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같은 청운동(靑雲洞)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나는 서빙고 신동아아파트에서 지금 살고 있는 청운동(靑雲洞)집으로 이사를 했다.
6.25전 경복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종로구(鐘路區)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불광동, 압구정동, 서빙고동에 살 때는 타향살이 같은 기분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는데, 다시 청운동으로 와서는 고향에 온 기분으로 마음도 가라앉고 여유도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이 집에서 큰아들 준수도 장가를 보내고, 둘째 아들 중수도 짝지어 일가를 이루게 했으니, 나의 후반부는 청운동 집에서 열매를 맺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아시아 컴(ASIA COMM) 회장(會長)
내가 방송국에서 기업체, 그것도 작은 곳이 아닌 그룹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을 때, 아나운서 하던 친구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해주는 사람도 많았고, 2년을 버티면 잘하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고, 운도 따라서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코래드 대표이사 사장의 직무를 대과(大過)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나는 1991년 소련에 다녀와서 김명하 부사장에게 대표이사 사장 직을 물려주고 부회장으로 물러앉았다. 이후 4년 동안 부회장으로 근무한 나는 코래드를 완전히 떠나 1995년 1월에 아시아컴 회장으로 취임했다.
아시아컴을 설립하는 데는 김명하 회장을 비롯한 코래드의 도움이 컸다. 아시아컴의 김영치 부회장, 염정태 사장을 비롯해서 이기태 부회장, 이인호 부회장, 최용식 부사장, 김상윤 상무, 장진규 이사, 이무 본부장, 고연미 차장, 임광정 차장, 박석신, 고혜미 사원 등 동고동락하면서 근무한 동료들과 코래드에서부터 비소로 나를 보좌해주던 고연미 양에게는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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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컴 김영치 부회장, 최응식 부사장과 도쿄 긴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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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회(淸凉會) 회장
서울사대 출신들은 거의가 교직(敎職)으로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나처럼 다른 직업을 택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 교육부를 비롯해서 공무원으로 나간 사람, 대법관이 된 분을 비롯해 법조계로 진출한 사람도 많고, 정치계로 나간 분도 상당수여서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 현역 국회의원도 8명이나 된다. 또 언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많고, 예술, 문화계에서 성공한 분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처럼 교직에 종사하지 않는 사범대학 동문들이 뜻을 모아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름은 청량회(淸凉會)이다.
초대 회장은 박정수 선배가 맡았고, 박관호, 황철수, 이성수 선배들이 이어오다가 근래에는 곽후섭, 장충식, 조용락 회장이 모임을 이끌었다. 가 뒤를 이은 민병준 회장, 강신주 회장 때 다시 모임이 활발해졌는데, 이 두 분의 강력한 추천으로 내가 3년 동안 회장을 맡아 임동호 간사장과 함께 나름대로 심부름을 하였다.
바쁜 중에도 정원식 전 총리, 이영덕 전 총리, 하순봉, 이규택, 정철기, 장성원, 엄호성 의원과 안상수 인천 시장, 강의식 최태상 선배, 변주선 총재 등이 회의 때마다 참석해주어서 모임은 언제나 화기(和氣)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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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양회에서 JP, 민병준, 강신주 선배들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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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고 총동창회장, 한국 ANN클럽 회장
2000년 5월, 나는 집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고교 동창인 김세영 군과 정진환 군이 걸어온 것인데, 내갸 경복(景福) 총동창회장에 선출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전화였다. 그동안 동창회장을 맡고 있던 이한동 의원이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후임으로 나를 지명했고, 총회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추대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광천 선배를 비롯한 몇 분으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설마 내가 참석하지도 않은 총회에서 내가 추대되리라고는 생각지를 못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가! 시골 장단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전국에서 모여든 수재들 속에서 어렵게 경복중학교에 합격을 하면서 나는 그렇게 경복인(景福人)이 되었었다.
이후 훌륭한 선생님들의 지도와 영민한 학우들과의 어울림으로 인격의 틀을 형성시켰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선배들 덕으로 목숨을 구하기도 했고, 사회생활 속에서 겪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적잖이 동창들의 도움으로 극복해왔었다.
경복이라는 아늑한 품에서 그렇게 자란 내가, 80년의 역사 속에 배출된 3만5천 동문가운데서 총동창회장으로 추대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