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에게는 한국의 국경일에 휴무이며 미국의 국경일에도 휴무의 특전이 주어지며, 아내가 면회 오면 어떤 경우에나 외출을 허용했다.
추수감사절에는 큰 연병장에서 음식축제가 열린다. 닭고기, 칠면조, 각종 물고기, 진흙을 발라 장작불에 구운 것은 모두들 잘 먹는 음식물이다. 우리는 몸을 앞으로 구부릴 수 없을 만큼 포식을 했다.
미군에게 배울 점이 많다. 흔히 일정이 잡히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강추위가 몰아쳐도 강행한다.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이 없다. 졸병이나 장교나 먹는 식단이 같으며 구타가 없다. 상관이 구타하면 맞짱 붙어도 된다. 기합(얼차려)은 땅을 파게 했다가 메우는 것이다. 근무태만이나 군법을 위반하면 외출금지이며 심한 경우 강등이다. 미군들은 강등을 제일 무서워 한다. 강등만큼 봉급이 주는 것이다.
흑인병사들은 상당수가 노예근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감시자가 보면 열심히 일하나 감시자가 없으면 만판 논다. 근면성과 책임감에서 보면 백인병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카투사이며, 흑인병사가 가장 적다. 내 생각에는 미국의 흑인들이 대부분 가난하게 사는 것이 나태한 생활에서 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Who want a challenge me
나는 M300 기관총사수의 임무를 맡고 전투훈련에 나갔다. 이 기관총은 총구와 노리쇠뭉치 부분만 쇠이고 다른 부분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 기관총 치고는 비교적 가볍다. 탄약 백발이 연속적으로 나가는 성능이 매우 좋은 기관총이다. 마치 미국영화 <람보2>에서 람보가 적에게 잡혀 있는 미군포로를 구출하고 와서 쏘던 기관총이다. 사수는 탄약 100발을 메고, 45구경권총을 가슴에 찬다.
100발을 장전한 채 언덕을 튀어 오르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이동표적(target)을 쏴야 한다. 언덕을 한참 뛰어오르며 사격을 하니 다리에 쥐가 나서 움직일 수가 없다. 아무리 힘을 써도 다리가 꼼짝도 않는다. 기관총 사수인 내가 잘 쏴야 우리 중대가 사격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다. 부사수인 미국병사가 기관총을 내 대신 들고 언덕을 뛰어오르며 사격을 했다. 나는 털썩 주저 앉아 쳐다볼 뿐이었다.
기상전투훈련 때의 일이다. 기관총은 적이 올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배치한다. 가상전투가 시작되었다. 적의 탱크가 접근하자 우리 부대에 후퇴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기관총을 들고 죽기 살기로 뛰었지만 이미 적의 탱크가 지척에 따라 붙었다. 적의 탱크가 멈추더니 탱크 속의 미군이 탱크의 문을 열고 빨리 달아나라고 손짓을 한다. “땡큐(thank)” 하며 손을 들어주고는 줄행랑을 쳤다.
이 기관총은 300발을 쏘면 총구가 뜨겁게 달아 올리 새것으로 바꿔 끼워야 하며 고정받침대가 있고, 예비 탄약이 있어 부사수의 짐은 사수보다 무겁다.
의정부 광탄에 야외훈련 갔을 때 해프닝이 벌어졌다. 소대장은 민가에 가서 A-frame(지게)을 빌려오라고 했다. 나는 apron(앞치마)으로 알아듣고는 소대장이 적지에 변장하여 침투하려나보다 생각하고 여자 한복을 빌려왔다. 소대장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야 남자한복과 지게를 빌려왔다.
미군부대가 장기간 야외훈련에 나가면 양공주(미군접대부)들이 야외훈련장으로 원정을 온다. 그 중 낮이 익은 공주가 있어 물어보았다. 내가 재학 중에는 전국 중고등학교 농구시합을 고려대에서 개최했다. 나는 농구를 즐겨보았다. 그때 키는 작으나 인상적인 일류여고 가드가 있었다. 그때 본 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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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의 유격훈련 모습 [출처 ; 육군 블로그 아미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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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고, 기구한 팔자구나. 눈물 많은 나는 가슴이 메었다. 주머니의 돈을 다 털어주었더니, 이튿날 내 텐트에는 그 돈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동두천 사보이클럽에 있었다고 하였으나 가보지 못한 것이 웬지 마음에 걸렸다.
나는 미국병사의 인종차별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군이 카투사를 깔보고 무시하면 즉석에서 언쟁을 하고 때로는 주먹을 날렸다.
Who want a challenge me?(누가 나에게 도전할래?}
야전삽을 허리춤에 차고 소리소리 쳤다. 약소민족의 절규이다. 아무도 도전자가 없다. 미군들은 나의 발차기를 무서워했다. 미군들은 싸울 때 보면 복싱하듯 손만 쓰지 발차기를 못한다. 미ROTC 출신인 우리 소대장은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고 따뜻이 위로했다.
유격학교(Warfare school Ranger school) 입교
미 7사단은 6.25 때 적에게 사단기를 빼앗긴 불명예스런 낙인이 찍혔다. 병사들은 바뀌어도 7사단만은 미국 본토에 못들어가고 외국에만 주둔한다. 그래서 다른 부대보다 훈련이 혹독하다. 한국군에는 전라남도 광주에 직업군인에게만 훈련시키는 유격학교가 있었다. 1968년 김신조가 “박정희 목을 떼러 왔다”고 한 후부터 한국군의 사병에게도 유격훈련이 실시된 것으로 안다.
유격대sms 전시에 적지 깊숙이 추하하여 적의 중요 군사시섫물인 탄약고, 보급로, 교량 등을 파괴하는 부내다. 복장도 간단하고 철모 대신 동그란 베레모에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폭발물을 다루는 훈련을 받는다.
나는 유격학교가 건물도 있고 훈련시설이 잘 갖추어진 간판이 붙은 학교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서보지 의정부의 동남쪽 험준한 산 그자체가 학교이다. 암벽 오르내리기, 독도법 익히기, 폭약 다루기, 계곡에 로프 한 줄을 매어 놓고 건너는 훈련 등이 교육내용이다. 이 훈련에서 실수해서 떨어지면 즉사한다. 밑에는 들것과 앰블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위험하고 고된 훈련이나 모험심이 많고 스릴을 즐기는 나는 흥미로웠다. 제일 고생하는 병사는 고공공포증 환자이다. 훈련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장도 못 받고 군대생활에 불이익을 얻는다. 교육훈련이 끝나면 귀대하는 줄 알았다.
우리는 야밤에 헬리곱터에 분승하여 어디론가 비행했다. 10~20m 상공에서 로프가 내려지고 그 로프를 타고 내리면 마찰에 의하여 장갑이 불타는 것처럼 뜨끈뜨끈 하다. 1~2m에 내려와서 아래에 잡은 로프를 잡아채면 반동으로 출렁 올랐다가 착륙직전에 줄을 놓고 지상에 뛰어내린다. 그렇지 않고 로프를 잡은 채 땅에 떨어져 닿으면 허리나 발을 다치기 십상이다.
땅에 내리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 후속병사들이 줄을 타고 계속 내려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하된 곳은 한국군이 배치되어 있는 가상 적지이다.
유격대 조교의 머리 뒤에는 야광을 부착하여 밤에도 볼 수 있다. 분대(9명) 별로 움직인다. 우리는 낮에는 산 속에 은신하였다가 밤에만 움직여 가상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물을 폭파하고 신속하게 도피한다.
낮에는 숨어서 자유롭게 잘 수 있으나 깊은 잠이 들지 않는다. 야간 보행 중에는 졸음이 엄습한다. 도로로 행군할 때는 걸으면서 잔다. “하나, 둘. 셋, 넷” 입속으로 숫자를 세는 동안만 자고 눈을 떠야 한다. 그렇지 않다가는 안전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