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및 국제 문제에 관한 인식 제고를 위하여 주한 외교관이나 정부의 정책 담당자를 초빙하여 오찬강연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또 외교 문제에 관한 세미나(Seminar)를 열어 외교 정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회원 상호 간의 친목을 겸한 월례 오찬회도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밖에 계간(季刊)으로 <외교>라는 전문지(專門誌)를 발간, 배포하여 회원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기초로 공정한 독립적 입장에서 외교와 국제문제를 논하도록 하였다.
나는 매호(每號)에 권두언(卷頭言)을 게재하여 시사 국제문제를 논하였는데 그 중 특히 제 13호에 게재한 <한글과 외래어>와 제18호에 실은 <외교와 내정>은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한글과 외래어>는 현재 싫든 좋든 상당수의 외래어가 일상생활용어로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그 외래어 중 영어의 F, G, L, V, Z와 독일어의 CH발음은 현행 한글로써 정확히 표기하기가 어려워 불편하니, 그 해결책으로서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 당시에는 있었으나 일제 말 조선어학회에서 폐지한 글자를 일부 부활 사용하고 F자 발음은 ㅍㅎ(PH)로 적으면 많은 불편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 제안은 1991년과 1992년 한글학회의 학술강연회에서 소개되었고, 또 많은 해외동포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제13장에 게재).
제18호 <외교와 내정>에서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이 국정의 기본 목표이며 경제력이 국력의 기반이 되므로 외교와 내정은 상호 분리된 것이 아니며, 내정을 소홀히 하고서는 외교에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제13장에 게재).
또한 <외협 소식>을 월간으로 발행하여 외교계의 소식과 회원들의 동정을 서로 알리고 있다. 현직 회원들이 매달 기여하는 회비는 협회의 기금으로 적립하여 증식하고 있으며 그 이자의 일부는 협회의 상기 활동비용에 충당하고 있다. 이러한 협회 운영의 중요 사항은 이사회에서 심의 결정한다.
민간에서 정부의 외교를 지원하는 차원의 사업으로 외교단지 조성이 있다. 외교단지 조성은 1978년 10월 27일 박 대통령이 사업 승인을 결재하였으며 이에 의하여 서울시가 79년 2월에서 82년 8월까지 필요한 토지 2만 8,310평을 수용하였었는데 그 후 사무적으로 추진이 안 되어 망각된 상태에 있었다.
제3세계와 구(舊) 공산권 제국과의 국교 수립과 더불어 그들의 공관 설치 문제가 서울의 부동산 가격 등귀 및 그에 따른 주택난으로 인하여 큰 애로에 부딪히고 있다. 이 문제를 본래의 외교단지 조성사업의 완수로 해결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 사업을 외교협회 협조 하에 진행시키려 하였으나 시일이 많이 걸려 아직도 미완성 과업으로 남아 있다.
1992년 4월 30일 외교협회 총회에서 2년 임기 3회 연임의 만료로 회장 직에서 퇴임하였다. 한 사람이 회장 직을 너무 오래 지키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이다. 전상진 대사가 후임회장으로 선출되었다.
1987년 가을 나는 UNESCO 총회에서 집행위원(Member of Executive Board) 선거에 한국을 대표하는 집행위원으로 입후보하였다. 당시 UNESCO 헌장에 의하면 집행위원은 소속 국적의 국가 정부가 추천하는 개인이 입후보하여 총회에서 선거하며, 임기는 4년(단임에 한함)으로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대한민국은 분단국으로서 소련, 중공 등 공산권 제국과 제3세계의 좌경국가의 반대로 이러한 국제기구 선거에 출마할 생각도 하지 못하였으나 세상도 많이 달라지고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남북한의 지위도 많은 격차가 생겼으며, 또한 내가 8년 이상 UNESCO에 파견되어 있던 한국대표로서 각국 대표 및 사무국에 지면(知面) 인사가 많고 또 외무차관과 UN 대사를 지낸 전력도 있으므로 입후보 자격이 있다고 인정된 것이었다.
제24차 총회 기간 중인 1987년 11월 8일 투표한 결과 회원 수 158개국 중 득표수 108로 무난히 당선되었다. 1950년 가입 이래 UN 전문 기구 중 UNESCO와 같이 정치성과 사상성이 강한 국제기구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년 봄 가을 두 번 집행위원회가 열리는데 회기는 한 달 이상이었으나 경비와 시간 절감을 위하여 회의 기간을 점차 단축하여 나중에는 약 3주일 정도로 끝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1984년에는 미국이, 1985년에는 영국과 싱가포르가 사무총장 엠보우(M’Bow)의 제3세계 과격 좌익 반서방 세력에 영합하는 정책 방향과 UNESCO 행정의 독재적인 운영에 항의하며 UNESCO를 탈퇴함으로써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1987년 11월 7일 제24차 총회에서 페데리코 마요르(Federico Mayor Zaragoza)가 사무총장으로 선임되어 이후 미국, 영국 등의 회원 복귀와 UNESCO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나, 미국, 영국, 싱가포르는 아직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