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의 본연의 임무라 하면 훌륭한 강의와 연구, 그리고 학생 지도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의 대학교수 생활은 거의 50년이 되지만 그 중에서 학생 강의를 한 것은 서울대의대에서 42년, 고려대의대에서 22년, 그리고 울산대의대에서의 6년간이 된다.
가장 오랜 세월 계속하여 강의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의대로 1960년부터 지금까지 42년간이며 다음이 고려대의대로 1973년부터 1994년까지 22년간이다. 그 외에 연세대의대, 인제대의대, 이화대의대, 경상대의대 등에서도 강의하였다.
대학교수의 정년이 65세이며, 퇴직 후에도 계속 대학에서 강의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이 원해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고, 대학에서 초청한다 해도 본인이 수락해야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정년퇴직 후에도 매년 강의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의대와 경상대의대이며, 서울대의대는 모교이고 또 경상대의대에는 나를 좋아하는 이광호 교수가 있기 때문이며, 해마다 한타바이러스와 일본뇌염바이러스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이 두 제목은 내가 일생 연구하여 온 연구 과제이며, 나름대로 훌륭한 연구 업적을 국내외의 많은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내가 정년 후에도 강의를 하고 있는 이유는 후배들에게 한국에서 한국인이 어려운 여건 아래서 어떻게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생생한 경험담을 직접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일생동안 미생물학을 전공하였지만 새로운 병원체를 발견한 사람의 경험담과 강의는 세 번밖에 들은 일이 없다. 1958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인도에서 키아시늘포레스트바이러스를 발견한 미국의 워크 박사의 경험담과 쿠루바이러스의 발견자이며 1978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가이듀섹 박사의 경험담을 서울에서 들었고 1990년에는 에이즈바이러스를 발견한 프랑스의 몬타그네 박사의 강의를 들은 일이 있다.
이렇게 새로운 병원체를 세계 최초로 분리한 학자들의 경험담을 직접 듣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 후학들에게 나의 연구 경험을 가급적 생생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알려 주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항상 강의 후 느끼는 일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진지하고 희망과 용기를 얻은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