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생성률이 기대치 이하로 떨어졌다는 미육군전염병연구소의 검사 결과는 연구자가 혈청을 인위적으로 비활성화 시킨 탓으로 드러났다. 실제 환자의 혈액과 조건을 같게 해 비활성화 시키지 않은 혈청으로 재조사했더니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고, 미국의 담당자인 코니 스몰존 박사는 내게 사과편지까지 보내 왔다.
한타박스가 물백신이란 모 교수의 연구 결과도 지금 생각해 보니 연구 방법상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가 효과가 있는 백신을 직접 주사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과거의 접종 사실을 사람을 시켜 전화로 물어서 확인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백신이 까다로운 보관이나 유통, 접종 방식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백신에 대하여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이다. 접종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유효한 백신을 제대로 접종했는지 먼저 따져 봤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한타박스의 효능을 가리기 위한 공청회까지 열리게 됐다. 2000년 3월 국립보건원 공청회장엔 의학 전문가 60여 명이 참석했다. 좌장은 국제백신연구소의 이정길 박사였다. 6시간에 걸친 토론이 있었고 공청회의 결론은 한타박스의 효능이 인정되며 앞으로도 군인과 농부, 유행지역 주민, 실험동물을 다루는 연구원에겐 지속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내려졌다. 한타박스의 효능을 인정하는 논문이 70여 편인 반면 효과가 없다고 발표한 논문은 S교수의 한 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탄바이러스가 가짜라고 한 Y대학의 L교수와 그의 부인도 호되게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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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투아니아 공화국 방문 / 유행성출혈열 예방백신 수입 요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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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는 우리나라 신문사와 TV방송에도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마치 특권을 가진 것처럼 사실여부를 검증도 하지 않고 남의 연구 업적을 헐뜯는 기사나 방송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종감을 찾지 않고 짜고 만들어 낸 결과였다.
특히 자연과학의 일정한 전문 분야에 관한 기사는 반드시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만 실수를 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특종기사를 쓰는 데만 눈이 어두워 독자를 오도하고 과학자를 매도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한 사람의 말만 믿고 책임 없이 무엇이든 세계 최초의 발견이라고 대서특필하는 기자나 편집자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런 실수를 하는 기자는 신뢰성을 상실하기 때문에 기자직에서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한국 신문의 신뢰도와 기사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