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 five senses)은 시각ㆍ청각ㆍ후각ㆍ미각ㆍ촉각 등의 5가지 감각을 통틀어 말하며 감각을 수용하는 수용기관에 따라 분류한다. 시각은 눈이며, 청각은 귀이고, 후각은 코이며, 미각은 입안의 혀이며, 그리고 촉각은 피부이다.
인간에서 외부 자극의 인지는 이 오감에 의해서만 일어난다. 이 오감 중에 어느 하나라도 완전하지 못하면 삶의 질은 크게 감소한다. 나는 이 다섯 가지 오감 중에 50대 중반에 발생한 청각장애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해왔다.
나는 난청(볼륨과 정확성 장애), 이명 및 청각과민증 등 4가지 귀의 질병으로 고생한 것이 거의 25년 남짓 되었다. 난청은 볼륨과 정확성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보청기는 소리의 볼륨을 올려주기에 이 문제는 보청기의 사용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정확성 장애는 대화할 때 말소리는 들리나 무슨 말인지 분명하지 않아 보청기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다.
나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던 1994년부터 미시간에서 유명하다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전문 청각의사를 찾아가서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때마다 전문의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나는 너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좋은 소식은 내 귀 문제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고 증상이라고 한다. 반면 나쁜 소식은 치료방법이 없으므로 그냥 두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병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증상이 점차 악화되기에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어 때로는 의욕마저 상실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소중하고 존엄한 삶에 있어 내가 가슴 아파하는 것은 지혜가 있었다면 이 귀의 질병 문제는 예방의학 차원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40세 때부터 음악 예배, 비행기 소음, 목청을 높여 말하는 강사들의 연설 등 조금만 소리가 높아도 귀에 압력이 가해져서 견디기 힘든 증상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말하는 청각과민증을 지니고 있었다. 이 같은 증상을 일반인은 아무렇지 않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인데 비해서 청각과민증이 있는 사람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1994년 8월 어느 날, 나는 뒷마당의 잔디를 깎고 있었다. 그때 내가 사용했던 잔디 깎는 기계는 기어가 3개 있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그 기계는 빨리 움직일 뿐만 아니라 소리도 속도에 비례해서 고음으로 작동되었다. 나는 이 청각과민증 때문에 잔디를 깎을 때 항상 속도도 느리지만 소리도 낮은 기어 1을 사용했다. 피곤하고 날씨가 무더운 날은 기어 1을 사용해도 식은땀이 온몸을 적실 정도로 견디기가 심히 고통스러웠다.
문제가 생긴 그날은 너무 덥고 피곤해서 조금은 빨리 잔디를 깎기 위해 기어 1을 사용하다가 갑자기 3으로 올린 지 몇 분 안 되어 귀속에서 조그마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아내의 음성도 안 들리고 또 귀속에서 전에 듣지 못하던 심한 소리가 났다. 풀 깎던 기계를 던져버리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서 몇 시간에 걸쳐 검진을 받았다.
진료를 담당한 의사는 나의 청각에 난청과 이명이 생겼다고 하면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정밀한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하였다.미시간주에서 유명하다는 전문의한테 진단을 받아본 결과 전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듯 들려주었다.
난청의 원인으로는 질병(만성 중이염 등), 사고(고막파열 등), 유전, 소음 및 나이 등이 있다. 일단 질병과 사고로 생긴 난청은 만성중이염과 고막 파열음 등의 문제 때문인데 수술이나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 유전과 소음 때문에 생긴 난청은 약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없기에 그냥 인생의 벗 삼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상세한 진단과 검사를 한 뒤에 나의 난청과 이명은 나이나 질병 및 사고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니고, 나의 사소한 부주의와 무지에 의한 큰 소음 한방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약한 귀와 지혜
약한 청각을 가진 나는 소음으로 평생 고생했으면서도 이때까지 청력보호기구를 한 번도 사용한 적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사용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하나같이 전문의와 청각의사들은 대부분 예방할 수 있었던 소음성 난청을 알 만한 사람이 무시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들 했다. 전문의와 한 번쯤 상의를 했거나, 풀 깎는 사람을 채용했거나 아니면 소음에 노출될 때 청력보호기구를 사용했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렇게 고통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내 삶의 질은 기대 이상으로 여유롭고 좋았을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삶에 있어 잃어버리고 살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건강한 청력의 소유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소음에 노출되고 있다. 집에서, 직장에서, 여행 중에, 운동할 때도, 특히 작업장은 많은 기계와 장비, 차량으로 인해 소음치가 높고, 소음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항상 청력 손실의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은 치명적으로 손상된다.
소음을 한마디로 말하면 ‘원하지 않는 소리 또는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소리’로 정의된다.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소음의 요인으로는 공장 기계, 총기, 자동차, 증폭된 음악, 광고방송 등 생활 주변에 널리 산재해 있다. 소음성 난청의 대상자로서 과거에는 공장의 기계 소리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만이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근자에는 현대사회의 도시화 및 상업화와 사냥과 같은 레저산업의 발달로 큰 소음이 생활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까닭에 누구나 소음성 난청에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기계문명의 발달에 따라 생활환경의 소음이 증가되었고, 소음으로 인한 청력손실인 소음성 난청이 산업화 사회에서 중요한 장애 중의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성인에게 발생하는 소음성 청력손실이 개인의 사회적 고립에서 많은 국가적 경제 부담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15번째로 가장 심각한 건강문제’라고 발표하고 있다. 또 하나 1970년대 미국에서 가장 흔한 감각장애가 시력 문제였다면(안경, 콘택트렌즈, 라식수술 등으로 해결) 현재로서의 심각한 문제는 난청(청력손실)이다.
현재 미국의 난청인구는 3,0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인구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난청 사례 3건 중 1건은 노화의 문제가 아니라 소음으로 인한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소음으로 인한 청력손실에는 일시적인 난청과 영구적 난청으로 나눌 수 있다. 일시적 난청은 강력한 소음에 노출되어 발생하는데 청각 세포의 피로현상으로서 회복에는 약 12~24시간 소요된다. 하지만 일시적 난청이 영구적인 난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따른다.
특히 소음성 난청의 발생과 진행 정도는 개인적 감수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은 아직 없다. 소음성 난청의 예방법으로는 작업장의 소음을 측정하고 소음을 감소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나 기술적, 경제적 이유로 작업장 소음을 감소시키는 데에는 사실상 한계가 따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치료방법은 아직 없으므로 소음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개인용 청력보호 기구를 사용하여 소음을 감소시키고, 소음 노출 후 가급적 충분한 시간 동안 소음을 피하는 예방 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될 뿐이다.
그리고 주기적인 청력검사로 소음성난청을 조기에 발견하여 더 이상의 손상을 예방해야 하며, 소음성난청에 대한 상담과 재활교육은 더 없이 필요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소음성난청 대처법은 ‘1)커다란 소리나 소음을 피한다. 2)혈압을 점검해 고혈압을 다스린다. 3)염분의 섭취를 줄인다. 4)커피나 콜라나 담배, 마리화나 등의 신경자극제를 피한다. 5)적당한 운동으로 정신건강을 증진시킨다. 6)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