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일본의 대학동물실과 서울의 집쥐에서 새로운 출혈열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문이 날아왔다.
아시아 대륙에만 서식하는 야생 들쥐인 등줄쥐라면 몰라도 전 세계에 있는 집쥐와 실험용 흰쥐에서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면 보건학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나에게 인천과 부산항구의 집쥐를 조사해 달라며 연구비를 보내 왔다. 하필 하고많은 도시 중 인천과 부산일까. 영리한 독자라면 곧 눈치 채겠지만 이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대외무역용 항구도시다.
한국에서 출혈열바이러스를 가진 집쥐들이 이곳을 통해 외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곧 동물실 직원들을 동원해 인천 시내와 부두, 그리고 부산 시내와 항구주변의 집쥐들을 잡아 조사했다. 그 결과 부산에선 집쥐의 약 12%, 인천은 놀랍게도 무려 40%의 집쥐가 서울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다. 특히 인천 시내 부둣가 횟집 근처에서 잡은 쥐들의 80% 이상이 혈청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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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1년 일본 도쿄에서 제1차 세계보건기구 유행성출혈열대책회의가 개최 됨 /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필자. 백영환 박사가 왼쪽 앞에 앉아 있고, 오른쪽 서 있는 사람이 오야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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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자 미국, 일본, 홍콩 등 선진국 방역당국에서는 나의 조사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육군전염병연구소에선 미국 쌀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휴스턴 항구에 연구관을 파견하여 주사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계 각국의 항구를 오가는 화물선은 집쥐의 소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떤 해군에선 군함에서 쥐를 잡아 오는 사병에게 군의관이 쥐꼬리를 세어 가며 많이 잡은 사람에게 휴가를 보내 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배엔 영락없이 사람이 먹을 쌀과 고기 등 식량이 있게 마련인데다가 쥐는 매우 헤엄을 잘 치는 동물이기 때문에 막을 길이 없다. 쥐가 없는 배는 곧 바다에서 침몰한다는 옛말이 전해기지도 한다. 그래서인지 뱃사람들에겐 ‘쥐가 없는 배는 타지 말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