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있을 때 성당 쪽 분들은 박노광 요셉 , 김창례 루시아를 꽤 좋아했다. 남편이 불우한 가정을 돕는 대건회의 부회장으로 성당봉사단체 에서 후원 역을 잘했고, 나도 열심히 봉사활동에 매진할 때였다.
덕분에 그러면서 입교를 많이 시켰는데, 우리 집 바로 옆에 사시던 상아 할머님께는 10년 넘게 담 하나를 사이 에 두고 친하게 지내면서도 할머님을 입교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신앙인으로서 어르신에게 귀감이 되지 못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나를 보시더니 “집이는 왜 나보고 성당에 가자고 안 해요?”하시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매우 흐뭇했다.
그래서 얼른 입교 용지를 갖다 드리며 설명을 드리고 입교를 시켜드렸다. 지금 대녀인 아네스도 어머니와 함께 영세를 받게 했는데, 남편 되시는 분의 경우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내가 끊임없는 도전으로 회유한 경우다.
그분은 전직 공무원으로서 청렴결백하고 깐깐하게 사셨던 까닭인지 자기 고집이 강하여서, 내가 입교 말을 꺼내자 상아 할머님은 고개부터 설레설레 흔들었다.
"괜한 수고만 하실 것 같으니 아예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분 가족들이 너나없이 만류하였지만, 나는 그분에게 슬며시 다가가 권유를 하기 시작했다. 입교를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천주교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강변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만날 때마다 “가족이 정신적으로 일체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어요?” 라는 말만 강조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2개월 만에 허락을 받고 입교를 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입교시킨 영세자가 35명이나 되면서 대부 대모를 서기 시작하여 70명의 아들딸을 두게 되었다.
대자모임도 있었다. '대육회'는 그 막강 파워의 대표적인 모임이었다.
우리 부부가 영세 대부 대모와 더불어 견진 대부 대모까지 선 여섯부부의 대자 대녀가 결성한 모임인데, 십수 년 동안의 지난날들을 회상해 보면 만나면 그렇게도 반갑고 즐거운 모임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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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모회 회원들과 수녀님을 모시고 춘천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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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만나면 소주를 박스째 갖다놓고 마시면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정담을 나누며 호호, 하하 대니 대육회 명칭이 일명 '하하부대'다. 봉사활동도 수없이 같이 다니고 설악산으로, 해운대로, 제주도로 수많은 여행도 같이 했던 그 즐거웠던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한데, 이제는 다들 나이가 들어 술 마시는 것은 많이 자제하고 있다.
봉사활동 중에서 큰 보람이었던 것은, 150분의 할아버지 · 할머니들과 함께했던 소사성당의 노인대학 봉사였다. 기쁨반 · 평화반 · 은총반 · 요셉반 · 마리아반 · 안나반 등 9개 반에는 각각 담임교수들이 있고, 그분들을 대표하는 주임교수, 대건회 회장이 겸임하는 대학장, 대학 업무를 주관하시는 수녀님, 신부님이 노인대학을 이끌었다. 하지만 모든 실무는 주임교수인 내가 담임교수 분들과 협의하여 처리해야 했다.
할아버지 반은 요셉반 하나뿐이고, 나머지가 모두 할머니 반이라 교육과정은 할머니들이 나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의욕적으로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나는 서울 노인대학 본부에 가서 자료를 갖다가 커리큘럼을 실질적이고 다양하게 짰다. 전문강사를 초빙하여 레크리에이션, 창, 무용, 에어로빅 , 가요, 수지침 등등의 과목을 마련했는데, 하나같이 노인 분들의 건강과 교양을 도모하면서도 재미까지 곁들인 시간이어서 인기 만점 이었다.
창은 김석숭 선생님이 맡으셔 학생들을 흥겹게 해주셨는데. 나도 전문강사는 아니지만 가요시간을 맡아 무반주로 노래를 가르쳐서 제법 인기가 높았다.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서울 본부에 가서 김경호 강사선생님께 직접 배우고 옆에서 총무가 비디오카메라로 찍어다가 학교에 와서 그걸 보며 가르치는 극성을 부렸다.
교구 체육대회에도 출전하여 노인대학 에어로빅 인기상을 타고 금일봉까지 받았다. 마음은 저만치 가고 있는데 몸은 여기서 주춤거리는 분들과 그걸 해내려니 맹연습을 수없이 해야 했고, 그분들이 싫증내시지 않도록 갖은 애교도 부리고 독려하면서 소리를 질러대야만 했으니 모든 교수님들이 밤이면 밤마다 몸과 마음이 파김치가 되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도 커서,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 분들이 당시를 너무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해 준다. 게다가 노인대학이 그렇게 활성화되니 그분들의 긍지도 커져 의욕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린 학생이지 할머니가 아니다.”
즐거운 생활 속에서 항상 긍지를 갖고 그런 말씀을 하시곤 하여 우리로 하여금 가슴 뿌듯하면서 피곤함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