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징계위원회의 재판에서 나의 변호인인 이익우 변호사와 상대방 변호사와의 법리 공방에서 상대방 변호사와 재단사무국장은 우리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거의 일방적인 논리로 우리들 측이 유리하게 재판이 진행되었다.
재판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익우 변호사는 “이 사건은 총장님 잘못이 거의 없으니까 견책 정도밖에 안 되는 사건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고 말했다. 나도 그 분위기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문교부에 있는 친구에게 어떻게 되겠느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문교부 친구는 “문교부징계위원회의 재판은 기대하지 말고 고등법원에서 판가름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왜 그러느냐?”고 재차 물으니까 “관선이사 파견을 문교부에서 했는데 관선이사가 진다면 관선이사 파견이 잘못되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관선이사를 퇴진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그래도 기대는 가졌지만 결국 기각되고 말았다. 나는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고, 선인학원은 사무국장의 구속, 재단이사의 소환, 기획실장의 소환, 설립자의 소환 등 무한한 권력의 힘으로 모두 구속한다는 분위기 조성으로 사립화로 가는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한 와중에 서무과장을 비롯한 직원 3명이 해임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설립자가 선인학원을 시립과 공립으로 추진하는 일에 동의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났다. 나는 해임당한 직원들로부터 “총장님! 장군님이 시립화(市立化)에 동의하면 저희들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제발 생각을 돌리시도록 부탁해주면 좋겠습니다.”
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백 장군을 만나 그 뜻을 전했더니,
“장 총장, 검찰이 이사장과 기획실장을 구속하겠다는데, 그 사람들은 평생토록 교육계에 종사한 분들이고 지금 나이가 70세가 넘었는데, 구속하면 견딜 수 없을 것이 뻔한데 학교를 빼앗기더라도 그 사람들을 감옥에 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학교를 빼앗기면 누구보다 내가 가장 비통한 마음이 된다고 생각해서 혹시 자살할까 봐서 우리 마누라가 저기 저렇게 지키고 있어요. 이 문제는 다음에 해결하도록 합시다.”
하고 고뇌에 찬 말을 남기고 댁으로 돌아갔다.
결국 1994년 인천대학은 시립화가 되었고, 시립대학교로 출발하면서 인천대학 교수 30명, 전문대학 교수 37명, 직원 40여명 등 110여명이 해임당하는 세계의 대학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한 짓이 남의 인권과 교권을 짓밟는 일이었다.
나는 이 사태를 <94 인천대학사건>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해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이 나의 눈과 가슴으로부터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 교수들과 직원들이 몇 년 후 모두 소송에 이겨서 다시 복귀한 사람은 그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법에 의해서 증명된 것이다. 물리적인 힘과 선동을 무기로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단죄 받아야 마땅하고, 땅에 머리를 박고 잘못을 빌어야 할 것이다. 충격을 받아 돌아가신 교수들의 영전에 눈물로 회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나는 민주화를 외치거나 민족을 파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민주화를 가장 많이 팔아먹는 사람들이 가장 독재성향이 강한 인격적으로 못 믿을 사람들이요, 동물적인 잔인성으로 남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는 비민주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민주화개념도 앞으로 서서히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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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인천대학은 강권에 의해 설립자가 굴복을 하며 시립화되었다(한겨레신문 1993. 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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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초 나는 서울고등법원의 소송에서,
“피고가 1993. 2.3.자로 피고보조 참가인이 1992. 9.21. 원고에 대하여 한 파면처분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결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그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보조참가인의 부담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의 주문으로 승소했다. 나는 관선이사회 경제위원회의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대한 소송에서 모두 이긴 것이다 .
나는 인천대학교에서 지급하는 모는 급여와 복권(復權)처리를 받고 총장 직위 회복의 통고를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경주대학교 설립자인 김일윤 의원이 ‘서로 힘을 합하여 고향에 좋은 대학을 만들어 보자’는 제의에 의해 경주대학으로 오게 되었다.
소송에 이겨서 복귀할 때까지 백인엽 장군은 모든 소송비용과 월 3백 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여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인간적인 의리를 지킨 것이다.
어머님의 별세와 신앙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작은형과 어머님의, 권유로 경주 황남교회에 출석한 것이 신앙생활의 시초라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는 열심히 교회에 나갔으나 대학에 들어가면서 미8군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으나 신앙심은 독실한 편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명지여고로 전근이 되면서 이용호 장로를 만나 서대문교회를 나가게 되며 대한예수교 성결교회 교단과 인연을 맺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서대문교회에서 집사의 신분을 받고, 1978년 이용호 장로의 소개로 성결교신학교와 서울신학대학의 <문장론> 강의를 맡게 되었다.
나를 교회로 인도한 어머님이 1979년 3월 9일 큰형님 집에서 돌아가셨다. 큰형님이 조계종 총무원 총무과장으로 계셨기 때문에 불교식의 장례를 치를 것을 예상하셨는지 어머님은 기독교장으로 해달라고 나에게 유언을 하셨다. 형님께는 차마 그 말을 못하신 것 같았다.
우리집 형제자매는 종교가 매우 다양했다. 큰형님은 불교 조계종 간부이시고, 누나는 가톨릭, 나는 기독교, 내 동생은 여호와의 증인을 믿고 있었다. 종교에 대해서 우리 형제들은 남의 종교를 비방허가나 간섭하지 말 것과 자기 종교에 대한 권유와 의사도 일체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문제가 생겼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의 종정과 총무원장이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 과장 어머님의 장례는 총무원이 맡아서 하고, 500m까지 등을 달아주겠다.”는 제의가 들어와 형님이 난감한 입장에 처해졌다.
나는 고인의 유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고, 형님은 직장의 문제라 정말 어려운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딱한 입장이었으나 마침내 나의 의사에 따라 기독교식 장례의식으로 결정했다.
목사님과 교회 신도들의 찬송과 기도가 끝나면 기다리고 있던 승려들이 염불을 하고, 가톨릭 신부님과 신도들이 기도하고, 여호와의 증인들이 기도하는 그야말로 국제종교 예배가 진행되어 희비극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머님교회의 신도들은 물론, 서대문성결교회의 엄호섭 목사와 이용호 장로도 줄곧 오셔서 조의를 표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