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다 보니 손이 너무 망가졌다. 음식은 손맛으로 하는 것이고, 집에 와서도 실습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구들은 이것저것 먹어 볼 수 있으니 늘 행복해 했다.
"엄마, 오늘 메뉴는 뭐예요?'
“엄마, 저번에 만들어 준 거 한 번 더!"
그럴수록 나는 신이 나고 좋아서 힘든 것도 잊은 채 매일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야, 우린 엄마가 조리사 자격증 따시면 맨날 맛있는 거 실컷 먹을 수 있겠다."
그렇게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막상 자격증을 딴 다음부터는 별로 안 해 줘서 식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초 ·중 ·고둥학교 다닐 때, 아침이면 막내 세용이 것 하나, 중․고등학생 2개씩, 도시락을 5개씩이나 쌌다. 그것도 반찬을 서너 가지 넣어서 화려잡채로 만들어 보냈다. 그러려니 주방에는 아침마다 도시락 반찬으로 그득했다. 그렇게 바쁜 생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것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게 엄마의 보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애들이 완전히 인기 만점이었다.
"니네 엄마는 요리사냐 요술사냐?'
“니네 엄마는 정말 대단한 분이다. 우리 엄마는 그 시간에 일어나시지도 않아.”
애들이 식은 걸 먹는 것만 해도 가슴 아프니까 맛있게 골고루 영양섭취라도 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싸 주었다. 마치 일생을 가족들 반찬에 신경을 쓰고 산 것 같을 정도였다.
도시락에 대한 인상이 깊었던 애들 친구들은 지금도 만나면 "니네 엄마 잘 계시냐? 지금도 반찬 그렇게 잘해 주시냐? 고 묻는다고 한다.
그 정도니까 우리 애들이 한때 상당히 뚱뚱했다. 큰딸이 84, 작은딸이 83, 남편이 86, 내가 67킬로였고, 세용이는 지금도 100킬로그램이 넘는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이 좀 작은 아파트의 승강기에 타면 삐 소리를 내고 움직이질 않을 정도였다.
나는 아들을 낳고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서 그런지 살이 찌고 배가 나왔다. 우리 친정 식구들도 다들 뚱뚱했다. 친정엄마도 뚱뚱했고 언니나 오빠들도 키가 크고 덩치가 큰데 내가 제일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대문 밖에 서 있는데, 이웃집 사람이 지나가다가는 홈드레스 입은 내 배를 만지면서 이러는 거였다.
“루시아 씨, 세용이 동생 가졌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그 말에 충격을 받아 그때부터 새벽 4시에 산에 올라가는 모임을 결성했다. 성당 다니는 옆집 앞집 아줌마들 12명이 모이는데, 안 나온 사람이 있으면 집 앞에 가서 나지막하게 휘파람을 불거나 손뼉을 쳤다.
산에 올라가면 제법 넓은 공터도 있어서 배드민턴도 쳤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집에 오면 1시간 반쯤 걸렸다. 그러기를 1년쯤 하니까 배가 들어갔다. 배가 들어가고 건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새벽부터 수다 떨고 우스갯소리 하면서 산이 떠나가도록 웃어 제치고 그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열게 되니 보람되고 의욕적인 하루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