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또한 이 제의에서 동(同) 위원회가 선거준비 이외에 민족적 통일을 실천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경제 및 문화교류를 시행하는 대책을 취할 것과 6개월 이내에 일체의 외국군이 철수할 것 등을 아울러 제의하였다.
이상 양 제안을 비교 ‧ 검토하건대 남한은 우세한 인구대비, 유엔총회에서의 압도적 지지 및 자유총선 결과에 대한 낙관적 전망 등을 배경으로 계속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유일합법성과 대한민국 헌법이 계속 존중되어야 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북한은 한국전쟁 침략에 따른 국제적 여론의 압력을 피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으며 다만 소련과 중공의 일치한 적극지원을 받아 남한과 대등한 지위 확보를 위하여 투쟁하였다.
회의가 대좌형식이고 일방이 동의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회의는 결렬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무기한 미래로 넘겨져 버렸는 바, 이는 전쟁터에서 무력으로 힘을 겨루어 승부가 없이 끝난 상황을 회담이나 교섭으로 본질적인 변경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남북한의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세력 또는 지위경쟁은 유엔 가입문제에 있어서 잘 나타났다.
즉 대한민국은 유엔 총회의 유일합법정부 인정에 힘입어 유엔 헌장 제4조에 의한 회원자격을 구비하였음을 내세워 가입을 신청하였는 바, 북한은 이를 견제하고 대항하기 위하여 북한의 유엔 가입신청을 소련 등의 지지를 얻어 제출하였던 것이다.
한국의 유엔 가입신청은 안보이사회에서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총회에 대한 건의가 채택되지 못하였으며 한편 북한의 신청은 미 ‧ 영 ‧ 불 ‧ 중 등 상임이사국의 반대는 물론 필요한 표수 지지도 얻지 못함으로써 부결되었다. 여기에 주목할 것은 소련이 북한을 대변하여 남북한의 동시가입을 주장한 것이며 북한이 1973년 이후 남북한의 유엔가입을 두 개의 한국 조작, 영구분단 책동 등의 궤변을 가지고 반대하고 있는 점과 대조가 되는 것이다(1957. 9. 9 소련수정안 S/3887 참조). 이 동시가입안에 대하여 한국과 그 우방들은 강경히 반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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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대사 시절, 박동진 장관 부부와 우리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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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60년 8월 14일 소위 남북연방제를 주장하였다. 동년 해방 15주년 경축대회에서 김일성은 “만일 남조선 측이 아직은 자유로운 남북총선거를 받아들일 수 없으면 과도적인 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책으로 남북조선의 연방제를 실시할 것을 제의한다. 우리가 말하는 연방제는 당분간 남북조선의 현 정치제도를 그대로 두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독자적 활동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두 정부 대표로 구성되는 ‘최고민족위원회’를 조직하여 주로 남북조선의 경제 ‧ 문화발전을 통일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연방제의 실시는 비록 각계각층을 망라하는 통일적인 연합정부가 못되어서 통일적인 국가적 지도는 못하더라도 이 연방의 ‘최고민족위원회’에서 전 민족에 이로운 경제 ‧ 문화적 문제들을 협의하며 남북조선의 경제 ‧ 문화교류와 상호협조를 보장함으로써 남조선의 경제적 파국을 수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이 제안이 남북한 연방제 제의의 효시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실은 1954년 12월 제 9차 유엔총회에서 당시 볼리비아 대표인 Dr. Quiroga-Galdo가 남북한의 현존 정부 위에 남북한의 동등 대표로 구성되는 연방정부를 구성하여 통일을 이루도록 할 것을 제의하였으며 당시 한국대표 변영태 외무장관은 이념과 체제가 상호 대립되어 있는 남북한 사이에 연방정부 수립이 불가능한 것임을 지적, 반대를 표시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북한은 정치 및 유엔 국제관계 면에서의 열세를 엄호하기 위하여 전 조선위원회 또는 연방제 및 유엔 동시가입을 주장함으로써 대남한 동등지위(거부권) 확보를 기도하는 동시에 이미 한국전쟁의 파괴로부터 재건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1950년대 초 이후 인도지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월맹의 통일 게릴라투쟁을 모방하여 대남 게릴라 활동을 강화하였다.
즉 1968년 1월 김신조 일당 청와대 습격사건, 1968년 10월 울진 ‧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기타 해상 루트를 통한 수많은 무장간첩 침투사건 등은 이러한 북괴의 노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연방제안은 북괴의 독창적인 방안이 아니며, 호지명(胡志明) 전략의 모방인 바 이 전략은 월맹이 월남 베트공과 연합, 게릴라투쟁을 전개하여 월남정부를 전복하고 우선 연방형식의 통일을 실현한다는 것으로서 월남사태의 발전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대저 김일성을 위시한 북괴 수뇌부는 남한의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내부교란, 전복활동을 가능케 하는 허점이 많은 제도로 보았으며, 또한 당시 빈번히 야기된 학생데모소요 그리고 선거시기에 첨예화하는 여야 간의 정치대립 등을 남한에서 친공산혁명 기운 조성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남한의 사회불안 조성, 사보타즈 등 내부교란공작은 무력침공과 더불어 실로 북괴의 남한 적화통일전략의 2대 지주가 되어 있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이 월남전쟁에 깊이 개입되어 많은 군사력과 방대한 전쟁비용 등을 소모하고 있을 때 북괴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재개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미국을 군사적으로 도발(provoke)하는 행위를 감행하였다.
즉 1968년 1월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1969년 4월 EC-121기 격추사건이 그것인 바 미국은 월남전쟁에 이미 많은 군사력이 투입되어 한반도에서 선전포고 없이 다시 대규모의 전쟁행위를 행할 군사적 여력이 없었으므로 항공모함의 일본해 진입 등 군사적 시위에 그칠 뿐 유효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하지 못하였으며 푸에블로호 승무원을 송환받기 위하여 북괴가 요구하는 대로 사과서에 미군 장성이 서명하는 치욕을 감수하여야 하였다.
북괴로서는 미국이 무력도발에 응하지 않았으며 또한 소련 및 중공이 전쟁재발을 원치 않았으므로 본격적인 재침을 강행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