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과의 인연
한국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던 4월에 같은 대학의 송윤근 교수(경제학 전공)와 내 은사요 매일경제신문사의 고문이었던 최호진 교수의 소개로 매경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매경에 논문을 몇 번 투고해서 맺은 소중한 그때의 인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후에도 매경에 가끔은 논문을 투고한 이외에도 실제적으로 나의 북한연구지원(2003), 매경-KAEA Economist Award 제정(2005) 세계지식포럼 중 북한세션조직(2008)과 100인 경제·경영설문조사에도 참여를 했다.
2003년에 북한연구를 시작하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매경 간부들과 만나서 재정적인 지원과 나의 북한연구 소개 등을 요청하자 그들은 머뭇거림 없이 승낙해주었다. 내가 한미경제학회 회장으로 피선된 2005년에 제정하고 2006년부터 실시한 '매경-KAEA Economist Award’는 지금까지 매경의 한결같은 지원에 힘입어 지속되고 있다.
2008년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계속된 매경지식포럼 중 북한세션을 내가 조직했고 또 연사의 한 사람으로 참석을 하였다. 매년 말 동아시아연구원, 한미경제연구소와 매경은 경제·경영 100인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매경에 발표하는데 나는 이 설문조사에 여러 번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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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세계지식포럼의 북한세션에서 패널들과 토론을 하고 있는 필자 [출처 : 매경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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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부족으로 생긴 난청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미국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높이기 위해 경험론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지식은 힘이다.”라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이것은 틀린 말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지식 그 자체는 힘이 아니고 힘의 원천이다. 다시 말하면 정보의 사용은 힘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정보를 선택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지혜가 힘이다. 이것은 나의 체험에서 얻은 작은 결론이기에, 나는 이 말을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한테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1980년대에 시작된 지식·정보화시대가 끝나고 지혜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실력만 갖추고 있으면 우리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따라서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해서 실행에 옮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방할 수 있었던 난청과 이명이 지혜의 부족으로 1994년에 생기는 바람에 나는 또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문명세계의 다섯 단계
스티븐 코비는 [8가지 습관]이란 저서에서 전인교육을 주장하고 있다. 전인교육을 이해하려면 피터 드러커가 제기한 문명세계의 다섯 단계, 즉 석기시대(수렵·채취시대), 농경시대, 산업시대, 지식·정보시대 및 새로 나타나고 있는 지혜시대에 대한 일차적 이해가 주어져야 한다.
석기시대의 기술은 활과 창, 농경시대의 기술은 농기구, 산업시대의 기술은 공장을 위주로 행하여졌기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주로 손과 육체를 사용해서 그들의 생산 활동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정보·지식시대이기에 생산 활동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따라서 능률적인 생산 활동을 위해서는 전인교육과 훈련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이 문명의 다섯 단계는 두 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당대의 평균노동자는 전 단계의 평균노동자보다 50배나 더 많은 생산품을 생산하게 되어 있다. 둘째, 다음 시대는 그 전시대의 대부분의 직장을 파괴한다. 따라서 제조업과 같은 산업시대의 직장들이 점차 사라지는 것은 정부정책이나 자유무역협정과는 별개로 큰 상관은 없다.
대다수의 경제 형태는 산업시대에서 정보·산업시대로 이행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당근과 스틱으로 노동자를 유도했던 산업시대를 통과하여 정보·지식화시대가 시작되던 1980년대 초기부터 전 인간교육으로 노동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논리가 점차 확장되었다.
이처럼 정보시대가 그 절정기에 도달함에 따라 대부분의 지식은 누구나 스스로 획득할 수 있다. 다양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지식을 얻고 사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 단적으로 언급하면 지혜는 정보의 사용, 즉 방향설정이기에, 기본적으로 ‘초점’과 ‘실행’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때 간단한 해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초점과 실행을 두고 하는 경우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지혜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다. 누구도 지혜를 빼앗을 수 없으며, 지혜는 목숨을 잃지 않는 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양도, 빛깔도, 냄새도 없는 무형재산이다. 큰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돈이나 귀금속이나 심지어는 지식보다 더 중시할 것은 지혜이다.
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리 모아 두드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워 지식을 모은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생각하기 위한 기초일 뿐이다. 그러나 지혜 있는 사람은 배운 지식을 사용해서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지혜가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지식은 힘의 원천에 불과하지만 지혜는 그 자체가 힘이다. 요약하면 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열쇠는 지혜라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