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천재 (1화)
  제1장 소년의 꿈은 인생으로

서울에 올라온 것은 경기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태생은 서울 소격동이지만 다섯 살 때 진주로 이사를 갔으니, 서울은 내게 낮선 타향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1941년 일정시대의 서울은 진주에 비하면 활기가 넘쳐흘렀다. 보는 것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잠시도 똑바로 걷지 못한 채 시내구경에 한눈을 팔았다.

그 중에서도 내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 것이 전차였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대한 압박감이나 긴장감은 둘째 치고, 시골에 내려가기 전에 꼭 한 번 전차를 타보겠다는 설렘에 들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입학시험은 잘 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판시험이 까다롭기는 했어도 제한된 시간 안에 답을 적어 넣었다.

이틀에 걸친 입학시험이 끝났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2차 지원 중학교에 가서 또 시험을 쳤다. 그 당시에는 으레 그렇게 시험을 치렀다. 2차 시험을 치르고 교문을 나서는데 정문 앞에 아버지가 서계셨다.

“병철아, 니 경기중학교 합격했다.”
 
시험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에게 간청했다.
“아버지, 전차를 한번 타보고 싶습니더.”
 
▲ 보통학교 시절로 경기중학교 시험을 칠 무렵

“그리 하그라.”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서 내 손에 5전을 쥐어주었다. 동시에 여관 이름이 적힌 종이와 수험번호를 쥐어주고 안국동에서 전차를 태워주었다. 전차는 종로 화신백화점을 출발하여 안국동, 조선총독부, 광화문 구간만 왕복운행 했다. 나는 서울시내 전체구간을 운행하는 종로만 알았었다.

승객이 모두 하차했는데도 나만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앉아 있자 차장이 다가와 물었다.

“너, 어디 가느냐?”

나는 심한 경상도사투리로 말했다.
“경기중학교에 입학해가 축하할라꼬 전차를 탔는데예.”

“정말이냐? 정말로 네가 경기중학교에 합격한 거야?”

차장이 하도 되풀이해 묻기에 나는 그에게 경기중학교 합격증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그는 반색을 하며 마음껏 타라고 인심을 썼다.
 
▲ 일제시대 경성의 전차 [출처 ; 서울시]

순환전차 마지막 구간에서는 손님이 뜸한 틈을 타 내게 클랙슨을 발로 눌러 보라는 등 친절을 베풀었다. 나는 신이 나서 발로 클랙슨을 밟아보았다. 그러다가 손님이 많아지면 내자리로 돌아와 창밖을 구경하기를 반복했다. 그 짧은 구간을 아마 열 번도 더 왕복하고 전차에서 내렸을 것이다. 한 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으로 기억난다.

다음날 경기중학교에 가서 교모(校帽)를 받아왔다. 아버지는 내 모자를 반듯하게 잘 씌어주고는 그 날 바로 집으로  가는 진주행 기차에 나를 태웠다. 조부모와 어머니가 합격소식을 듣고는 대견한다는 듯이 나를 반겼다.

다음 날 학교에 갔다. 한 학년이 세 학급인 학교였다. 내가 경기중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아이들에게 나는 내가 본 전차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었다. 시골에서 마냥 걸어만 다니던 내가, 전차로 움직이는 서울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신기함에 취해 애기하자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난 표정을 지었다.

참 단순하고 소박했던 소년시절이었다.

 
  약력과 서문
  아버지와 아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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