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하순경 성결교신학교 재단이사장과 명지대학 도서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응호 장로께서 나에게 오더니 “장 선생 성결교회신학교 증원, 증과 서류를 문교부에 제출했는데, 혹시 문교부에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튿날 세종로 정부청사 뒤편 다방에서 이응호 장로와 나는 문교부 친구를 만났다. 이응호 이사장이 그간의 사정을 말하자 그 친구는 “학교에서 올린 증원, 증과 신청은 하나도 안됩니다. 청와대에서 증원, 증과를 억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더더구나 신학교의 증원, 증과는 더 강력하게 통제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 하나의 길은 있습니다.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유아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보육과를 신청해보면 사정이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가느다란 희망의 실마리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 이미 신청한 것을 취소하고 보육학과를 신청한 결과 12월 10일 증과의 허가가 떨어졌다. 전국 신학교에서 신청한 증원, 증과에서 성결교신학교의 보육과만이 유일하게 인가된 것이다.
다음해 8월말 이응호 이사장으로부터 YMCA 그릴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 장로는 그 자리에서 성결교신학교 전영식 학감과 박재호 사무처장을 소개해주었다. 식사를 하는 중에 전영식 학감이 증과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재단이사로서 학교를 도와주시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나는 몇 차례 사양하였으나 세 사람의 간곡한 권유를 받고 1980년 9월 법인이사로 취임해서, 작년인 2004년 9월까지 성결교 신학원 3재단 및 선결대학교와 24년간 애환을 함께한 것이다.
1981년 10월에도 증원, 증과 문제로 문교부와 접촉하여 100명 정도의 증원에 간여하여 학교의 일에 협조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전영식 학장이 부탁한 좋은 교수 초빙에 김유조 교수(현재 건국대학교 부총장)를 비롯한 몇 사람의 교수를 추천했다. 그 교수들은 지금 성결대학교의 핵심이 되어 학교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석학들로 인정받고 있다.
이응호 장로가 6대 이사장이 된 후 대학의 인사문제를 비롯한 재단 운영의 문제와 장학금 후원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이슈가 되어 학내소요가 일어났다. 이사장의 퇴진이 중심 이슈였다. 물론 이사장에게도 약간의 잘못이 있기도 했으나 일부 교단 목사들이 배후에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사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성결교 교단 총회본부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 있었다. 대다수의 이사들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나는 이러한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사퇴하게 된다면 전례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끝까지 반대했으나 학생들 데모대가 오자 이사장은 학생들 앞에서 사임을 선언하고 말았다.
9월 15일경 한강수 장로가 제7대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그해 12월 28일 성기호 박사가 제4대 교장으로 부임했다. 성기호 박사의 교장 취임은 교수협의회의 결의와 이사회의 지지로 무난히 성사되었지만 총장을 희망하고 있었던 일부 인사들의 2반대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 학벌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가장 적절한 인사의 선택이었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1990년 초부터 성결교 신학교를 성결교신학대학으로 개편하는 추천위원으로 나와 이민구 이사가 선임되었다. 나와 이민구 목사는 동분서주 하면서 최선을 다했고, 한강수 이사장의 지원도 있어서 1990년 9월에 개편 가인가가 나고 다음해 3월 1일 성결교신학대학으로 개편되었다.
당연히 성기호 교장이 학장으로 승인되어야 했지만, 반대하는 이사들도 있어서 학장 선임은 투표까지 가는 절차를 밟아야했다. 학장 선임 투표는 이사 15명 중 8명이 지지하여 간신히 통과하게 되어 이때부터 이사회와 교단, 학교의 구성원들 사이에 패가 갈리는 갈등을 겪게 되었다. 고소, 고발 등 소송 사건이 난무하고 음해하는 괴문서가 뿌려져 학교와 교단은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1994년 6월 성기호 총장이 제2대 총장으로 취임한 시기에는 교단과의 갈등이 더 심해졌으나 차츰 안정되어 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성 총장을 반대하는 이응호 장로는 성 총장을 지지한 나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대문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성결대학교 교수들과 이응호 장로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기류를 견뎌내지 못한 신춘자 교수가 교회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나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의사를 개진했다.
그런데 내가 경주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한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교회에 출석하니 내 이름이 주보에 빠져 있었다. 나는 경주로 내려가서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를 뭐라고 말할 없다고 하기에 2주 후 신춘자 교수에게 본격적으로 교회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그리하여 신춘자 교수의 집에서 예배를 보면서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중에 이응호 장로가 경주까지 내려와 교회개척을 중단해달라고 말했으나 나는 이미 강을 건너버렸다는 말로 완곡하게 거절했다. 6개월 후 방배동 상문고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임시 건물에 이선환 목사를 모시고 <남서울제일교회> 창립예배를 드렸다.
처음에는 장로인 나와 신춘자 권사, 이강선, 김창민, 이일숙, 배정웅, 이상설, 강신주 집사 등 교인이 10명 정도밖에 안되었으나 차아 불어서 30여명에 이르렀다. 목사의 숙소 문제로 논산에서 출퇴근 하는 이신헌 목사가 사임하고, 김평수 목사가 2대 목사로 부임했으나 전도와 상시 출근 등의 문제로 교인들과 약간의 마찰이 있어서 2000년 10월에 사임했다.
그해 12월 교단 총무인 엄호섭 목사와 협의하여 독립문 근처인 종로구 행촌동 예성총회 본부 건물로 옯겨 <서울교회>로 개명하고, 지금 100여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교회가 되어 하나님의 은사를 받고 있다. 엄호섭, 최윤형, 김성일, 유종호 목사를 비롯해서 나, 이강선, 차주홍, 김용호 장로와 유해춘, 최호성, 최승수, 이상민 등의 안수집사와, 40여명의 집사가 모이는 규모로 교회가 성장되었다.
성결대학교는 1998년 제3대 총장에 성기호 박사가 연임하여, 학교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학교와 학생 수도 많이 증가되었고, 한강수 이사장도 학교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고 많은 지원과 관심으로 학교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총장과 이사장은 학사 진행과 학교 경영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나에게 자문해왔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자문에 응하여 학사행정에 협력했다.
한강수 이사장이 노환으로 장기 입원하여 이사장 업무가 수행이 불가능 해지자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이철용 이사가 이사장 직무대리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이사 임기 만료로 김재용 이사가 직무대리를 거친 후 지금은 김재용 목사가 이사장으로 재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2002년 성 총장의 4대 총장의 연임을 바라는 이사들도 과반수 정도는 되었으나, 누구는 너무 오래하면 주변이 썩게 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아지면 저항이 강해져서 본인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교수와 직원들의 분위기는 이미 연임에 반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자칫하면 성 총장의 명예에 두고두고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명예로운 퇴진으로 존경받는 영원한 총장이 되시기를 건의했다. 그러나 개인의 이해가 걸린 주변 인사들은 학내외의 분위기와는 아랑곳없이 연임을 강권하여 이사회에서 투표까지 가야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투표의 결과는 김성영 부총장과 동수가 나왔으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지금까지 성 총장이 쌓아온 명예를 무너뜨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2차 투표 후에 동일한 결과가 나오자 성기호 총장은 총장 자신을 총장 후보로 지지했던 일부 이사가 강력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김성영 부총장을 총장으로 추대했다. 성기호 총장은 성결대학교 발전을 위해서 정말 훌륭한 결단을 내려준 것이다.
2000년 5월 7일 제4대 총장에 김성영 박사가 취임하여, 학교는 전임 총장이 닦아놓은 튼튼한 기초위에서 학교의 면학분위기와 시설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치밀한 계획과 성의 있는 학사행정은 대학의 학사는 항상 보수와 개혁이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교단과 재단, 총장과 교수, 직원, 학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성결대학교의 앞길에는 무궁한 발전만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