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8일 금요일, 강화
오늘 아침 8시에 옥련 6구역 성체조배였어요.
아이들과 강화 파라다이스 추모원에 다녀왔어요. 석물이 다 되었더라구요.
당신 자리가 편치 않아 불편을 느끼시지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오늘 납골당에 보니까 젊은 사람들도 많대요.
그런 것을 보면 조금 위로가 되고요. 나이 드신 분을 보면 많이 속상하더라구요.
여보, 그저 꿈만 같아요. 어디 먼 데 출장 가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저녁에는 성금요일 예수수난예식이 있습니다.
갔다 올게요. 여보, 사랑해요.
2003년 4월 22일 화요일
여보, 어때요? 어제 제사 잘 받으셨어요?
탈상이라고 예식은 했지만 절대 저나 아이들은 당신을 떠나보내지 않습니다.
그렇게도 많은 분들이 당신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오셨습니다.
회사 분들, 223 내외분들, 성신철강, 해창, 다나 남성모임, 연령회, 둥지회, 부천 대자들 등등. 가족 친지들, 150~200명은 다녀가신 것 같습니다.
잘 대접하여 모셨습니다.
오늘은 산에 가서 당신을 제자리에 모셨습니다. 계실 자리에 모셨으니 이제 편안히 쉬세요.
오늘도 비는 여전히 오며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셨어요.
참 고마우신 분들이에요.
앞으로 잘하고 살게요. 꿋꿋하게 잘살겠습니다.
여보, 지켜주세요. 편안한 밤 되세요. 안녕.
2003년 4월 23일 수요일
여보, 오늘 보험회사 전화를 받고, 당신의 성가병원 검진차트를 보고 하루 종일 가슴이 그렇게 미어질 수가 없었어요.
당신같이 꼼꼼하신 분이 돼 그 부분을 지나쳤는지 너무 안타까워요. 병원 측에도 원망이 갔어요.
‘대장검사 요망’이라고 씌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우리는 왜 천치처럼 그걸 중요하게 생각 못했을까요?
제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이미 다 끝난 일이지만 가슴을 치고 싶었어요.
이런 것도 다 운명이라고 해야 되나요?
여보, 제가 너무 어리석었나 봐요. 당신만 믿고 태만해서 일을 당한 거예요.
어디가서 당신처럼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요?
제 잘못이 컸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2003년 4월 26일 토요일
여보, 오늘밤은 저 혼자 있어요. 아이들은 오늘 미국에 학위식에 참석하러 갔어요.
저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수고하신 분들과 함께 태국에 가야 하기에 안 갔어요. 화요일에 떠나서 일요일 아침에 와요.
그동안은 당신 외롭게 계셔야 해요.
여보, 앞으로 많은 날들이 행복이 약속되어 있었는데…….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누리세요. 저는 지상에서 누릴께요.
당신도 그걸 원하시겠지요.
세용이는 시험기간이라 안왔어요.
여보, 두루두루 보살펴주세요.
저는 당신만 믿겠어요.
오늘은 이만 안녕.
2003년 4월 27일 일요일
여보, 당신 오늘 저 보니까 행복했어요? 저도 당신 만나서 너무 행복했어요.
잘 모르겠지만, 가끔 오늘같이 불러주시고 또 만나주세요. 너무 황홀하면서 행복했어요. 오늘 하루를 정말 환상 속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지냈어요.
지금 세용이에게 전화가 왔어요.
세용이는 당신이 목욕탕에 같이 가자고 하셨을 때 못 간 것이 그렇게 마음에 걸리나 봐요. 당신에게 가서 담배 피워드린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잘 도착했다고 아침에 전화 왔어요.
여보, 당신 정말 편안하신 거죠?
저는 오늘의 이 마음을 언제까지고 간직하고 싶어요.
당신도 그렇게 하세요.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