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평론집이 나올 무렵인 1979년 12월부터 1980년 2월까지 <시문학>에서 월평을 쓰고, <중앙일보> 이 달의 시 월평을 3~5월까지 담당하여 3월 30일자의 신문에는 정현종, 정대구, 송수권의 작품을 대상으로 해서 논의하고, 5월 10일자의 신문에는 신경림, 김정웅, 박재삼의 시를, 5월 30일자에는 박두진, 문병란, 이인해의 작품을 논평했다.
1981년 1월과 1983년 1월에 각각 그 해의 한국문단을 정리하는 총평으로 ‘생활과 미의 다양한 전개’, ‘80년대 초기시의 성격’을 발표했다. 1983년까지 나름대로의 작품활동을 활발히 한 후,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은 작품활동을 잠시 중단한 상태로 지냈다.
문단과 선거바람
1970년대도 문인단체장의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못지 않게 치열했지만 1980년대에 와서는 더 극성스러웠다. 음해와 매표가 뒤따르고 발표를 미끼로 자기편으로 이끌어 들이려는 공작도 있었다.
문단 선거에는 문덕수 선생이 항상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문덕수 선생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국게펜클럽> 한국본부 회장 등에 출마하여 <문인협회> 이사장은 선출되지 않았지만, <펜클럽> 이사장에 당선되어 2회 연임하면서 펜클럽의 활성화와 한국문단의 발전을 위해서 크게 기여하였다. 그 공적으로 정부의 차관급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에 발탁되어 한국 예술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한 것은 예술인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문덕수 선생 편에 섰지만, 박양균 선생이 조연현 이사장 대신으로 <문입협회> 이사장으로 출마했을 때, 가장 어려운 시련에 부딪혔다. 박양균 선생이 배석한 자리에서 조연현 이사장 최측근으로 소문이 나 있었던 우학연 <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이 나를 불러서 “박양균 선생은 장 선생님의 지도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문덕수 선생과 가까운 지는 알고 있지만 이제부터 <현대문학>지의 중심멤버가 되어 함께 문단의 일을 해나갑시다.” 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거절을 하는 짧은 시간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박양균 선생이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단선거가 끝나면 회장이나 이사장 당선자들은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자리 배분에 고민을 한다. 의례히 논공행사로 이사나 임원자리, 혹은 문학상 등을 놓고 논의가 계속되는 것이다. 나는 회장이나 이사장 당선자의 고민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나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라고 미리 부탁했다.
문인단쳬의 이사나 임원의 자리가 별것이 아니고, 실력이 향상되면 언젠가 내 차례가 되어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나는 그러한 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1994년 4월 <문인단체의 문학상제도>라는 칼럼으로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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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인의 명함에 한국문인협회 이사, 현대시인협회 이사, 수필가협회 이사, 펜클럽 이사 등등의 문학단체 이사 분과위원장 등 십여 개 이상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 많은 단체에 일일이 참석하다보면 작품 쓸 시간이 없다. 또한 작품을 쓰기 위한 공부나 자료수집의 시간은 더더욱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자료수집이나 공부가 없는 글은 기교만이 있는 허명(虛名)이나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고 마는 것이 문학세계의 본질이다.
문학단체의 지위를 커다랗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학단체장 선거 등에 기여한 공로 등을 내세우면서 문학상을 강요한다. 그리하여 그것이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문단에 등단시키거나 평소 문학활동을 도와준 선배 문인들을 모함하고 반대세력에 야합하여 인간관계의 배신까지 서슴지 않는다.
문학상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문단싸움은 단체장 못지 않게 심각한 문단의 병페이다.
-<독서신문>, 1994. 3.13. |
이와 같은 문단의 병폐는 우리 문단에서 여전히 혼탁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별것도 아닌 일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상대를 괴롭히는 전문 문단 정치꾼들도 생겼다.
특히 일반 정치판에서 출마했던 정치꾼들이 문단에 들어와서 순진한 문인들의 모임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도 흔히 있다. 이러한 악습들은 우리 문단에서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폐단임에 틀림없다.
주제발표
나는 2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1986년 8월 이후에 3개월 간 월평을 쓰고, 1987년에도 <존재와 시>를 비롯한 5~6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1987년 10월에는 <한국 예술평론가협회>가 주최한 <북방예술의 수용과 한계>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문학분야의 발표자로 참가했다.
이 세미나는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 서울올림픽에 참가 신청을 낸 동구 공산권 국가들과 교류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보임에 따라 공산권 예술의 수용과 그 한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를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무용 등 전 예술분야에 걸쳐 점검하는 발표회였다.
1987년 10월 경주 코롱호텔에서 개최한 이 세미나에서 나의 발표제목은 <북방문학의 수용과 한계>였다. 이 발표는 동구권 문학의 현황과 소련의 교포문학, 중공의 교포문학과의 교류의 방향과 수용의 한계를 다루어서 상당한 호평을 받으면서 끝났다.
비평과 관련된 나의 발표는 1983년 11월 <한국평론가협회>의 발표에서 ‘비평 부재 이대로 좋은가’로부터 시작해서 1990년 7월 <한국평론가협회>의 세미나에서의 <정보문화시대의 문학비평>, 1993년 11월 <국제펜클럽>이 주관한 세미나에서 ‘북한작가들의 인권 진상’, 1994년 8월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현대시의 녹색시학’, 1996년 6월 <경주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공동 주최의 세미나에서 ‘박목월 시의 현대적 조명’, 1998년 12월 <경북문인협회> 주관의 세미나에서 ‘남북문학의 흐름과 통일문학의 지향’이 있다.
또한 2002년 4월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우리 문학의 세계화와 정체성’, 2002년 11월 <한국 지역문학 광주 전남 백년 발전협의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영남지역 문학의 역사성과 향토성>, 2004년 11월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는 문학세미나에서 ‘최근의 북한 문학 동향’ 등을 발표하면서 비평가로서의 나의 위상을 높여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