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우등생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도 전교에서 5,6등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 한양공대를 가고 싶어 했는데, 서울로 가는 전철도 고달프고 하니 넉넉하게 합격할 수 있는 인하대 금속공학과로 낮춰서 지원하여 가볍게 합격하였다.
그런데 백 명이 넘는 학생 중에 여자가 2명뿐이어서 갈수록 남자가 되어갔다. 그리고는 풍물 동아리에 가입하여 회장까지 하더니 밤새 대자보를 써가지고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한겨레신문만 봐야 된다고 생각했고, 자본가니 착취자니 헛소리(?)를 많이 하니 우리는 너무나 기가 막혔다.
그러다가 2학년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아버지의 권유로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다. 1년 동안 미국에 갔다 온 다음부터는 장학금까지 타 가면서 착실히 공부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마친 다음, 동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잠을 두세 시간 밖에 안 자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재료공학 석사를 마쳤다. 아버지가 박사과정까지 밟겠느냐고 딸애의 의사를 물어봤으나 취직을 하겠다고 했다.
“박사는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일진그룹에 원서를 넣었는데, 이공계통에서 여자가 취직하기 쉽지 않다는 주위 의 우려를 잠재우며 당당히 입사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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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에서 든든하고 재주 많은 두 딸의 호위(?)를 받으며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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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경기도 송탄이어서 출퇴근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주거지를 옮겨야 했는데, 회사에서 투룸까지 얻어 주어 아주 편안하게 회사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6개월쯤 되었을까, 마침 풍남이 벨기에의 트라이슬롯이라는 회사와 합작회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되면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데, 니가 와서 해보지 않겠냐? 니가 잘 아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둘째딸은 우리 회사 설계실에 근무를 시작했다. 그 후 벨기에 쪽과는 잘 되지 않아 결별하고 말았지만, 재선이는 유능한 설계요원으로서 근무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원에서 국제경영 마케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사랑하는 아빠께
아빠! 잘 지내고 계시죠?
엄마, 언니, 세용이 그리고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의 빈자리가 허전하긴 하지만요.
엄마는 언제나처럼 바쁘고, 부지런하게 지내세요.
그래도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저희가 잘 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아빠가 항상 하늘에서 지켜봐 주시는 거죠.
전 아직도 아빠가 옆에 계신 듯 해요.
집안 곳곳에 아빠의 숨결, 흔적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거든요.
죄송해요.
계실 때 좀더 잘 해드렸어야 했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사랑해요” 하고 한마디 해드리지 못 한게
얼마나 아직도 후회가 되는지요.
늦었지만, “아빠, 사랑해요. 아주 많이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엄마께는 저희가 정말 잘 할께요. 쓸쓸하시지 않도록이요.
언니, 세용이도 잘 할꺼에요.
항상 위에서 지켜봐 주세요.
아빠를 제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둘째 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