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190회-마지막회)
  제23장 인천고 시절과 나의 자화상

우리 내외(內外) 모두 외부로만 돌고 자식들을 보살필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모두들 온전하게 성장해서 가장(家長)으로, 주부(主婦)로 그리고 Business Lady로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축복이요, 감사할 따름이다.

큰 사위 노광국(盧光國)은 안과의사(眼科醫師)로서 의료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장녀 효성(孝星, 1959년생)이는 전업주부로 그리고 교회의 일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아들 노하균(盧河均)이는 침례신학대학을 졸업했고, 딸 노하연(盧河延)이는 국내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Flower Meister School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할머니의 뒤를 이어 3대 Flower Designer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러하니 꽃은 우리 집의 Family Business로 자리잡을 모양이다.

아들 성한(星漢, 1961년생)은 유학(Connecticut 州 New Britain 市) 도중 탁정미(卓貞美)와 결혼, 1남 2녀를 두었다. 성한(星漢)이는 Atlanta, Georgia에서 현재 자영업을 경영하며 아이들의 교육에 전력하고 있다. 장녀 수진(樹珍)이는 의과 대학원 2년차에 재학 중이고, 차녀 혜연(慧娟)이는 New York에 있는 Parsons 美大에서 산업Design을 전공했다. 장남 병준(炳俊)이는 스포츠에 특기가 있어 고교농구팀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둘째 사위 배성운(裵聖雲)이는 증권계(證券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차녀 성미(星美, 1964년생)는 음악 전공이었으나 어머니 꽃 사업을 전수 받아 Florist 그리고 Business Lady로 활동하고 있다. 장남 배상민(裵相珉)이는 고대 경제과에 진학함으로써 할아버지의 유일한 동문이 되어 대단히 반갑다. 차남 배상현(裵相炫)이는 성적이 우수하고 이과지망생으로서 장래가 촉망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말로만 듣던 조기교육(早期敎育), 또는 선행학습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유용한가를 내가 직접 체험한 케이스이다. 상민 그리고 상현 이는 유치원 때부터, 영어와 산수를 가르쳐 봤다. 의외로 잘 따라와 주었고, 저희 어머니가 일 나간 동안 그 공백을 메꿔 주는 뜻도 되고 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週) 5일,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10년간을 지속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하철과 자전거로 달려가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밀고 나갔더니 기적을 가져다 준 것이다.

영어는 어느 정도 독해가 가능할 때부터 시사영어사(時事英語社) 발간 Spring Series 30여 권을 섭렵을 했다. 모두가 유럽의 명작들인데 「어린 왕자」, 「셰익스피어 이야기」, 「돈키호테」 등의 명작은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 주었고, 일찌감치 Pro. Con. 「선과 악」의 구별 등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스토리」와 관련된 시대상, 지리적 연관성을 아울러 설명하다보니 넓고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Reading과 독해력을 익히면서 문장력이 뛰어났다. 10년간의 영어수업으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다 보니 다른 동료 학생들보다 국어, 사회 등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결과가 되어 항상 학교에서 앞서가는 학생이 되는 것이다. 공부는 마라톤이고 꾸준히 하는 자를 당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어린 아이는 왜 공부가 필요한지(Need) 그리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Motivation)를 이해하지 못한다, 마지못해 극성스럽고 집요한 할배를 위해 공부를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랑」 과 「인내」 그리고 할아버지의 소망이 일체가 되어서 작품 하는 예술가의 심정으로 꾸준히 다듬어 나가야 한다.

인성과 예절 등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농사(農事)가 되었다. 

영어 같은 외국어는 일찌감치 시작해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은퇴 후 여가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밖으로 도는 방법도 있겠지만 우선 집 안에서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어, 수학의 기초를 잡아 줄 수 있을 것이요, 이 두 과목이 안 되면 천자문이라도 가르치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앞섰다고 생각하는 과목에 취미를 더 가지게 되어 있다. 고교(高校)에 진학해서 부랴부랴 대학입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이미 한참 늦은 것이다. 평소에 자녀의 학습진도에 부모가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학습지진이나 문제가 있다 생각하면, 일찍 대안을 생각해 보면서 능률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뒤에 후회하지 않는다. 

일반 과목에 흥미가 없으면 예능, 체육, 실용과목 등이 어떤지 검토해 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부모는 자식들에게 도덕적인 Role model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이 도덕의 기준이 서 있으면, 공부가 좀 부족하더라도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경주마 같은 일생이였다. 회고록이랍시고 과거를 다시 수렵(狩獵)하다 보니 만감이 교차되고 갖가지 소회(所懷)가 떠오른다. 잘못된 것도 많다. 참회도해 본다. 「철들자 황혼길이더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늦게 깨달은들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 손녀 수진의 졸업식에서 / 수진의 외할머니가 참석하였다

대장부(大丈夫) 일생에 해야 할 일도 많다.

특히 가장으로서의 임무는 막중한 것이다. 우선 열심히 벌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그리고 子息을 잘 교육시켜 온전한 인간으로 내 놓아야 한다. 동시에 자신의 격(格)과 품위(品位)를 유지해야 주변의 존경을 받는다. 그리해야 삶이 편하고 보람을 느끼는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부장(家父長)적 임무가운데 자식교육에 소홀함이 없었는지를 지금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왜냐하면 가끔 아이들이 아버지가 “달라지셨다.”하는 말을 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손자, 손녀에게 대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영 다르기 때문인 모양이다.

나는 大家族制度의 막내세대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조부님도 대단히 엄(嚴)하시여 멀찌감치 보이기만하면 우리들은 슬슬 피하곤 했다. 마주치다보면 영낙없이 야단부터 치시는 것이 일상이였다. 식솔이 오죽 많은가. 아이들만 하더라도 2~30명이 한 울안에서 우굴거렸으니 가당치나 했겠느냐.

20여 년 전 Yale 法大에서 Business Seminar가 있었을 때 美國에는 40만 명의 변호사가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놀랜적이 있다. 그 많은 人種에, 문화배경(文化背景)이 모두 다르니 강력한 法으로 통치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 많은 인구의 우리집안도 엄한 가부장적 질서유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 아버님도 자식들에게는 멀기만 한 엄부(嚴父)시였다. 쌍방의 소통보다는 일방적 지시와 지적만이 팽배한 분위기였다. 이런 DNA를 나인들 어찌 비껴갈 수 있었을까. 일찌감치 외국문화에 비교적 많이 노출된 나로서도 자식을 대할 때는 엄했던 모양이다. 구지 변명을 하자면 6, 7, 80년대의 개발, 성장기에 별보고 출근하고 별보고 귀가하는 일이자잤다.

잠업, 밤샘도 흔한 일상이였다. 그러니 집에 돌아와 밥 먹고 눕기 바쁘고, 주말에는 고단한 몸 잠으로 하루해를 보내는 일이 잦았다. 삼라만상이 소통인데 이런 일상에서 무슨 대화, 소통, 교환이 있을 수 있었겠느냐. 특이한 시대에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도 환경은 그리 많이 개선된 것 같지 않다. 최근 조사에서 보면 청소년의 27%가 어머니와 하루 두 시간 정도 이야기한다고 했다. 반면 42%의 청소년은 아버지와 대화하고 시간이 고작 30분도 안된다고 밝혔다.

진학공부에 매달리고, 여가만 나면 Computer에 집착되어 시간을 보내니 아버지와의 대화는 기대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시대일수록 아버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늦기 전에 바르게 가꿔야한다. 우선 선(善)과 악(惡)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잘못을 자상하게 인내를 갖고 깨우쳐 줘야한다. 겸손과 염치의 교육도 빼 놓을 수가 없다. 방법은 그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복해서 조근조근하게 많은 「스킨십」을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하며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반복하고 꾸준함이 기적을 낳는다.

과수는 주인의 발자국소리에 여물어 간다는 말이 있다. 관심과 성의 없이 되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어려워지면 수정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물색하는 슬기로운 반전(反轉)을 도모하도록 가르쳐야한다. All or Nothing의 흑ㆍ백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있다는 여유를 인식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주변에서 대안을 찾아 성공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코카콜라」 아성이 안 깨지자 「펩시」 는 스포츠 음료로 우회 1등을 다투는 경쟁자로 커 나갔다. 우리는 살아 있는 한 감당치 못 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진짜 「산교육」 이다.

대안의 마법이 우리주변에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잘 가꿔온 농사가 풍성한 열매를 맺었을 때 그 기쁨을 어디에 비교할꼬. 잘 성장한 자식들의 자식들 손자, 손녀도 잘되기 마련이다.

모두 잘 커서 이웃, 사회, 국가에 공헌하고, 한발 더 나가 세계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볼 때 눈물겹도록 고맙고 기쁘기 한령 없는 일이다.

끝으로 여기에 부부(夫婦)에 관한 한마디를 빼 놓을 수가 있겠는가. 최근 나는 결혼 주례사(結婚主禮辭)에서 두고 쓰는 문자 일심동체(一心同體)에 대해 새삼 느낀바가 있다. 내자(內子)가 낙상(落傷)을 입고 심한 변비에 걸려 할 수 없이 나가 간장(肝腸)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게 웬일인가. 그녀의 똥냄새가 나의 그것과 똑같고, 색갈마저 비슷해서 아연 한 적이 있다. 부부는 오래 살면 살 수록에 모든 것이 같아지는 법이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럴진대 서로합심하고 의논하면 해결 않될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가사(家事)나, 아이들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우리 부부 (1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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