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벌써 38년이 지났고 그 동안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외교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 세계에 걸친 외교망의 확충, 외교인력의 증가 등 한국과 비슷한 규모의 어느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의 외교진용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남 ‧ 북한 분단의 현실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막중하고 지난한 외교과제를 계속 안겨주고 있으며 국가안보, 선진조국 창조 및 통일과업이라는 대사업의 성취는 우리에게 가일층의 분투노력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대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외교를 담당하고 책임지는 외교인력 즉 외무공무원, 그리고 외교정책 수립 및 시행을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외무부 기능의 질적향상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본 건의는 이러한 요청에 대답하는 하나의 시도로서 관계당국의 검토에 자하고자 작성된 것이다.
1986. 1. 31
본부대사 윤 석 헌
1. 외교의 선진화를 위한 과제
현재의 한국외교를 고찰함에 있어서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의 평가가 나올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인력의 질의 우열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다.
외무부는 1985년 12월 31일 현재 1,029명(본부 444명, 재외공관 585명)의 외교인력을 포용하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는 공산국가 및 일부 극렬좌경국가를 제외한 125개 국가와 국교를 수립하고 UN, ILO를 제외한 모든 중요 국제기구에 회원국으로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있어서 아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계속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양적 ‧ 질적 발전의 한구석에 우리가 시정 ‧ 보완하여야 할 결함이나 취약점은 숨어 있지 않는가?
2,000년대를 목전에 두고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려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남 ‧ 북한관계의 변화, 통일문제의 진전, 세계경제에 있어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및 역할의 증대를 예견하면서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하여 외무공무원의 질적 향상, 그 적절한 활용 및 외교정책 수립 및 시행 기능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이제 이에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다음에서 논하여 보기로 한다.
가. 초급외교관의 양성훈련
현재 초급외교관은 매년 약간 명(20명)을 총무처가 실시하는 공개경쟁시험에 의하여 채용, 외교안보연구원에서 단기간(16주) 훈련과정을 거친 후 외무부 본부 내 각 부서에 배치, 일정기간(약 1년 8개월)의 실무수습을 거친 후 대부분 해외에 파견되어 약 2년 간의 해외연수를 받고 본부에 귀임함으로써 외교관으로서의 연수를 일단 마치게 된다. 외교관이 4급 ‧ 3급 즉 서기관 및 부이사관 계급이 되었을 때는 전문분야 연수를 위하여 일정수를 해외교육 또는 연구기관에 파견(기간은 1년 내지 2년)하여 중견외교관의 전문화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교관의 채용 ‧ 기초훈련 및 전문화훈련 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교관 양성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바 이 제도를 보완하고 그 효율성을 더욱 제고할 여지가 있는가 하는 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외무공무원은 모름지기 자기 임무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국가를 위하여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서 보람 있는 봉사와 공헌을 한다는 사명감에 충만하여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우선 외무공무원이 자기의 자질을 부단히 효율적으로 절차탁마하여 더욱 향상 ‧ 발전시키고, 이렇게 개발된 탁월한 능력이 외교업무의 성공적 성취로 연결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환언하면 외무공무원은 정예전문가(Elite)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를 위하여 헌신 봉사하려는 각오와 준비가 된 공무원이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현행 교육훈련을 보완, 대폭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가. 공개경쟁시험으로 채용한 우수한 재목으로서의 신임외교관을 훈련하는 방법에 있어서 현행제도는 기본적으로 외형적인 틀은 갖추고 있으나 실제적인 교육내용 및 체계의 측면에서 다소 빈약하고 짜임새에 미흡을 보여주므로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다음의 강화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외교안보연구원에서의 16주의 교육훈련, 본부 실무수습, 해외연수를 통합하여 2년 반의 연수과정으로 개편, 종합적이고 집중적인 훈련(integrated and intensive training)을 실시하여 그 과정을 수료하였을 때는 일응 외교관으로서의 기초소양을 갖춘 초급외교관(junior diplomat)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 개선작업에 있어서는 프랑스의 국립행정연수원(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을 참고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프랑스의 고급공무원 및 정치 ‧ 경제 ‧ 교육 ‧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사회지도급인사를 양성하는 이 연수원은 2년 5개월의 기간 동안 실무수습과 학술과정의 두 단계로 나누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실무수습은 프랑스 내의 관청이나 해외주재 상주 공관 또는 프랑스의 해외영토에서 시행한다. 한편 학술수업은 공동이수과정과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으며 모든 교육은 그룹 단위로 학생들이 미래에 맡게 될 직책을 직접 준비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행하여진다.
이를 참고로 하여 다음과 같은 안을 검토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모든 신규채용자들로 하여금 약 1개월의 기초교육, 약 1년 2개월(14개월)의 학술교육, 약 3개월의 실무수습 및 약 1년의 해외연수로 구성되는 총 2년 반의 연수과정을 이수케 하여 각 과정이 모두 종료되면 종합고사를 실시하여 등락과 석차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당해 신규채용자의 인사 ‧ 배치 및 경력에 참고하도록 한다.
이 수습기간 동안 신규채용자들은 외교안보연구원에 배속되며 외무공무원의 자격 ‧ 보수 기타 권리의무에 관한 외교공부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수습기간 중에는 이들에게 일종의 학생신분을 부여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훈련의 일체책임을 외교안보연구원에서 행사토록 함으로써 교육기관의 권위를 높이고 연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도록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