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과 각광을 한꺼번에 받다
2002년부터 시작한 나의 북한연구는 저술활동, 세미나 개최, 저널편집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추진되었다. 나의 북한 저서 세 권—[North Korea at a Crossroads: 2003], [Economic Sanctions against a Nuclear North Korea: 2007]와 [The Survival of North Korea: 2011]는 전부 맥팔랜드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물론 책 외에 북한에 대한 논문을 써서 저널에도 출판하고 학회에 발표도 하였다.
북한에 대한 무명작가가 쓴 첫 번째 북한 책 「North Korea at a Crossroads」는 2천여 권이나 팔렸다. 이 책이 이렇게 많이 팔린 이유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제8장에 미국이 북한과 경제 및 외교관계를 맺어야 할 8가지 이유, 즉 부시 대통령의 대북강경책을 비판한 덕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이 책을 구상했을 때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기로 했는데 비교적 보수주의자로, 북한을 싫어했던 내가 미국의 대북강경책을 이렇게 비판한 책을 쓴 것에 대해서 나 자신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나의 저서에서 주장한 미국이 북한과 경제 및 외교관계를 맺어야 할 8가지 이유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적대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성공한 적이 없다.
2.미국은 기근을 외교적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3.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4.미국은 북한의 경제개혁을 장려해야 한다.
5.북한이 과거의 실수를 인정한 것은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미국은 일관성 있는 대북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7.북한의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뿐이다.
8.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외교정책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세계문제에 있어서 다국 참여정책으로 전화해야 한다.
막상 이 책이 출판되고 나서 여기저기서 비판과 경우에 따라서는 협박 비슷한 전화와 편지를 받았기에 스트레스가 심했고, 북한연구를 포기할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특히 미국정보원, 천주교단의 인권단체, 무슨 교수협회의 고문이라는 법대 교수, 심지어 가까운 친구들한테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한번은 미 중앙정보국 직원이라는 사람이 내 사무실까지 와서 취조 비슷한 질문을 한 적도 있었다.
내가 학회에서 북한논문을 발표할 때는 정보원 같은 수상한 사람들이 드나들기도 했다. 나는 우연히 이 저널의 초기 구독자들은 전부 미 정보기관, 사관학교 및 미국치안과 관계가 있는 도서관들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2001년 9월 11일에 뉴욕과 워싱턴에 발생한 테러공격 이후 도청과 감시가 심해진 것을 안 나는 처음으로 내가 미 정보원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위협을 느꼈고, 그리고 미국의 대북한정책을 비난하던 것을 전부 중단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감청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前)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NSA가 도청하지 않은 나라는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4개국뿐이었다고 발언했다. 심지어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까지 도청했다는데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나를 감시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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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창간한 NorthKorean Review의 발행인 Rhonda Herman과 함께 (미 경제학회 연례학술대회가 개최되었던 시카고에서: 2007년 1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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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의 문제아로 통하는 북한에 대한 종합적 활동-저서, 저널 및 세미나-를 하는 바람에 나는 미국에서 비난과 동시에 각광을 받았다.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것으로 국제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주요일간 신문, 방송국 및 잡지사 등에서 나에게 기고, 강연 및 인터뷰 등을 수없이 요청했지만 나는 거의 거절을 하였다. 단 말썽이 없을 것 같은 뉴스미디어에서 요청한 이메일 인터뷰와 강연만 몇 번 응했을 뿐이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과목도 하나도 없는 우리 학교에 와서 한국학으로 석사나 박사학위로 공부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단,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할 때는 내가 아는 북한전문가들에게 부탁해서 돕도록 처리를 했다. 평생 경제와 재무관리를 공부한 내가 갑자기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북한전문가로 둔갑한 것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같은 정보의 세계화 덕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나의 북한 연구활동
어떤 북한전문가는 세계 북한전문가의 절반은 한국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문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한국인이라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나의 전공이 재무관리이고 또 1998년 한미재무학회 회장을 했기에 재무관리 교수들이나 연구원 들을 통해서 한국에서 북한연구를 촉진시키려고 시도를 했다. 그러나 북한연구에 관심이 있는 재무관리 교수나 연구원은 한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내가 정신이 살짝 나간 사람으로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미재무학회(Korea America Finance Association: KAFA)는 북미의 대학교와 여러 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재무 관련 분야의 한인 교수들의 연구, 교육 및 기타 관련된 활동을 권장함과 아울러 한국 및 글로벌 재무교육의 증진과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91년에 설립된 비영리 전문 단체다.
내가 회장에 당선되던 1997년에 학회사상 처음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그동안 전화, 편지, 이메일 등으로 하던 학회운영을 전산화했다. 이때 한국에는 외환위기가 시작되었고 또 학회 자체 자금도 없어서 내 자비로 학회 웹사이트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국재무학회와 한미재무학회 공동학술대회도 내 자비로 참석했었다.
막상 내가 2006년에 한미경제학회(Korea America Economic Association: KAEA) 회장이 되면서 한국에서 나의 북한연구 활동은 점차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경제학 교수들이나 연구원들 중에는 북한문제 특히 북한경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한미경제학회와 한국경제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는 1985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8월 서울에서 열린다. 2006년에는 이 국제학술대회가 8월 9일과 10일 이틀간 서울대 호암 교수회관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번영>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나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 겸 한국경제학회 회장과 상의해서 모든 것을 처리했다. 이 국제학술대회 사상 처음으로 북한논문이 몇 편 발표되었던 것은 나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자부한다.
나는 2007년과 2008년에 한미경제학회, 서울대학 그리고 독일 한스 자이델 한국지부와 서울에서 북한경제에 대한 공동세미나를 개최하도록 주선했다. 이 북한 저널에 출판된 고려대 남성욱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와 이달곤 서울대 교수(전 행안부장관) 논문도 이때 발표한 논문이다.
개성공업관리 위원회의 주선으로 2008년 6월 5일에 나는 70여 명의 투자자 및 관광객들과 함께 비무장지대 너머의 북한에 있는 개성공단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이때 수집한 자료와 경험은 나의 북한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08년 10월 14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매일경제 세계지식 포럼에도 다녀왔다. 세계지식포럼의 마지막 날인 10월 16일의 “동북아에 있어서 북한의 전략적 역할” 세션은 내가 조직하고 연사로 참가한 세션이었다. 한편, 나는 2008년 5월부터 12월까지 매경의 글로벌 포커스 난에 북한에 대한 6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