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8월 2일부터 18일까지 스와질란드(Swaziland), 보츠와나(Botswana), 코모로(Comores)의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하여 UN 가입 지지 등을 교섭하였다. 86년 2월 22일부터 3월 12일 동안은 카메룬,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자이르, 케냐 등 4개국을 순방하였는데, 이는 4월에 있을 뉴 델리에서의 비동맹회의에 대비한 교섭이 그 목적이었다. 배상길(裵相吉) 과장이 동행하였는데 이것이 나의 외무부 직원으로서의 마지막 여행이었다.
1986년 4월 23일 오후 4시 30분 외무부 회의실에서 나의 퇴임식이 있었고 4월 30일자로 외무부 직원 생활을 끝맺었다. 신문 방송 등에서는 나의 퇴임에 대하여 많이 보도해 주었고 동료 및 재외공관에 있는 직원들도 많은 편지를 보내왔다. 퇴임사와 받은 편지 중 한 예를 다음에 싣는다.
퇴임사(退任辭) (1986년 4월 23일)
존경하고 친애하는 이원경 장관, 이상옥 차관, 그리고 외무부 동료, 후배 여러분,
요즘 매우 바쁘신 중에도 변변치 못한 이 사람을 위하여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여 주신 데 대하여 감사합니다.
지금 이장관께서 여러 가지 친절한 말씀을 하셨는데,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과분한 말씀이고 다만 나에 대한 우정의 표시로 알겠습니다.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흘러서 내가 외무부에 몸을 담은 지 어언 삼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별로 한 일도 없이 너무 오래 있었던 것같이 느껴집니다.
나의 인생역정(人生歷程)에 있어서 외무부에 들어오기까지를 보통학교 과정이었다고 한다면, 외무부시절은 고등보통학교에 해당하고, 이제 대학 과정에 진학하는 기분입니다.
공자는 오십(五十)에 천명(天命)을 알았다고 하였는데 늦게나마 나의 천명을 알고 천명을 완수하며 또한 즐기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여러분, 아무쪼록 더욱 건투하시고, 국가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실 줄로 믿고 또 바라는 바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순영(洪淳瑛) 대사의 편지
대사(大使)님,
명예 퇴임(名譽 退任)을 축하(祝賀)드립니다.
그간에 어려운 시기(時期)에 많은 기여(寄與)를 하시고 또 후배(後輩)들에게 많은 좋은 가르침을 주시고 주위의 많은 존경(尊敬)을 받으시면서 퇴임(退任)을 하신다는 점(點)을 생각하면 대사(大使)님의 외무부(外務部) 생(生)은 큰 성공(成功)이었다고 혼자 결론(結論)을 짓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특(特)히 유엔대표부에서 모시는 동안 언행(言行)으로 보여주신 대사(大使)님의 모범을 잊지 않고 있으며, 많은 깨우침을 입은 것을 큰 기쁨과 보람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퇴임(退任) 후에도 후학(後學)을 가르침에 너그러우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일로 어쩌면 더욱 큰 기여(寄與)를 계속하실 것으로 믿고 있사오며, 사실 지금부터의 기여(寄與)하심이 그간의 경험과 경륜에 비추어 더욱 의의(意義)가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국(歸國)하는 기회가 오면 또 한 번 뵈옵게 되겠습니다만, 혹 이 근처를 여행하는 기회가 생기셔서 이곳에 기착(寄着)하시면 저에게 큰 영광(榮光)이 되겠습니다.
사모님에게도 문안드려 주십시오.
더욱 건강에 유념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1986년 4월 23일, 파키스탄
홍 순 영(洪 淳 瑛)
외무부 퇴임 후 나는 문덕주 대사가 맡고 있던 외교협회 회장 직을 맡으라고 하여 1986년 5월 8일 협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부회장으로는 유양수(柳陽洙) 대사와 지연태(池蓮泰) 대사가 선임되었다.
외교협회는 차관시절에 김용식 장관의 허락을 얻어 1971년 12월 18일 발족한 전 ․ 현직 외무공무원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이다. 회원 상호 간의 친선과 복지 증진을 도모하며 민간차원에서 우리나라 외교를 지원하고 국민의 외교 및 국제 문제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단체이다. 초대 회장은 임병직(林炳稷) 대사였다.
협회 복지사업으로는 외교관 자녀 기숙사 운영, 외교관 이삿짐 보관 및 랑군에서 순직한 이범석 장관 유지를 받든 초강장학금 운영 등이 있고, 친선 증진 사업으로는 각종 동호회(골프, 등산, 낚시, 바둑, 테니스, 사진회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