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빛내 준 고마운 인연들_1...

중국의 정치 문서 서경(書經)》에는 인간의 다섯 가지 복을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라 전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인복(人福)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행복이다. 그 중에서 인생이라는 큰집을 이루는 근본 골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일 것이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행복하면 만사형통이자 오복의 완성이 절로 이루어진다.

다행이 내 인생은 큰 재물 복은 없어도 인복 하나는 타고났다고 자부한다. 평생 마음 그릇이 크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연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고하신 삼성 이병철 회장은 생전 자신은 ‘인덕(人德)은 없으나 인복(人福)은 있다’는 말로 삼성의 성공신화를 주위 인재들에게 들려 주었다한다.

나 역시 남에게 베푼 인덕은 크지 않으나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인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인덕이 없는데 어찌 인복이 있을 수 있나, 둘은 따로 떼어서 생각 할 수 없으니 찬주, 자네가 사람 복이 많은 것은 곧 마음의 덕이 깊기 때문이다”라고 덕담을 건넨다. 과분한 칭찬에 멎쩍기도 하지만 그 말이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살아오는 동안 사람을 대하는 마음만큼은 소홀함이 없었다고 스스로 자부하기 때문이다.

행여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주었다면 그것은 세심함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진심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 미욱한 언행으로 조금이라도 마음이 상하게 한 분들이 있었다면 이 지면을 빌어 정중한 사죄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소형영화 동호인 촬영회에서

살아오면서 내게 인복을 베풀어 주신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 하자면 이 책 한 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보살핌이 자양분이 되어 인간 장찬주의 삶은 뿌리가 단단한 큰 나무로 성장해 올 수 있었다. 고마운 한 분 한 분 모두 언급하며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 도리겠으나 그 중 특별한 몇몇 분들만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열정을 쏟았던 영화계 사람들과의 인연이다. 아마도 내 삶에서 가장 각별한 정을 쌓은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누구보다 먼저 감사해야 할 분들은 초창기 나와 함께 소형영화를 만들고 협회를 이끌었던 많은 회원 분들이다. 그분들은 나의 영화 인생의 걸음걸음 마다 성장의 궤를 함께 해 주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 출발점에서 함께 걸어가는 동료나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되는 존재다. 소형영화 초창기에 앞날이 보이지 않던 그 암담한 길 위에서 그나마 나를 비롯한 회원들 모두가 함께 꾸준하게 노력해 온 결과가 오늘 한국 단편영화 부흥의 단초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유현목 영화 감독과 영화 평론가 변인식씨는 내게 영화계의 국내 활동을 국제적으로 넓혀갈 수 있도록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8mm 소형영화계를 이끌어온 하한수 감독은 소형영화인들의 친목단체인 한국소형영화동화회를 주선해 이 모임이 영상작가 협회로 자리 잡을 때까지 사무국장이라는 중추적 역할을 하며 UNICA코리아의 성장 기반을 함께 만들어 주었다.

▲ 유현목 감독 동상 제막식에서 (종합촬영소) / 가운데가 유현목 감독이다

또 현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은 서울 국제아마추어소형영화제 시절부터 나를 아낌없이 지원하며 어려움을 살펴주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애정 덕분에 한국 단편영화는 크나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본인 자신이 문공부차관으로서 누구보다 한국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영화광이고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 온 분이기도 하다.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거쳐 장기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을 한 분이라 아마 당시 그런 헌신적 지원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도 변함없이 영화 예술을 사랑하는 로맨티스트로서 지금도 한국 장·단편 영화 발전을 위해 그 누구보다 애쓰고 계시니 늘 존경스럽고 감사 할 따름이다.

행운의 인복은 영화계 뿐 아니라 어린 시절 자란 고향 용문과 직장에서도 줄곧 이어졌다. 9,10대 국회위원을 역임한 변우량은 벌거숭이 꼴로 복천 개울가에서 멱을 감던 시절부터 다방면으로 다재다능하고 영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예천을 위한 애향 사업을 준비할 때마다 물심양면의 도움과 든든한 지원군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지금은 서로 노년의 외로움을 위로해 주는 사이니 이보다 더 멋진 친구가 어디 있을까.

이 밖에 가곡 비목의 작사가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한명희 부원장, 명지대학교 이범국 전 부총장, 이한성 전 국회의원, 예천문화원 정희융 원장 등도 내 인생에 크고 작은 많은 도움을 준 분들이다. 정희융 원장은 예천교육장과 예천문화원장을 지낸 교육자로서 나와는 60년대부터 막역한 사이로 지내왔다. 특히 귀향 후 고향에서 다시 자리를 잡고 생활하도록 조석으로 보살핌을 주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꼭 고마운 뜻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