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직원들에게 또 강조한 것은 '풍남스크린은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은 아무리 돈이 된다 해도 절대 안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입만 벌리면 '국산품 애용'을 강조했고, 집에 와서도 그것은 철칙이었다.
“오늘 샀는데 내일 망가지더라도 내가 또 사줄 테니 꼭 국산품을 쓰세요.”
그런데 그렇게 사장님이 근검절약을 강조하니 사원들에게 인색하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이는 자기 자신에게 쓰는 것과 낭비하는 것에는 질색이었지만, 남한테는 항상 후하게 베풀었다. 그래서 가끔 내가 뭐라고 지청구를 주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보, 지갑은 항상 비어 있어야 또 채워지는 겁니다. 지갑에 있는 돈은 써야지 또 채워지는 거예요. 이게 확 차 있으면 들어 올 구석이 없어서 안 채워져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돈을 쓸 데가 있으면 그야말로 아깝지 않게 썼다.
매년 창립기념일인 4월 28일이면 전 사원이 회사 야유회를 가는데, 항상 넉넉하고 풍족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것이 몇 년 뒤부터는 부부동반 야유회로 발전하였고, 총각 사원들은 애인까지 동반하도록 했다.
한 번은 야유회를 송도로 갔는데, 마침 세일기계 사람들도 그곳으로 야유회를 와서 반가운 조우를 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고오식 사장님을 비롯해서 친했던 옛날 동료들도 많았으니 남편과 나는 인사를 나누느라 한참 동안 소란스러웠다.
뜻밖의 만남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두 회사 간에 축구시합을 하기로 했다. 어쨌든 기왕 시합을 한다면 이겨야지! 양쪽 팀 선수들이 선발되자, 나는 세일기계 쪽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하는 데 앞장을 섰다. 한 손엔 소주병, 한 손엔 컵을 들고서. 그 반면에 풍남 쪽 선수들을 격려할 때는 콜라병을 들고 따라주었다.
그렇게 해서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풍남 사장님은 누가 소주로 그렇게 격려를 많이 해주었는지 연신 헛발질로 공차기보다 넘어지는 게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좋아서 허허허…! 결국 세일보다 풍남 쪽에 취한 사람이 더 많아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악의 없는 행동들이었고, 지고 이기는 게 무슨 상관이랴! 모두들 공을 차는 건지 흐느적흐느적 무용을 하는 건지…… 직원 가족들은 웃느라고 뱃살이 당기고 하루해가 가는 줄 몰랐던 즐거운 추억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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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부부동반 회사야유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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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5주년인 2000년에는 회사 야유회를 제주도로 갔다. 기혼자들은 가족 동반, 미혼자들은 애인까지 동반하여 무려 120명이나 되었는데, 덕분에 대한항공에서 감사장까지 받았다. 2박 3일 일정에 4천만 원 정도의 경비가 소요되었지만, 관광버스 2대를 대절하여 관광지를 돌아보고, 고사리며 더덕도 캐고 가는 곳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온 가족이 즐거울 수 있었으니 고마운 일이었다.
남편은 집이 너무 멀어 출퇴근이 쉽지 않은 사원들의 편익에도 관심을 가져 갈산동에 아파트를 사서 숙소를 마련했다. 그것이 한 채, 두 채 늘어났고 처음에는 독신자나 장거리 출퇴근자용 이었다가 저소득 사원용의 사택으로 변해 갔다. 그래서 지금은 갈산동과 논현동에 15평에서 24평까지의 아파트 9채가 싼 값의 임대료만 받고 제공되고 있다.
또한 회사에 근무한 지 만 5년이 된 직원에게는 회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보내주고 있고, 10년이 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있는 제도는 업계의 다른 회사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풍남스크린은 남동공단에 있는 기업은행과 거래를 하다가 95년 집을 송도로 옮기면서 기업은행 송도지점과 거래를 시작했다. 이남식 지점장님 부부도 같은 천주교인이라 우리는 부부지간에 쉽게 친해졌고, 남편과 지점장님은 두 분 다 두주불사라 참 술도 많이 마셨다.
그 후 97년 무렵 스크린 바스켓에 코팅을 입히는 기술이 새로 개발되었는데, 그 설비를 갖추고 작업을 하기에는 1공장이 너무나 비좁다는 문제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 지점장님의 소개로 남동공단에 2공장을 사게 되었다.
'필터 스크린'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공장에 개발실을 차리고 온갖 설비를 갖추어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여 1공장에서는 스크린 바스켓 생산, 2공장에서는 스크린 바스켓 코팅 작업과 필터 스크린 개발 작업으로 분담되어 회사규모가 커지면서 활발하게 움직여 나갔다.
남편은 그에 따라 영업활동을 더욱 강화하였다. 영업사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술자리가 잦아졌고, 일 때문에 야단치고 혼낸 직원을 위로해준다고 또 마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