
무(無), 존재(存在), 생성(生成)
모두 섞어서
조화(調和)를 이루고
현재(現在)가 영원(永遠)인 양
늘 행복(幸福)하진 못할망정
유감(遺憾)은 없도록
그렇게 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