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CA본부 막스 핸슬리 총재와의 인연_1 (56화)
  제9장 초당기념관

有緣千里來相會(유연천리래상회)
‘인연이 있으면 천리 멀리서도 와서 만난다’라는 이 글귀가 요즘 들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참으로 숱한 인연으로 만났다. 좋은 인연, 아픈 인연,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인연, 차라리 아니 만났으면 좋았다 싶었던 쓰리고 아픈 인연.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꼬이고 매듭진 실타래 같은 관계들 모두가 내 힘으로는 피해갈 수 없었던 운명 같은 인연들이 아니었나 싶다.

다행이 나는 이 생을 사는 동안 힘든 관계보다는 좋은 인연들과 연이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이들을 만났고 나 또한 그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내가 가진 진심을 나눠주었다. 따뜻한 연(緣)과 연(緣)들이 견고한 울타리가 되어 지금까지 내 삶을 이토록 따뜻하고 견고하게 지켜주었으니 정말 눈물겹게 감사한 일이 아닌가.

그 중에서도 세계 UNICA(비상업세계영화인연협회)전 총재이자 현 UNICA본부 명예총재인 막스 핸슬리 씨와의 우정은 내 인생에 주어진 몇 안 되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초당기념관이 준공되었을 때 나의 초대를 받은 막스 총재는 바쁜 와중에도 아내를 동반하고 긴 비행시간을 날아와 기념식에 참석해 주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국 UNICA 협회회장인 내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조언을 청할 때 막스 총재는 단 한 번도 그 요청을 거절한 법이 없었다. 사람을 귀하게 대하고 존중할 줄 아는 그야 말로 영화 뿐 아니라 나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특별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 UNICA영화제에서 막스 핸슬리 총재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실 한국 UNICA협회의 경이적인 성장 뒤에는 많은 조력자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막스 총재의 애정과 관심은 우리 협회와 회장인 내게 엄청난 힘이 되어 주었다. 스위스 은행 총재라는 대단한 경력을 가지고도 막스 총재의 성품은 겸손하고 소박하기 짝이 없다. 장장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막역한 사이로 지내왔지만 한 번도 그가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인생에서 가장 의로운 벗은 내게 ‘배움을 전하는 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을 공평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막스 총재의 신사적인 언행에서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수시로 깨닫고 반성했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 기준에서 막스 총재가 세계 각국의 UNICA 대표들과 회원 모두를 똑같이 공정하게 대했다. 하지만 다른 회원들 사이에서는 막스 총재가 UNICA한국협회 회장인 나를 각별히 편애한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었다. 어쩌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지은 죄도 없이 한동안 괜히 다른 나라 대표들의 눈치가 보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시기어린 소문이 날 법도 한 것이 UNICA세계영화제의 주요 행사 때마다 막스 총재는 유독 나를 살뜰히 챙겨주었다. 임원진들만 앉는 헤드 테이블로 나를 불러 각국 유명 인사들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기도 하고 한국 출품작들에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 막스 핸슬리 총재와 

UNICA본부 안에서 막스 총재의 존재가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다 보니 그가 나를 옆에 챙기고 다니며 행사에 초청된 주요 인사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때문인지 UNICA 한국협회에 대한 인지도는 점점 높아 졌고 각국 대표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 출품작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UNICA본부 수장인 막스 총재가 나를 격별히 챙기자 그 전까지 얼굴이 마주쳐도 데면데면 굴던 다른 나라 대표들도 조금씩 변화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인사를 건네도 시큰둥하게 굴거나 건성으로 인사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눈만 마주쳐도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알은 체를 하기도 했다. 그런 반응들을 보며 ‘아, 이래서 권력 없는 왕의 오른 팔 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정승 집 개가 낫다는 거로구나’ 하고 혼자 속으로 껄껄 거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무대포로 날아 온 변방의 작은 나라 대표가 회원으로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의 관심과 주목을 받으니 그렇지 못한 처지의 각 나라 대표들과 회원들의 질투를 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막스 총재는 주위의 입방아 따위 크게 개의치 않고 언제나 한국 대표인 나와 우리나라 출품작들에 한결같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었다.

이 생에서 만나는 인연은 억겁의 우연이 이어진 재회라는데 이런 귀한 인연이라면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소중한 우연이 거듭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막스 총재와의 인연은 전생에 남다른 사연으로 맺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별한 구석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기를 살만큼 나에 대한 막스 총재의 인간적인 배려와 관대함은 가족애 그 이상이었다.

 
  평생의 꿈, 초당기념관을 세우다_2 (55화)
  UNICA본부 막스 핸슬리 총재와의 인연_2 (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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