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회는 예수의 복음을 세상에 전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이 복음이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지혜가 된다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에 대하여 명확한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그것이 온 인류의 정신과 사상과 희망에 감화를 주는 누룩(감화제:感化劑)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우리 시대에는 이 문제에 대한 명백한 사고가 특히 필요하다. 왜냐하면 종교심이라는 것 그 자체가 오늘날에 있어서는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과거의 기독교 이외의 여러 종교와 현재의 여러 세계 종교들이 객관적으로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기독교 이외의 종교는 간단히 이단이라고 불러 치워버렸으나, 요즈음에 와서는 이들 종교 중에도 신에의 진지한 탐구와 숭고한 사상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들 세계종교 중 어떤 종교의 철학은 기독교 철학보다도 그 사색이 더 조리 있다고 하는 주장을 가끔 듣는다. 이들에 의하면 기독교 철학은 어딘가 좀 소박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세계종교 중에서도 특히 불교와 힌두교는 기독교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들 종교의 대표자들이 서양에 오면 기독교가 잘 제공하지 못하는(이렇게 사람들은 말한다) 여러 진리의 지참자로서 존경을 받기도 한다. 기독교가 과연, 그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종교심의 가장 깊은 표현이라는 주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고찰하여 보기로 하자.
기독교는 이론을 초월하는 진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철학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불행히도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그런 변해(辨解)를 내가 내놓으리라고 기대하지 말기 바란다. 이것은 산악의 요새 속으로 퇴각해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방어에는 참으로 훌륭하지만 주위의 지방에 세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모든 종교적인 진리는 결국 이성에 맞는 어떤 것으로서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철학 및 다른 종교들과의 경쟁에 있어서 기독교가 예외적인 취급을 요구하여서는 안되며 오직 자신에 고유한 진리의 힘만을 의뢰하며 사상 간의 싸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로, 나는 종교사 분야를 연구한 사람들이 기독교의 과거에 관해 얻은 결과에 대하여 논급하려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어떤 사람은 기독교의 독창성에 대하여 까지 의문을 던진다. 이런 의견을 제일 먼저 제시한 사람은 브루노 바우어(Bruno Bauer, 1809~82)註1이다. 그는 기독교의 사상이 서기 초 그리스-로마 세계의 경신사상(敬神思想)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구원을 갈구하는 약간의 경건한 사람들이 하나의 집회를 결성하였다. 그 후 점차 예수라 칭하는 유대의 랍비(교사:敎師)를 이 <구원(救援)>의 종교의 설교자로 만드는 전설이 생겼다.
철학자 에드워드 폰 하르트만(Edward Von Hartmann)에게 영향을 받은, 칼스루헤에 있는 공업학교의 철학교수로 있었던 심오한 종교 사상가인 아더 드루스(Arthur Drews)는 기독교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구원의 신에 관한 신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註2. 이 신화로부터 우리가 지금 복음서에서 보는 것과 같은 예수의 역사가 생성되었다고 드루스는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예수라고 칭하는 유대의 교사가 있었던 것도, 그가 그의 교지(敎旨)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것도 사실이지만, 기독교의 진정한 창조자는 바울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바울의 마음에는 <구속(救贖)>의 그리스 사상이 가득 차 있었다. 다소에서 그는 당시 소아시아에서 행하여지고 있던 신비적 의식에 대하여 잘 알게 되었고 또 짜라투스트라(Zarathustra)의 종교의 토지에 성장한 구속의 신비적 사상에 대하여도 잘 알게 되었다. 나중에 그는 이 그리스-동양적인 구속사상을 십자가상에 못박혀 죽은 나사렛 예수라는 인간과 그의 사적(事蹟)에 대한 고찰과 연결시켜 예수를 인류의 구속을 위하여 죽은 구세주로서 제시하였다. 또 기독교에 성찬식의 성격을 부여한 것도 바울이었다. 이런 의견의 주대표자(主代表者)는 독일의 언어학자 리하르트 라이첸슈타인이다註3.
진지한 사상가들이 어떻게 하여 기독교의 제사상(諸思想)이 예수에 기원한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 이단세계의 종교계에 물의가 되어 있던 제사상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을까? 사실, 기독교와 그리스의 경신사상 간에는 약간의 유사점이 있다. 양자 모두 구속의 확증이 그 중요 내용 중의 하나가 되어 있고, 또 구속의 달성이 성찬의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서기 초에 이 구속에의 갈구는 신비한 전수를 통하여 인간에게 속죄를 알선하여 주는 힘을 가졌다고 하는 그리스, 동양, 또는 애급에 연원을 둔 의식 속에서 그 만족을 찾았다. 이 의식들은 최근에 와서 역사적 연구의 대상이 되어 당시 고대사회 말기의 정신생활에 있어서 그것이 가진 의의가 새로이 인식되고 있다. 이 방면의 선구자는 독일의 언어학자 헤르만 우세너(Herman Usener), 어윈 로데(Erwin Rohde), 알브레히트 디트리히(Albrecht Dieterich) 및 벨기에의 학자 프란츠 쿠몽(Franz Cumont)이다註4. 그리스는 엘루시스의 밀의(密儀)를, 소아시아는 아티스와 씨벨 숭배를, 애급은 이시스와 세라피스 숭배를, 그리고 페르시아는 미드라스(太陽神) 예배를 각각 기여하였다.
기독교가 이들 구속의 신비종교로부터 나왔다고 증명하려는 기도(企圖)는 아무런 적극적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기독교는 그들보다 훨씬 내용이 풍부하며 그들과는 전연 다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아무리 그리스-동양의 신비종교를 이상화하더라도(연구가 중 어떤 사람들은 사실 과도히 이상화하고 있다) 그들은 역시 기독교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만약 우리가 현존의 자료에 의거하여 편견 없이 공정히 판단한다면 금일 그들에게 부여되고 있는 매력의 대부분은 무산되고 만다. 그들은 오직 마법을 가지고 사람에게 영생불사를 부여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기독교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윤리적 요소는 그들에게는 말로는 있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없다. 그들 중 태양신 예배만이 진실로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그 윤리적 힘을 짜라투스트라의 종교로부터 받고 있는데, 실상 이것은 짜라투스트라 종교의 한 파편이며 그리스- 동양 및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어느 기간 혜성과도 같이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독창성을 부인하는 가장 극렬한 광신자라 할지라도 기독교를 태양신 예배에서 발생하였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이 예배는 기독교가 충분히 발전한 뒤에야 비로소 그리스-로마 세계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 군대가 서구 및 아프리카로 전달한 이 태양신 종교가 기독교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된 것은 그 윤리사상의 왕성한 생명력 때문이었다.
그리스 시대의 제종교의식(諸宗敎儀式)에서 발견되는 구속사상과 기독교의 구속사상 간에 존재하는 근본적 차이는 다음과 같다. 전자에 있어서는 신의 왕국이라는 개념이 전연 부지(不知)의 사상인데 비하여 후자에 있어서는 이것이 지배적인 사상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종교에서는 모든 관심이 이 물질세계에 있어서의 영혼의 운명에 있었다. 그들은 천상의 생명이 어떻게 하여 이 지상의 생명으로 내려왔으며, 또 어떻게 이 감금상태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들의 관심은 이 영적 요소의 본고향에의 복귀에 집중되고 있었으며, 인류 또는 이 세계의 운명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에 대하여 기독교는 좀 더 나은 세계에 대한 불타는 희망에 의하여 살고 있다. 기독교의 개념에 의하면 구속은 신의 행위이며, 신은 이 <신의 왕국>이라는 좀 더 좋은 세계를 만들어, 정직하고 선량한 심정을 가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사람들을 그곳에 맞아 들인다는 것이다.
예수와 바울의 신의 왕국에 관한 가르침을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이 세계의 종말과 초자연적인 세계의 여명은 목전에 다가왔다고 생각된다. 이 혼탁한 세상에 추종치 않은 <성도들>은 그것에 의하여 신의 왕국에의 입선을 증명한 것이며, 그들은 종말이 와서 모든 것이 신에게로 되돌아가 태초에서와 같이 신이 온전하게 될 때까지 변화된 신체로써 메시아와 함께 신의 왕국에서 살 것이다(고린도전서 15장 28절),
이런 종말관적 희망—즉 세계의 종말과 그 변화에의 기대는 그리스-동양의 신비종교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세계의 종말과 신의 왕국에 대한 기대는 확실히 신비종교에서가 아니라, 예언자들 속에서 발견되는 유대사상에서 그 연원을 찾아야 한다. 아모스와 이사야가 신의 왕국이라는 개념을 창시하고, 후기 유대사상이 짜라투스트라의 종교사상의 일부 영향 하에 이를 공상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註1 그는 이 사상을 <기독(基督)과 로마황제, 그리스-로마 문화로부터의 기독교의 발생>이라는 저서 속에서 간결히 설명하고 있다.
註2 아더 드루스 저(著) <기독(基督)의 신화(神話)>, 1909년. 예수의 역사성을 부인하는 현대의 여러 저자 중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기독교와 신화학(神話學)>(1900년)의 존 엠 로버트슨(John M. Robertson>, <신(神)을 보라>(1912)의 윌리암 벤자민 스미스(William Benjamin Smith), <고대문화(古代文化)로부터의 기독교의 발생>(1910)의 사뮤엘 사블린스키(Samuel Sablinski), <역사적 예수의 연구>(1921, 제3판)의 알버트 슈바이처 등을 들 수 있다.
註3 리하르트 라이첸슈타인 저(著) <그리스의 밀교(密敎), 그 근본사상과 영향>(1910년) 및 <이란의 구속비의(救贖秘儀)>(1921년). 이 학설에 대해서는 알버트 슈바이처 저(著) <바울과 그 해석자들>(1912년)을 참조.
註4 헤르만 우세너 저(著) <종교사 연구>(1889년 및 1899년도 판(版)), 어윈 로데 저(著) <영혼>(1894년), 알브레히트 디트리히 저(著) <태양 숭배>(1903년), 프란츠 쿠몽 저(著) <미드라 예배>(1988년) 및 <로마 이교(異敎) 내(內)의 동양종교>(190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