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준 예천군수는 초당기념관 건립 과정부터 음으로 양으로 아낌없는 지원과 도움을 주셨다. 행여 시골 생활이 적적하고 무료할까봐 지금도 대소사를 챙기며 늘 가족처럼 배려해주시니 감사의 마음 이를데 없다.
홍갑주 전 용문면장은 내가 재경용문면민회장으로 있을 때 가장 많은 협조를 주었던 분이다. 받은 것 보다 더 크게 돌려주는 호인으로 고향을 위해 내가 한 활동들을 높이 평가해 지금도 고향에서 누구보다 나를 신경 써주고 있다. 자주 들러 마을 주변의 소식들을 전해 주며 외롭지 않도록 배려해주고 집안의 모든 행사 때 마다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미는, 최고의 벗이다. 현재 귀향해서 가장 친하게 모이는 삼부정(三釜鼎)의 멤버기도 하다.
김성일 예천 상락회장도 결코 인사를 빠트릴 수 없다. 42년간 교직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분으로 현재 예천 기관장들의 모임인 상락회장을 맞고 있는데 평소 고향 마을의 빼어난 명소나 관광지를 친히 안내해 주며 수십 년 간 잊고 지낸 고향의 정수를 되찾아 갈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고 있다. 덕분에 예천에서 천호예술원, 김영진문학관, 예천박물관 등을 모두 답사할 수 있었다. 특히 예를 중시하는 지역인 만큼 고향에서 처신해야 할 귀한 덕목 등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또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초당기념관으로 안내해 주는 등 가족처럼 각별히 돌봐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
또 권오근 예천신문 편집국장은 사회활동이 많던 내가 용문 생활을 무료하게 느낄까봐 자주 찾아와 말동무도 되어 주고 초당기념관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정보들도 전해주고 있다. 특히 초당기념관을 나 이상으로 아끼는 마음이 넉넉한 고향 후배이다.
마지막으로 김정린 전 초등학교 교장이 있다. 고향의 한 동리에서 살았던 초, 중 고등학교 1년 후배인 김정린 전 교장은 평생 교직에 몸담고 스승의 길을 걸어 온 분으로 예천 동부초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성정이 선비처럼 정갈하고 곧은 양반으로 심성이 어질고 선해 늘 자신보다 한 살 선배인 나의 건강을 알뜰히 챙기며 살펴준다.
홍갑주 전 용문면장과 교대로 나를 보살펴 주니 내 시골 생활은 한시도 불편할 겨를이 없다. 특히나 즐거운 것은 홍갑주 면장, 김정린 교장 그리고 나 3인은 도원결의(桃園結義) 못지않은 각오로 작은 우정의 모임을 결성했다.
이름하여 ‘삼부정(三釜鼎)’이 그것인데 삼부정이란 뜻은 ‘밖에서 가마솥을 걸때 세발로 걸어야 제대로 걸리며 발이 하나만 없어도 가마솥이 넘어진다’라는 뜻으로 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빠져도 그 모임이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의미 그대로 황혼에 다시 만나 각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심부정모임 덕분에 시골에서 보내는 매일 매일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되었으니 고맙기 짝이 없다.
속담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내 인생에는 이처럼 어려움에 처하면 만사 제쳐두고 늘 들여다 봐주고 입에 바른 위로나 동정 보다는 진심으로 나를 위한 솔직하고 따뜻한 조언과 협조를 아끼지 않던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좌절도 실패도 잘 극복하고 이 자리까지 걸어 올 수 있었다. 아마 그들의 진정어린 조언과 보살핌을 얻을 수 없었다면 내 발걸음은 늘 지표를 잃고 비틀거리거나 잘못된 길 위를 헤맸을지 모른다.
부족함 많은 사람의 곁을 한결 같이 지켜 주고 빈 구석은 마음의 보살핌으로 채워 준 그 많은 분들 덕분에 빈 독 같이 허허롭던 인생이 여유와 행복함으로 함포고복(含哺鼓腹)할 만큼 여유롭게 채워질 수 있었다.
그리 많은 관심과 마음을 받았음에도 송구한 것은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미처 전하지 못한 채 세월을 흘러 보내 왔다는 것이다. 아마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고 미욱했던 탓에 마냥 미루고 미루며 오늘에 이른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염치없이 이런 나의 진심어린 속내만은 부디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얼굴 대하고 전하기는 멋적어서 상대가 먼저 알아서 눈치채어주기를 바라던 못난 마음도, 말로 미처 전하지 못 한 감사의 뜻도 말이다.
무엇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차마 이 생에서는 갚을 길 없는 아낌없는 정과 마음에 대한 보은은 영겁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꼭 기억에 새겨 두었다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심정으로 알뜰히 되돌려 드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덧없는 다짐인지 알기에 부질없음도 잘 알고 있다. 사람 생의 앞날은 그 무엇조차 짐작할 수 없으니 무엇을 기약하는 일조차 허망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비단 나 뿐 아니라 사람은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알면서도 다음 기회가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서 그 시기를 놓치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는 일, 도움을 주고 보살핌을 준 이에게 고마운 인사를 남기는 일 등등 가장 쉽고 간단한 말들을 제때 하지 못하고 뒤 늦게야 후회와 아쉬움 속에서 놓쳐버린 지난 일들을 후회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라고 한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존재하기 위해 부여된 시간이니 그 어떤 시간보다 현재의 모든 것에 집중하고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은 바로 오늘 내가 풀어나갈 숙제고 넘어야 할 과업이다. 그래서 나 역시 뒤늦은 지금이라도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내 인생을 눈부시고 찬란하게 빛내준 나의 가족들과 이웃들, 그리고 동료들과 우정의 벗들에게, 그간 쑥스러움을 핑계로 단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속내를 아이 같은 정직함으로 숨김없이 전하고 싶다. 진작 했어야 할 말들이다.
‘감사합니다, 고마웠습니다. 모두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