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비동맹권
전술한 바와 같이 제2차대전 후 특히 1960년을 전후하여 구식민지 내에 신생국가들이 대량 족출하여 국제관계의 판도에 변화를 초래하였다.
더구나 국제연합 등 국제기구의 구성에 있어 주권평등, 1국가 1표제에 따라 120여 개국을 포섭하는 비동맹권의 표가 국제기구의 다수를 점하게 되고 이들이 대체로 소련 등 공산권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반미 ‧ 반서방 결의안이 거의 자동적으로 채택되는 것이 과거 10여년 이래 상례가 되고 있다.
한국문제에 관하여는 1975년을 고비로 한국문제의 유엔 연차상정이 지양됨에 따라 비동맹국가들의 비현실적이며 과장된 영향으로부터 한국문제를 격리시키게 되었으며 또한 근래에 이르러 비동맹권내의 여러 나라의 노선수정 및 비동맹권 제국간의 상호이해 대립 내지 차이 등으로 비동맹권의 국제문제에 대한 실제 영향력이 대폭 감소되었다.
북괴는 1975년 비동맹 회원국이 된 이래 비동맹그룹 회의를 자가 선전무대로 활용하여 온갖 반한(反韓)책동을 자행하여 왔으나 비동맹권 국가와 아국과의 양자 관계개선 내지 발전과 북괴책동에 대한 아국의 견제활동으로 비동맹권의 북괴 편향적 태도가 많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바.
상술한 바를 종합하건대 한반도를 위요한 주변 열강은 대체로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자국의 이익과 합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남북한 간의 대립과 긴장이 완화될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동북아 ‧ 서태평양에 있어서 주로 미국과의 전략적 대립의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보고 있으며 따라서 미 ‧ 소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는가에 따라서 한반도에 대한 태도에도 강 ‧ 온의 정도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극적인 미 ‧ 소관계의 변화가 없는 한 소련으로서는 한반도에 전쟁발발은 피하되 서방 측이나 중공이 원하는 정도로 긴장이 완화됨으로써 신예무기 원조 등을 미끼로 한 대북괴 영향력의 감퇴를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분, 소련, 중공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한반도의 정세변화가 자국의 중대이익 특히 전략적 ‧ 안보적 이익에 해로운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또한 바람직한 변화라 하더라도 너무 급속히 변화함으로써 충격으로서 받아지고 필요한 적응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을 싫어 할 것이다.
통일에 대하여는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통일된 한국이 주변 열강의 안보에 직접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본질적인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분단된 현상 유지보다 반드시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의 실현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거나 협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민족의 소망이요 과제이며 주변 열강에게는 통일된 한국이 그 자체로서 반대할 것은 아니로되 동북아 지역에서의 세력 균형을 자국에게 불리하게 깨뜨리지 아니하고 또한 그 과정에 있어서 심한 불안정과 불가측성을 수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4. 남북한의 통일전략
전술한 바와 같이 분단된 남북한을 통일하는 문제는 우리 민족 자신의 과제이며 또한 남북한이 각각 상당 정도의 국력을 보유하게 된 현재에 이르러서는 남북한 자신이 이 문제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해방 이후 통일문제에 대한 남북한의 기본태도 및 정책을 아래에 간단히 고찰하고자 한다(대한민국 수립 이전의 모스크바 3상회의의 4개국 신탁통치 결정과 이에 따른 반탁 ‧ 찬탁운동 및 미소공동위원회의 교섭 등은 생략하기로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남북한의 통일문제에 대한 기본태도가 대립적이며 목표의 설정 및 이의 성취를 위한 수단, 방법 등에 있어서 상호타협하기 어려운 중대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된 자세가 상호작용하면서 변화의 과정을 밟아온 것이다.
가. 제1단계
한국의 통일정책은 대한민국의 건국의 기초로 되어 있는 자유민주주의에 따라 국민의 자유의사에 의하여 민주적인 남북한 총선거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통일정부를 수립하여 평화적 ‧ 민주적 방법의 통일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과정도 이러한 기본개념에 따른 것이며 북한이 유엔 관찰 하의 자유총선거를 북한지역에서 시행하는 것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시행이 가능한 남한지역에서만 자유선거를 실시하여 그 결과 대한민국이 수립되었고 주민 대다수에 의하여 자유로이 선출된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유엔총회가 인정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1948년).
당시는 미국이 유엔에서 절대적인 다수표를 지배하였으며 소련은 이러한 결의의 채택을 저지할 수가 없었으므로 동 결의의 수락을 거부하고 유엔 임시한국위원회 위원단의 북한방문을 불허함으로써 동 결의의 시행을 불가능케 한 것이었다.
즉 이때는 아 측이 적극적이고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민주적 ‧ 평화적 통일방안을 주장, 공세를 취하였으며 소련과 북괴는 수세에 몰려 이에 저항하는 데 급급하였던 것이다.
북괴는 남북한 인구비와 국민의 자유의사표시에 의한 통일방법이 자기 측에 불리함을 인식하고 아 측 방안을 거부하는 한편 처음부터 남한적화를 통한 공산통일을 목표로 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하여 무력남침 및 남한내부 교란의 방법을 택하였는 바, 이 근본목표와 전략은 북괴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고수하고 있는 기본전략인 것이다.
1949년의 미군철수 후 당시 남북한의 군사적 균형이 북한 측에 크게 유리함을 기회로 6 ‧ 25남침을 감행하였으나 미국을 위시한 유엔 참전 16개국이 군대를 파견하여 대한민국의 침략격퇴 노력을 강력히 지원하였으므로 남한적화통일의 본래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외교 ‧ 군사적 균형이 재실현되어 38선 근처의 휴전선에서 일단 전투행위가 정지됨으로써 원상회복(status quo ante)이 되어버린 것이다.
협정규정에 의한 정치회담이 1954년 제네바에서 개최되었으며 이 회의에서 아 측은 토착인구 비례에 의한 남북한 총선거를 주장하고 북한 측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휴전협정에서 예견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실패로 돌아갔다.
즉 한국대표는 1954년 5월 22일 행한 연설에서 유엔 감시 하의 자유선거를 실시하여 통일 ‧ 독립 ‧ 민주 한국을 실현할 것을 제의하고 이러한 자유선거는 수차 채택된 한국문제에 관한 유엔결의에 의거하여 북한에서 실시하되 남한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절차에 따르도록 하며 이 결과로 선출되는 전(全)한국입법기관에는 한국 전체 인민의 인구비례대로 대표를 선출하고 북한에 있는 중공군은 이 선거 1개월 전에 철수를 완료하고 유엔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하되 통일정부가 수립된 때에 철수를 완료하며 통일 ‧ 독립 ‧ 민주 한국의 영토보전과 독립은 유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의를 한 것이다. 이 제안에는 또한 선거가 완전히 자유롭게 시행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을 아울러 포함(包含)하였다.
북한은 남북 동수의 대표로 구성되는 전조선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전조선위원회가 남북한의 자유선거를 중립국의 감시 하에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형성할 국회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제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