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고
  [에필로그]

지난밤 꿈을 꾸었다.

고향 마을 금곡천에서 어린 시절 벗들과 벌거숭이 꼴을 한 채 한껏 신이나 멱을 감는 꿈이었다. 초여름 아스라한 미풍에 청보리가 춤추고 멀리 매미 소리가 들리던 평화로운 꿈이었다. 그 여운이 하루 종일 마음에 따스하게 남아 있다.

‘삶의 곳곳에서 만나는 위로란 무엇일까’
‘진심으로 위로 받는다는 건 어떤 마음인가’.

2017년 새해 벽두부터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화두다. 내가 힘들고 아파할 때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준 사람들, 마음으로 손잡아 준 사람들을 잊지 못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과거의 나는 한순간도 외롭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내 삶의 목표대로 누군가의 삶에 얼마만큼의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던가.

스스로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되새김의 질문이 마음을 맴돈다. 성실히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 또 허물과 흠집 많은 삶도 아니었다고 자부하기에 남겨진 후회 또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스스로에게 되묻는 되새김질 속에는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떳떳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아는 이라고 했다. 살아갈 날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인생이지만 앞으로 내게 주어진 날이 딱 하루뿐이라 해도 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내 주변의 온도를 1도라도 높여주는 따뜻한 이로 살고 싶다. 고향의 이웃들에게,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소중한 벗들에게, 고마운 안 사람에게, 아끼는 후배와 제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기를 나눠준 이로 기억되는 것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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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사회적 업적으로 기록되기보다 ‘사람을 사랑하고 귀히 여긴 사람’으로 나와 함께 했던 모든 이의 가슴에 기억될 수 있다면 여한이 없다.

인생은 나쁜 시기든 좋은 시기든 흐르고 나면 다 그 시절 나름의 아름다운 추억이 남겨진다. 그러니 어쩌면 사람들에게 꿈꾸는 목표를 이루고 실천해 볼 기회가 남아있는 ‘오늘’ 이 순간이 모두에게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나 역시 아직 까지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줄 마음의 여유와 온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없이 여유롭고 행복하다. 그러니 내 인생의 황금기인 지금 이 순간들을 가슴 벅차게 즐길 작정이다. 사랑하는 내 주변의 모든 이들과, 내 인생에 빛이 되어 준 수많은 소중한 분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 없이 충만하게 살아갈 것이다.

노년은 모든 것을 잃는 나이가 아니라 지난 삶에 뿌리고 가꾸고 수확한 것들을 유용하게 쓰는 나이다. 그러므로 지난날의 경험과 경륜을 통해 얻은 지혜로 남은 인생 보람되게 산다면 남아있는 내 인생은 그것으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지금 쓸쓸하고 고독한 노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기 성찰 속에서 더없이 행복한 황혼 인생의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하루를 더 살 수 있다는 고마움으로 저녁에 잠이 들면서 떠나갈 이 생의 시간들을 마음에 되새겨 본다. 죽음이 가까이 오는 일 조차 결코 슬프거나 고통스럽지 않은, 아주 행복하고 멋진 나의 인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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