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이 세상에 왔다 가면서 조금이라도 뜻 있는 일을 하고 가는 것도 삶의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종이가 뜻밖의 죽음을 당하고 나니 그 마음이 더 절실해졌다.
1993년 나는 나의 아호를 따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한 <정민재단>을 설립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니 미력하나마 내 능력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민재단은 95년부터 나를 키워준 고향 안성의 초중고생을 비롯해, 모교인 중앙중고, 서울대와 고려대에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 내역은 아래와 같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정민재단이 매년 지원하는 장학금
서울대 • 8명 20,000,000원
고려대 • 8명 20,000,000원
안성교육지원청 • 96명 33,700,000원
중앙고 • 4명 10,000,000원
합계 83,700,000원
정민재단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뜻 있는 학문적 성과를 이룬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정민문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금석문으로 본 백제 무령왕의 세계’라는 연구논문을 낸 소진철 원광대 교수와 ‘한국 언론 인물사화’라는 저서를 낸 이혜복 회장이 이끄는 대한언론인회에 연구업적을 높이 사 이 상을 수여한 바 있다.
또한 옌변대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해 ‘중국에서의 한국사 연구’를 발간해서 각 대학과 도서관에 보급하기도 했다. 이 연구저서는 한국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희귀 논문으로 평가된다. 이 책을 발간한 것은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중국의 영향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국내 학자보다는 옌변대 학자가 중국에 대해 더 정통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라가 잘 되려면 젊은 세대가 교육을 잘 받아야 하고, 역사를 바로 봐야한다. 또 나라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뭔가 뜻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2016년 장학금 수여식에서 했던 인사말을 소개한다.
<인사말>
존경하는 교육장님 친애하는 정민장학생 여러분.
오늘 반가운 봄비가 내리는데 내 고향 안성에 와서 96명의 정민장학생 에게 장학금을 수여함을 큰 기쁨이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긴장된 남북관계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어려운 시기를 지내가고 있으며 전국민의 분발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민족의 장래는 청소년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지와 노력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오늘 96명이 받는 33,700,000원의 정민장학금이 여러분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음이 되고 격려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좋은 장학생을 추천하여주신 각 학교 교장 및 담임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한 이 일을 위하여 많이 수고하여 주신 안성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2016년 4월 21일
정민재단 이사장 윤 석 헌
결어(結語)
70여 년 동안 걸어 온 길을 회고하며 쓰다 보니 벌써 마감할 때에 이르렀다. 오래 전에 지나간 일들이라 기억이 흐린 것도 있고, 큰 줄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상세한 점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가능한 한 정확하게 적어 내가 보고 경험한 20세기 우리나라 역사의 진실한 기록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긴 세월 동안 내가 은혜를 입고 신세를 진 분, 같이 협력하여 수고한 동료, 후배 여러분이 있으나 일일이 거명하지 않은 것은 그리 하는 것이 도리어 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어 사의를 표한다.
나는 재주도 뛰어나지 못하고 노력도 부족하였으나 바르게 살고 나라를 사랑하며 나의 최선을 다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손해를 보았다 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며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못미치는 것이 많으니, 자기의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기고 그의 사랑을 믿고 그의 뜻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