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본직(本職)이 오랫동안의 해외공관 근무를 마치고 금년 6월 귀국하여 본부근무(本部勤務)로 배치되었으며, 우리나라 외교정책 및 외무행정 일반에 대하여 수시 조언을 하여달라는 장관의 지시를 받았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아프리카 몇 나라를 친선사절로 방문하였는 바, 한국의 대(對)개발도상국 외교 특히 경제외교 면에 대하여 느낀 바 있었으므로 평소 이 문제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의견을 정리하여 이 건의서를 작성하였다. 이를 준비함에 있어서 상공부, 과기처, 해협위(海協委), 수출입은행, 무역진흥공사, 해외개발공사, 중소기업연합회 여러분의 유익한 의견에 대하여 감사하며, 또한 외무부의 경제담당 실무진의 협조에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85. 11. 28
외무부 본부대사 윤 석 헌
1. 문제의 제기
가. 우리나라 경제가 1960년대 이래 괄목할 만한 급속 성장을 계속하여 이제 선진국을 바짝 뒤따르게 되고, 2000년을 향하여 전 국민이 모든 노력을 경주, 선진조국을 창조하고자 매진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마음 든든히 생각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 목표의 달성까지는 아직도 극복하여야 할 많은 장애가 있으며, 기왕에 이룩한 성취를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룩하기 위하여는 제도적 ‧ 정책적으로 획기적인 쇄신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사료되는 것이다.
나. 우리 경제는 자원의 결핍, 국내시장의 협소, 자본 및 기술 도입의 필요성 등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국제경제에 개방되어야 하였으며, 이것이 아국의 급속한 경제, 기술발전의 원인이 된 것은 췌언을 요치 않는 바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시장개척 및 해외진출 노력에 있어서 종래 방식의 실효성이 한계에 도달하였고, 특히 선진제국을 위시한 보호주의 경향의 증대 및 세계경제의 일반적 침체로 인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 계속적인 경제발전을 성취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접근방식(Approach)을 적극 모색 연구하여 과감히 실천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다. 경제협력에 있어서 협소한 우리 국토 내에만 우리 기업의 활동무대를 국한하는 것은 경제규모의 확대 및 질적향상에 제한을 스스로 과하는 것이 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는 우리 국민과 대중소기업이 활발히 해외에 진출하여 합작투자, 기술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타국의 이점(Advantage)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우리 경제는 현재 이러한 진출과 활성화를 기도할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라. 이때까지는 경제협력을 주로 제3세계와의 관계개선의 견지에서 수시 상대방국가 사정에 따라 소액의 금액을 증여형식으로 원조하거나 국산품을 공여하여 왔으나, 이러한 방식의 경제협력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뿐 확대 재생산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여 확대 재생산적 효과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마. 기술협력에 있어서도 매년 많은 인원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접수하여 국내 관계기관에 위탁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나, 훈련시설, 언어장벽 및 훈련효과의 측정, 훈련인원의 귀국 후 활동 면 등 사후관리 면에 있어서 소홀한 점이 있었으며, 따라서 그 효과를 지속 확대하여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 통상 면에 있어서는 과거 20여년 간의 정부 및 업계의 비상한 노력으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나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현 세계경제의 경기침체 및 국제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보호주의 등으로 세계무역의 발전속도가 크게 저하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산권 및 저개발국가 등의 다수 국가에 있어서는 그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정으로 인하여 아국과의 교역이 제한되거나 또는 미미한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국으로서는 편리하고 손쉬운 통상적인 교역방식 이외에 이때까지 기피 또는 등한시하였던 지역이나 나라에 대하여서도 적극적인 교역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아국의 전반적인 대외시장 확대에 기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근 40년에 걸쳐서 남 ‧ 북한이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무대에 있어서 치열한 대결과 경쟁을 전개하여 왔는데, 그 수단방법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제도,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정책 등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홍보선전을 많이 이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에는 서로 대립하고 있는 서방 민주진영 및 공산진영과 그 사이에 120여개의 제3세계라고 칭하는 개발 도상국가(개발정도의 차이는 있으나)가 있는 것이다. 과거 식민지로서 제2차대전 후 특히 1960년대에 다수 독립을 획득한 이들 국가들은 초기에 반제국, 반식민의 정치적 ‧ 감정적 이유로 과격 좌경노선을 취한 나라가 많았으며, 이로 인하여 한때 비동맹권에 있어서 대한민국이 북괴에 비하여 열세에 처하게 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감정적인 요소가 약화되고 더구나 경제문제가 더욱 절실한 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다수 국가가 실용주의 온건노선으로 점차 전향하게 되고,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이익을 더욱 중시하여 경제적인 실질관계의 수립 ‧ 발전에 주 관심을 모으게 되었다.
다행히 아국은 남 ‧ 북한 대결에 있어서 북괴에 대하여 경제적으로 월등한 우세에 있으며, 상술한 바와 같이 해외진출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제3세계를 향한 남북한 외교전쟁의 주요 전장(戰場)인 경제분야에 있어서 절대 우위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 비용(Cost)이 많이 들고 효과가 미약한 원조형식을 가급적 지양하고 지속적이며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민간 위주 투자형식의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2. 현황 고찰
아래에 경제협력, 기술협력 및 통상의 3분야의 현황에 대하여 좀 더 상세히 고찰함으로써 문제점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하고자 한다.
가. 경제협력
여기에서는 경제협력을 광의의 일반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아국기업의 해외투자진출(자본 및 기술진출)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1) 대기업
현재 아국의 대기업은 자본, 기술, 경영 및 인력의 모든 면에서 해외진출의 능력을 대체로 구비하고 있다고 보며, 이미 해외진출을 하고 있는 기업도 있고 또한 하시(何時)라고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기업이 많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그들은 해외지사와 통신정보망을 가지고 필요한 정보수집과 교섭 등을 진행할 능력을 구비하고 있으므로 보통 정부나 기타 기관의 지원은 불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때로는 이들에게도 유익한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2) 중소기업
기업의 규모로 보아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지원하며 조사, 교섭, 연결 기타 모든 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라고 하겠다. 그들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외진출이 비교적 어려우므로 새로운 제도적 장려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점하는 중요성, 특히 고용증대에 기여하는 역할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에 대한 적절한 지원 강화는 시급한 과제의 하나라고 아니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