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바꾸게 한 미 평화봉사 단...

1960년대 후반 영동지방의 소도시인 강릉에는 미국 선교사, 평화 봉사단원과 공군 병사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었다. 그 당시 강릉에 선교사들이 많았던 이유는 미 선교단체인 팀 선교회가 이 지역 유일의 사학인 관동대학을 경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 미 공군의 최전방 전투비행단이던 강릉공군기지(일명 강릉비행장)는 미 5공군 1993부대가 내가 관동대학에 재직하던 1960년 말까지 주둔하고 있었기에 많은 공군 병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강릉은 신라 당시 하슬라로 일컬어진 고도였지만, 지정학적으로 강릉은 산간벽지와 인접해있어서 당시에 미 평화봉사단원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주말이면 돌체다방에서 살다시피 하며 미국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그 당시 영동지역의 수도 격인 강릉에는 주말이면 미 평화봉사단원들과 공군 병사들이 쇼핑도 하고 친구들과 서로 만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자유스러운 일상이었다. 특히 강릉에서 제일 크다는 돌체다방에는 주말이면 미 평화봉사단원과 공군들이 유난히 많이 들락거렸다. 나는 영어 중에서 제일 약했던 듣기와 말하기를 연습하기 위해서 주말이면 이 다방에서 살다시피 하며 혼자 있는 미국사람만 있으면 용기를 내어 무조건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하루는 약속한 친구가 안 나와서 혼자 있던 평화봉사단원과 오랜 시간을 대화할 수 있었다. 나의 미국유학에 관한 고충을 얘기했더니 이 봉사단원의 얘기로는 미국에는 농업은 이미 사양산업이어서 대학과 정부에서 농업경제학 부문의 지원을 줄이고 학생입학수도 줄이는 중이기에 외국학생으로서는 입학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그때까지 고지식한 나는 몇 년 동안을 농업경제학 석ㆍ박사 과정이 있는 미국 대학에만 응시했고, 그 결과 나의 응시는 보기 좋게 거부당하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내가 미국유학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심정이어서 농업경제를 포기하려고 내심 마음먹고 있을 때였다.

▲ 1960년대 말의 강릉 시공관극장 (지금의 강릉우체국 자리이다)

우연히 다방에서 만난 봉사단원이 경영학은 앞으로 유망한 전공분야일 뿐 아니라 입학하기도 쉽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는 즉석에서 전공을 농업경제학에서 경영학으로 바꾸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금처럼 미국의 대학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때여서, 봉사단원에게 내가 고학을 할 수 있게끔 큰 도시에 있는 대학들의 정보를 다음 주말에 알려달라는 간청을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다음 주말에 친절한 그 봉사단원은 큰 도시에 있고, 경영학이 있는 대학 몇 개를 소개해주어서 결국은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뒷날에 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페퍼다인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1969년 12월 강릉을 떠나 서울로

나와 가족들은 1969년 12월 11일, 강릉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던 KAL YS-11여객기 납북사건이 있기 며칠 전에 관동대학에서 사임하고 대한항공기 편으로 상경했다. 정말 재수가 없었다면 나와 가족 들이 납치된 대한항공기를 탈 수도 있었기에 사람의 운명이란 경우에 따라 밤낮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따라서 사람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전능하신 하나님께 맡기면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순간에도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관동대학에 근무했던 1960년 후반기 강릉 부근에는 북한의 대미ㆍ대한 군사적 도발로 위기가 도사린 현장이었다. 이때의 체험이 40년 지난 후에 북한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 미국은 대규모 군사, 경제, 기술원조와 선교활동을 통해서 가난한 한국에 평화와 경제개발을 지원하였고, 북한은 비인도적으로 대규모 대남도발사건을 일으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에 전쟁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마치 전쟁영화를 수없이 되풀이해서 보는 것 같다. 북한은 대량살상 무기개발과 대남도발사건을 60년 이상을 계속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위기의 고비마다 한미 양국은 무력시위, 경제제재 및 강력한 경고로 북한에 대응했다. 이 같은 북한의 공격적인 도발사건에 한미 양국이 보복보다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대응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 해답은 어디까지나 전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한 국을 방문했을 때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하나의 나무로 보기보다는 숲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라는 발언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나무가 아닌 숲으로 봐야..." 해답을 찾을 수 있어

한반도 통일의 단초가 남북관계 개선이든 북한의 격변상황이든 간에 중국은 남북의 통일과정을 관리하거나 막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어찌 되었건 중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 국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한국의 통일을 경계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정세를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이러한 우려가 북한의 계속된 만행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체제가 중국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하여 북한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도발사건으로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못마땅하게 판단하고는 있지만, 남북이 대치되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 같은 약점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지속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만 과감한 대남도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의 통일을 불가피한 국제정치의 흐름이며 추세로 유추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통일 한국은 미ㆍ중ㆍ러ㆍ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스위스처럼 중립국이 될 수 있는 사전 조정이 필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서 사전에 아무런 조정 없이 중국과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북한지역에 진입하면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