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1학기를 마쳤을 때 민선이의 진로에 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대로 원광대를 마치기보다는 어학연수라도 다녀오는게 바람직할 것 같아 보였다. 의논 결과 가족들의 의견도 그랬고, 본인도 그게 좋겠다고 하여 호주로 1년 예정의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다. 그것도 이왕이면 한국 학생들이 없는 데로 가고 싶다고 하여 호주 시드니 근교의 시골 학교로 정했다.
딸애가 떠날 날이 다가오면서 애 아빠는 너무 안타깝고 섭섭했는지 “민선아, 진짜 가야겠니?” 소리를 수도 없이 하였다.
그래도 그날은 어김없이 다가와 떠나기 전날이 되었고, 그때는 유학이 드물 때여서 대육회(대자대녀 모임)에서 모여 우리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송별식까지 치렀다. 그리고 우리 딸은 공항에서 명랑하게 손 흔들면서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눈물이 나왔지만 부모님이 슬퍼하실까봐 참느라고 힘들었다는 말을 나중에 하였다.
그리고 몇 개월 만에 편지가 오고 나서 알게 된 사연이지만, 민선이는 처음에 고생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호주 사람네 집에 가서 살게 되었는데,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낯선데다가 바퀴벌레에 쥐까지 있는 창고를 방으로 급히 꾸며서 준거였다. 거기다가 금요일마다 주말여행을 떠나버려 혼자 음식을 해먹어야 하는데, 양식을 만들 줄 모르니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꼬박 굶어야 했다. 또 그 집의 4살 먹은 아이가 톡톡 때리며 인종차별적으로 구박을 하여 정신적 고통이 무척 심했다.
하지만 엄마 아버지가 걱정할까봐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학교에 공부를 하러 온 한국인 신혼부부를 만나게 되었고, 사정 얘기를 들은 그 오빠가 아내를 설득하여 그 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 고마웠다. 전화 통화를 해보니 목소리도 다정했고, 우리에게 ‘어머니 아버지’ 라고하면서 자식처럼 살갑게 대해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그 후 민선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풍남에서 2년쯤 근무를 하다가 미국 아리조나 주로 유학을 가, 선더버드 대학원에서 국제경영마케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그 어렵다는 MBA를 마쳤다. 원광대학교로, 호주로, 미국으로 고달프고 힘들었던 객지생활 11년의 뿌듯한 결실이었다.
그 호주 오빠는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들과 좋은 유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민선이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훌륭한 의논 상대자가 되어 주고 있다. 그 또한 민선이가 오랜 세월 고생한 결실인 셈이다.
나의 영원한 지지자였던 아버지
항상 포근하시고 유머가 있으셨던 아버지는 어머님과 함께 자녀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셨고 저희가 하고 싶다는 일을 항상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밀어주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들 딸 구분 없이 자녀들을 항상 평등하게 대해 주셨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모임 형식으로 외식을 할 정도로 신경을 써주신 부모님과 그런 모임이 있을 때마다 집안일이나 회사 일들을 어린 저희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시고 의논을 하셨던 아버지는 항상 저희들을 존중해 주셨고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고 노력하시는 모습은 저에게 항상 일등 아버지로써 가족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깨우쳐 주셨습니다.
회사에서는 호랑이 사장님으로 불리실 정도로 엄격하시 집에서와는 너무나 다른 아버지의 모습에 놀랐지만 그래도 사업가는 신용이 중요하 시다며 결제 일을 항상 챙기시고 고객뿐만 아니라 구매거래처 사람들에게도 잘 대해 주시던 아버지의 털털한 모습과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세계유수의 경쟁사들에게 인정받고 파트너를 하자는 제의를 받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미래를 보시는 안목과 나라를 걱정하시는 모습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사업을 하려는 저에게 너무나 존경스러웠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아버지가 계셨기에 저희 집안은 정말 평화스러웠고 좋은 기억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항상 친구들에게 행복한 가정이라는 부러움을 받으며 저는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을 정도로 행복한 삶과 추억을 갖게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부모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열심히 어머니를 공경하며 가족들을 위하고 함께 정답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버지의 큰딸 민선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