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5일 월요일
여보, 벌써 밤이구려.
며칠 집을 비워 이것저것 정리하고 아이들이 저녁에 도착한다 하여 공항에 나가니 하루해가 다 갔네요.
세용이는 친구 생일에 간다고 가서 아직 안 왔네요.
아이들 잘 다녀오게 해주셔서 고맙구요.
당신께 감사드릴 게 많습니다. 늘 마음속에, 또 아이들과 대화 중에도 감사하는 마음이에요.
여보, 고마워요. 이 밤도 잘 주무세요.
안녕.
2003년 5월 9일 금요일
여보, 오전에 바쁘게 마무리해 놓고 3시 10분 비행기로 두 딸과 함께 제주 집에 왔어요.
오늘 동안에도, 도착해서도 당신 생각이 떠올라 힘들었어요. 특히 여기 계시면서 괴로워했던 모습……. 옷이니 의자니 당신의 흔적을 보면서 한없이 슬펐습니다.
가슴이 무너지고 저리지만 아이들이 있어 참고 또 참습니다.
여보, 얼마나 힘드셨어요. 너무나 당신 생각이 나네요.
이런 사람 저럼 사람 다 잘살고 있는데 왜 당신만이 홀연히 그렇게 일찍 가셔야 했나요.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해요.
가슴으로부터 슬픔이 밀려옴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제 운명은 이렇게 모진 것인가요. 태어나면서부터도 순조롭지 못한 운명, 이렇게 끝을 맺는 것일까요.
당신이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지요. 어느 한 가지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시작도 아니겠지요.
여보, 보고 싶어요!
2003년 5월 10일 토요일
오늘은 아침에 고 사장님과 이영희 씨가 오셨어요. 그분들을 보니까 왜 그리 당신 생각이 나는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고 또 참아 보았습니다.
우리는 그분들보다도 못하게 살았나요?
왜 그리 나 자신이 죄인 같고 초라하던지.
아이들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우도에 갔습니다.
사물이나 넓은 들판이나 바다나 무엇을 보든지 당신 생각에 슬펐습니다.
참을 수가 없도록 가슴이 젖어 왔습니다.
산다는 것, 아무 의미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여보, 당신은 무엇이 부족하여 그리 가셨으며, 저는 무슨 죄가 많아 이런 슬픔을 가져야 하나요.
저는 오늘 너무 슬픔이 밀려 왔어요.
좋은 것을 볼 적마다 어느 하나라도 당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나를 제외한 남들은 모두가 행복해 보였어요.
우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진주식당에 들러 저녁 대접을 받았어요.
커피숍에 가서 차 대접도 받았어요. 미안했고 고마웠어요.
여보, 당신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말 좀 해보세요.
안녕.
2003년 5월 13일 화요일
어제는 하루 종일 눈물이 그치지 않아 아무데서나 누구 앞에서나 진정이 안 되어 추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밤까지 자제가 안 되어 당신께 편지도 못 썼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실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그토록 슬프게 하더군요.
여보, 앞으로 저는 어떻게 지내야 될까요?
사는 의미도 살고 싶은 마음도 다 필요가 없습니다.
생을 마감하면서라도 당신과 만날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저를 재촉하기도 했어요. 그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오늘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속에 가슴을 적시며 오전을 보내고 오후가 되니 좀 진정이 되더군요.
여보, 꿈에라도 나타나서 저를 만나주세요.
당신을 만나면 행복했어요.
당신도 이러는 저 때문에 괴로우시겠지요.
저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에 너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여보, 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