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2일 월요일
여보, 잘 지내셨어요?
어제 새벽에 학원에서 강원도에 다녀왔어요.
좋은 것을 보아도 당신 생각,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당신 생각……. 늘 당신이 생각났어요.
지금 방금 세나젬 하는 중에 잠깐 잠들었는데, 당신이 안방 문으로 머리를 내미시는군요.
“여보”하시면서.
너무 반가워 끌어안고 울었어요.
여보, 고마워요. 그렇게라도 보여 주세요. 반가웠어요.
그리고 멀리 있는 아들 지켜주세요.
재선이는 오늘부터 학원에 나가고, 민선이는 요리학원에 운동까지 시작했어요. 세용이도 운동 시작했다던데요.
이제부터 다들 정상생활로 들어가나 봐요.
항상 옆에 계시어 아이들을 보듬어주시고 위로와 용기를 주세요.
저의 힘만으로는 안 되어요.
여보, 행복했어요. 순간! 안녕히 계세요.
2003년 6월 7일 토요일
여보, 강원도 다녀왔어요.
당신이 안 계신 곳 어디고 가슴 아픈 떠남입니다.
3년 전에는 당신하고 함께 갔었는데 그 사이 왜 혼자가 되고 말았는지.
나의 신세가 한없이 서글프고 처량합니다.
그렇게도 좋아하며 사랑하던 가족 다 버리고 훨훨 떠나 버리니 좋으셔요?
저희들은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냅니다.
오늘은 날이 저무니 더욱 당신이 그리워지는군요.
당신은 그 무거운 짐과 고뇌를 다 벗어 버리고 가볍게 떠나셨나요.
그곳이 정말 편안하신가요?
하느님은 당신을 특별히 사랑하시어 좋은 자리에 앉혀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도 편안히 잠들고 싶어요. 모든 것 다 괴롭습니다.
하지만 나마저 떠나 버리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탱할 수 있을까요?
너무 허전하고 참기 힘들어요.
보고 싶어요.
2003년 6월 9일 월요일
여보, 오늘은 새벽부터 바빴어요.
날씨도 무덥고 뜨거웠어요.
부천 둥지회에 다녀왔어요.
당신 생각이 많이 났지만 참았어요.
회장님 통화를 했는데 회장님도 당신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리셨답니다.
100일 천도제 때, 4월 초파일 때 등을 켜면서도 많이 우셨대요.
당신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기도를 많이 하신대요.
당신은 편하고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요.
그토록 염원하시는 분이 많으시니 말예요.
저도 믿어요.
평소에 당신은 거짓말 안 하고 정의롭고, 근검절약하고 남에게 유익한 일과 말씀으로 인심을 많이 얻었지요.
그런 당신은 좋은 자리에 앉아 계시겠지요.
꿈이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고이고이 보내드릴게요.
편안히 계세요.
안녕.
2003년 6월 11일 수요일
여보, 오늘은 진종일 비가 와요. 지금도 오고 있어요.
그곳은 날씨가 어떤가요?
오늘 오전 컴퓨터교실 갔다 왔는데, 카드메일을 배웠습니다.
예쁜 카드에다 메일을 보내는 거예요.
두 딸에게 보냈고 당신에게도 보내고 싶었지만 이메일 주소가 없잖아요.
아드리아나 내외가 다녀갔어요.
아이들도 당신 뜻을 받들어 잘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고 편안히 계세요.
안녕히.
2003년 6월 16일 월요일
여보, 당신 어제 집에 다녀가셨다구요? 식사도 하고 가셨다고 재선이가 아침에 말하더군요.
내일 아침, 당신 생신이에요.
당신이 계셨으면 연중행사 아니겠어요.
이 부장님도 어떻게 하실 건가 말씀하셨대요.
오늘 밤에 박인하 이사가 다녀갔어요.
사표를 냈다고 하대요. 섭섭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회사가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을 받았어요.
하나둘 나가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섰어요.
여보, 제가 회사 정리한 것 잘한 것이에요? 말 좀 해보세요.
용철 씨 내외도 다녀간 것 아시죠? 예쁜 꽃 사왔어요.
내일 당신에게 가는데, 삼촌들도 오신대요. 부천에서도.
내일 또 만나요. 생신 축하드리고요.
안녕히 주무세요.
2003년 6월 17일 화요일
여보, 당신 생신 축하해요. 그 곳에선 더 잘 지내셨겠지요.
조촐하게 차려드렸어요.
은정네와 용철 내외 함께 아침 먹었어요.
산에는 삼촌들 내외, 고모, 대녀들, 오빠 등 14명 오셨어요.
그러고 보니 당신 하늘나라 가시고 벌써 100일이 지났네요.
당신을 자유롭게 해드려야 하는데 불편하게 해드렸나요? 서서히 풀어드릴게요.
우리는 못내 아쉬워서 당신에게 가까이 가고 깊어 늘 모시고 싶었어요.
여보, 그래도 아주 멀리 가시진 마세요. 우리를 저버리지 마세요.
항상 주님과 함께 행복하세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