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
싸우고 싸워서 세운 이 나라
동포여 일어나라 자유를 위해......
목이 터지도록 노래를 불렀다.
강산에 빼난 정기 온 누리에 떨쳐라
고대건아 가는 곳에 대적할 자 누구냐
천지를 흔들어라, 붉은 피 솟구치는
날래고 용감한 이 기세를 보아라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 아!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
승전고를 울려라 꽃다발을 받아라
그 훈공은 너희 것이다.......
맹호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나니......
우리는 고려대 응원가도 불렀다. 모두 목이 쉬어 노래라기보다 악을 쓴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리라.
경찰에 연행된 학생들을 다 풀어주시고 유진오 총장님이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하셨다. 경찰이 마련한 차 위에서 확성기를 잡고 “여러분이 아니면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잘하셨습니다. 여러분의 뜻은 전국의 만백성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배우는 학생입니다. 질서 있게 학교로 돌아갑시다.‘
기억은 희미하나 대체로 이런 말씀으로 들었다. 고려대 선배인 이철승 의원이 등단하여 격려했다. 장택상 의웜이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ㅣ.
“정치골동품아, 물러가라!” 소리치니 말도 못하고 물러났다. 이어 총장이 올라와 경찰의 보호아래 귀교시키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우리는 응원단장의 지휘아래 학교로 향했다.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며 데모대에 합류하려 하였으나 경찰이 저지하였다. 내 평생에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이렇게 많은 분들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은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컴컴한 밤에 시청앞을 떠나 을지로 4가에서 종로를 향해 행진했다.
청계천다리를 건널 때, 앞 대열이 물 갈라지듯 하며 비명소리가 요란했다. 피투성이가 된 학생들은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쇠뭉둥이로 무장한 반공연맹 청년들의 기습을 받은 것이다. 약속을 배신한 경찰에 악이 받쳤다. 우리 데모대는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고려대로 가는 연도의 파출소마다 다 때려 부수었다. 경찰도 난폭해지어 경찰봉을 마구 휘둘러댔고, 연행되는 학생 수가 늘어났다.
내가 동대문을 지나 신설동을 향할 때 선두에서 지휘하던 경찰이 고려대생의 멱살을 잡고 연행하려 한다. 내 특유의 주먹을 날리고 그 학생과 함께 뛰었다. 딱! 경찰봉이 내 목을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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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좌 시위 중인 고대생에게 귀교을 설득하는 유진오 총장 [출처 ; 4.19혁명기념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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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 동기인 배익순의 말에 의하면 학생들은 연행하려다가 나에게 맞고 나가떨어진 사람이 동대문경찰서장이라고 했다. 어두운 밤에 서장인지 졸개인지 구별할 수 있나? 졸개보다 서장을 때려눕혔다니 내 평생 어찌 경찰서장을 때려볼 수 있겠는가?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4월 19일, 서울 신문을 제외한 모든 신문이 고려대의 데모를 대서특필로 보도했다. 그중 반공연맹에 소속된 청년들의 기습으로 고려대생 1명이 사망했다는 보도는 화약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화여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우리 고려대 학생들도 학우의 죽음에 분개하여 결사항전을 결심하였다.
데모대는 적선동에서 하수도용 시멘트관을 굴리며 청와대롤 밀고 들어갔다. 적선동을 지나자 경찰에 발포명령이 떨어져 많은 학생들이 총탄에 쓰러졌다. 피를 본 데모대는 더욱 난폭해져서 어용신문인 서울신문사와 동대문 경찰서를 태워버렸다. 경찰도 많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나는 4월 19알 재동파출소 앞에서 잡혀 구둣발로 채이고 목을 조르는 고문을 당했다. 종로경찰서로 연행되었다. 경찰들은 데모대를 땅바닥에 엎어놓고 군화발로 밟고 다녔다. 종로경찰서에서는 고려대생에다 목이 쉬고 옷이 붉게 물든 나에게 고문이 더 심하였다.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새벽에 풀려난 나는 철환네 집으로 기어들어가 간단히 응급치료를 하고 20일부터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하였다.
급기야 군인들이 탱크를 몰고 데모대를 진압하려고 서울시내로 들어왔다. 데모대는 탱크에 올라 군인들과 어울렸다. 이미 세상은 모두 자유의 편이었다. 데모는 전국에 확신되었다. 교수들이 거리에 나오고 성명을 발표하였다.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유당정권에 항쟁하였다.
내가 죽이려던 이기붕은 그의 장남 이강석의 총을 맞고 온 가족이 죽음을 택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4.19혁명은 성공하였다. 각 대학교 학생들이 서울시내의 치안을 도왔다. 고려대는 중구를 맡아 교통정리 방범 등 질서를 유지하였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이 거리에서 모금운동을 하여 입원 중이 학생들과 희생된 유족들을 도왔다. 시민들의 호응이 커서 모금운동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신문보도에 따르면 빨치산 비전향 장기수들의 비문에 애국열사니 의사니 하며 그 묘지를 성역화하려 하는 무리들이 있다고 한다. 통탄할 일이다.
지하에 묻힌 4.19영령들이 벌떡 일어날 것이다. 또 지난 수십년 간 북한에 강제로 억류되어 있던 국군포로가 북한을 탈출 중국을 떠돌다 그 나라 공안원에 잡혀 북송되었다고 하는데, 이 나라의 대통령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통일부장관을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북한을 돕는 것이 굶주리는 북한 동포에게 모두 전달된다는 확신이 서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울 것이다.
지금은 미국과 동맹을 더욱 다지며 국력을 최대한으로 키울 때이다 .나쁜 쪽으로 말하면 미국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힘을 기를 때다. 그런데 이 정부는 전시작전의 통제권의 환수를 서두르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미국과 대립해서 무슨 큰 이익이 있겠는가. 당당하게 미국과 맞설 수 있을 실력을 기를 때까지는 모든 것을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아니 모든 우방과 상호 협력해야 한다.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민주화투쟁과 인권투쟁을 감행했던 386세대가 정계에 상륙하고는 왜 북한의 민주화와 북한동포의 인권에서 철저하게 함구 묵인하고 있는가? 한심하다 못해 불쌍한 인간들이다. 그러면서도 외교는 100% 잘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으니,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눈과 귀를 다 막고 자기만 잘한다는 것은 무식에 앞서 오만방자한 태도인 것이다. 귀 있는 위정자들은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