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순경 경주 시장으로부터 “이번 예산편성에서 <동리ㆍ목월기념관건립사업회>은 빠졌다면서요?” 라는 말을 들었다. 이미 기획예산처 직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사실은 통고받고 있었지만 그때의 심정은 정말 난감했다.
예산편성 담당자는 몇 차례나 예산처를 찾아온 나의 입장을 측은하게 여겼던지 “총장님, 행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동리, 목월기념관건립>이라는 아이템은 누가 봐도 객관성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는 김일윤 의원이 국회 문화관광부 소속이기 때문에 김 의원을 찾아가 상황을 말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성사시켜 줄 것을 부탁하고, 이미경 의원을 다시 찾아가서 <당ㆍ정협의회>에서 잘 처리하여 신년도 예산에 반영되도록 부탁했다. 김일윤 의원과 하선규 보좌관은 이 일을 위해서 상당히 고심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9월 24일, <동리ㆍ목월기념관건립사업회>가 사단법인의 인가를 받고 10월 18일 등기를 완료하게 되었다. 법인의 인가는 신평 변호사의 법률자문과 박형채 사무국장의 치밀한 업무로 성사되었다.
박형채 사무국장은 교통비 한 푼 받지 않으면서도 매일 출근하여 경리를 비롯한 제반 업무를 챙겨 사무실 운영에 차질이 없게 하는 등 기념관 건립추진에 이바지한 공로가 많다. <동리ㆍ목월기념관>과 더불어 그의 성의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서영수 부회장과 오해보 부회장도 매일 사무실에 와서 업무상황을 점검하는 성의를 보여 사업추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11월 중순경 민주당과 기획 예산처, 문화관광부가 참석한 <당ㆍ정협의회>에서 기념관 건립예산이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너무나 기뻐서 이 말을 들은 날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후문(後聞)으로 이미경 제3정조위원장과 윤철상 의원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전달받았다. 거기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는 이미경 의원의 <후원회> 회원이 되었다.
<당ㆍ정협의회>에서 되살아난 예산은 아직 정식 예산으로 계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의 도비 편성을 위해서 11월 8일 경상북도 도지사와 경상북도 도의회 의장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 내용과 서명자는 중앙기관에 낸 것과 동일한 청원서를 오해보, 서영수 부회장, 박형채 국장, 나 네 사람이 11월 7~8일 도지사의 도의회 의장을 방문했다.
우리들은 가지고 온 청원서를 제출하고 국비 예산에 맞추어 도비의 예산편성에 반영해주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12월 3일 도의회 의장으로부터 기념관 보주금 지원에 협조하겠다는 회신을 받고, 이원식 경주시장을 만나 경주 시비(市費) 지원관계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경주시의회 신성모 의장과 이진구 예결위원장을 만나 경주 시비 지원 건을 논의했다.
국비 12억 원이 국회에서 <동리ㆍ목월기념관> 건립지원금으로 통과되어 2002년 예산으로 확정되었다. 전체 액수는 처음 신청한 대로 40억 원이었으나 기획예산처에서는 국비지원액을 전액 액수의 30%만을 지원한다는 규정을 적용하여 12억 원으로 계상하여 국회를 통과시킨 것이다.
이것을 근거로 도비로 30%를 적용하여 8억 4천을 계상하여 2년여 건축기간을 감안 2002년도의 지원금을 4억 2천만 원 예산으로 편성되어 도의회에 통과되었다.
나머지 19억 6천이 경주시의 몫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되니 경주시 당국과 시의회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억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9억 6천의 증액은 경주시의 예산으로는 큰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이것 때문에 그 이후 두고두고 문제가 되었다.
2001년 9월부터 사무실 직원으로 백성숙이 들어왔다. 백성숙은 전화국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사무업무 처리가 처음에 일했던 직원보다 훨씬 더 능률적이었다. 재무와 회계 관계의 일도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었지만, 재무, 회계 전공인 박형채 사무국장에게 배워서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할 만큼 성숙해 있었다.
2002년 1월 2일부터 3월까지 장윤익, 오해보, 서영수, 박형채, 박기태 상임이사와 건축, 섭외를 담당한 김경대 교수는 부지 선정의 일로 시장과 관계 실무자 면담, 경북개발관광공사 임원과 실무자 면담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3월 6일에 <기념관 건설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 모임은 기념관 건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구성한 것이다. 이 추진위원회는 공동위원장에 이원식 시장, 장윤익 회장, 부위원장에 오해보 부회장, 위원에 경주시 기획문화국장, 건설국장, 문화예술과장, 박형채 사무국장, 윤기일 경주문인협회 회장, 간사에 경주대 김경대교수와 경주시 문화예술과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건설추진위원들은 3월 27일과 5월 8일 경북관광개발공사 전무실에서 가진 부지매입관계 회의에서 대상이 된 부지가 적합한지 어떤지를 현장을 탐사하여 확인하고 추진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부지매입 요청서를 경주시 문화예술과에 제출했다.
7월에는 보다 좋은 기념관을 만들려는 의욕에서 장윤익, 오해보, 서형수, 박형채, 박기태 상임이사가 <효석문학관>, <청마문학관> 등 이미 건립되어 있는 기념관들을 견학하고 거기에 근거하여 기념관 건립 추진의 계획을 세워 경주시장 및 관계 공무원들과 몇 차례 논의했다.
도비지원을 조금이라도 증액해 주면 좋겠다는 시 당국의 요청에 장윤익 회장과 오해보 부회장, 박기태 이사, 김경대 교수 등이 경상북도 지사와 기획예산실장, 문화예술과장, 도의회 의원 등을 만나 경주의 사정을 전달하고 처음 문화관광부에 올린 10억을 그대로 추경예산에 반영해주면 좋겠다고 건의하여 11월 14일 도비가 1억 원 증액되어 9억 4천이 증액되었다.
문학관 건립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이의근 지사와 예산편성을 담당했던 최윤섭 실장을 비롯한 도청공무원들과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지역 도의원 최원병, 이달, 이상효 의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18억 6천의 시비 지원금은 시의회에서 통과되었으나 부지 문제는 시의회와 협의한다는 단서가 붙어서 기념관 건립 추진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해를 넘기게 되었다.
<동리ㆍ목월기념사업회> 간사를 맡아서 기념관 건립 추진 발기인대회의 개최와 현판식 행사 등을 위해서 열성적으로 봉사했던 경주대 김주현 교수가 경북대학교로 전근했다. 후임 간사에는 경주대학교 손진은 교수가 맡아서 아주 치밀하고 체계 있게 간사업무를 수행하여 사업추진에 크게 이바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