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 이어 이번엔 고양이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애완용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양이를 잘못 키우면 뜻밖의 낭패를 볼 수 있다.
일본에는 동물실에서는 환자가 발생하나 시골에서는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었다. 그런데 동물실에 가 본 일도 없는 학생이 니가타(新潟)대학병원 내과에 입원했는데 우리가 혈청 검사를 한 결과 유행성출혈열 환자로 진단되었다. 일본 니가타 시 근처 농촌에 있는 그 남학생의 집에 가 봤더니 산 밑에 집이 있었고 쥐가 많은 곳은 아니었다. 어디서 유행성출혈열에 걸렸을까 갸우뚱했던 필자는 그 환자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애완용 고양이를 두 마리나 기르고 있었는데 고양이를 곁에 두고 잠을 자는 것은 물론 뽀뽀까지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며칠씩 바깥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오곤 하는 꽤 자유분방한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수상하다고 생각해 혈액을 뽑아 검사해 보니 바이러스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였다. 고양이가 집 밖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들쥐나 집쥐를 잡아먹고 들어와 환자에게 옮긴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유행성출혈열이 전파된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디 집 밖으로 내보내지 말길 바란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기 전 한참 약을 올리다 죽이는 묘한 습관이 있다. 발로 쥐를 툭툭 때리며 놀다 쥐가 혼이 나가고 기진맥진해지면 비로소 잡아먹는다. 용을 쓰다 죽은 쥐의 배설물 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고양이에게 옮겨질 가능성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쥐를 잡아먹은 고양이가 감염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