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단체에서의 주제발표와 더불어 나의 평론발표도 1989년의 3개월 월평과 <보들레르기 한국 상징주의 시에 끼친 영향>을 2회 연재하면서 1990년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990~1992년까지는 연달아 펑론집을 낸 관계로 잡지나 신문의 작품활동을 그렇게 활발히 하지 않았다. ‘북방문학과 한국문학’, ‘열린문학과 닫힌 문학’의 원고 쓰기와 소송에 매달린 바쁜 일정 관계로 다른 문단활동은 다소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다.
‘북방문학과 한국문학’은 1987년 <한국예술가평론가협회>가 주관한 ‘북방문학의 수용화 한계’의 예술분야의 발표에서 내가 ‘북방문학의 수용과 한계’를 발표한 데서부터 출발한다.
이 발표 내용이 11월말 경 인천대학교 신문에 요약 소개되었고, 또 1989년 <시문학> 2월호에 게재되었다. 이 글을 읽은 문교부 국민윤리 교육관실의 안재석 교육연구관과 이데올로기 출판담당자가 그해 6월경 나를 만나서 모든 출판비용과 약간의 원고료를 지불할 테니까 1989년 연말까지 논문내용을 저서로 출판해줄 것을 제의해왔다.
나는 그 제의를 승낙하고 자료수집에 들어갔으나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자료의 수집이 매우 힘들고 당시 인문대학장과 부총장의 업무 관계로 1990년 9월에야 겨우 출판할 수 있었다.
이 출판을 위해서 인문당출판사 문무연 사장이 밤낮으로 워드를 치느라고 매우 수고를 했고, 채수영, 여경우 교수와 제자 문수경, 박남철 교수 등이 원고정리와 자료수집, 색인작업에 헌신적으로 수고해주신데 대하여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1990년 12월 중순 ‘북방문학과 한국문학’의 출판기념회가 프레스센터에서 문화부장관 정한모, 펜클럽 회장 문덕수 등 많은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고, 다음해 7월 이 평론집으로 나는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1991)>을 받았다. 한국에서 평론가에게 주는 최고의 상은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과 <조현연문학상>인데 그 중 하나를 받아서 평론을 쓴 보람이 있다는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1993 1994년까지는 <펜문학>, <시문학>, <동양문학>, <월간문학>에 ‘북한작가들의 인권진상‘, ‘2000년대의 한국비평’을 비롯해서 1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1995년 경주에 내려와서도 2004년까지 <문학사상>, <펜문학>, <월간문학>, <시문학>, <문학나무>, <문화예술>, <경주문학> 등에 3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문학평론집 <지방화시대의 문학>(1998), <경주의 소설문학>(2000), <사회주의 문학과 문학이론>(2001)의 평론집을 발간하여 <경주시문화상(2000)>, <경상북도 문화상(2002)>, <조연현문학상(2003)>을 수상했다.
이와 더불어 일간신문에 30편 이상의 칼럼과 신문사설을 써서 문학의 독자는 물론 일반사람들에게 여론을 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역할도 하게 되었다.
관동대학 부임
1980년 2월 중순 나는 관동대학에 부임하기 위하여 아흔아홉 고개라고 말하는 구불구불한 대관령을 넘어서 강릉으로 갔다. 흰눈으로 덮힌 대관령은 정말 아름다운 은백색의 황홀경을 이루고 있었다. 강릉 쪽에서 바라본 대관령의 설경(雪景)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서 달려가 안기고 싶은 눈세계의 절경이었다.
흰 눈이 덮인 대관령의 신비를 원경으로 한 관동대학의 캠퍼스는 키가 큰 청송 숲으로 둘러싸여 상록수만이 풍기고 있는 겨울의 정취를 조성하고 있었다. 멀리 경포대의 파도소리가 들릴 것도 같은 대학의 절경은 거대하지는 않지만 낭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첫 부임의 느낌이 너무도 좋아 여기서 몇 년을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착임신고를 하고 숙소가 될 하숙집을 물색했다. 우선 관동대학에 인접해 있는 김원중 교수의 여동생을 찾으니 김원중 교수의 여동생과 남편 이종섭 목사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들은 나에게 식사는 자기 집에서 하고, 숙소는 두어 집 건너편에 있는 집에 정하도록 주선해주었다. 이종섭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강릉복음교회>가 바로 옆에 있어서 시간이 될 때는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2월 말경 대학에 출근하여 연구실을 배정받았다. 교실이 부족해서 나와 엄창섭 교수, 한상갑 교수 세 사람이 한 연구실을 사용했다. 그 해 국어교육과에 새로 발령받은 교수는 나와 엄창섭, 김병욱 세 사람이었다. 홍문표, 김선풍, 임기중 교수 세 사람이 서울로 전근하고 그 자리에 우리 세 사람이 들어온 셈이다.
교수들과 학생들의 3분의 2가 서울에 살고 있었다. 월요일 일찍 서울을 출발해서 목요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 이미 관행으로 되어 있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지만 가능한 한 강능에 남아서 학생들과 자주 만나고, 동해안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찾아 나의 메마른 정서를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나의 교수 과목인 <비평론>과 <현대문학사>, <시론>은 2학년과 3학년에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로 2학년, 3학년 학생들과 자주 만났다. 그 중에서도 시와 소설 등 창작을 지망하는 학생들인 <섬> 동인 학생들과 자주 만나 관동대학에서 문학의 르네상스를 일으키자고 제안했더니 학생들은 매우 기뻐했고, 나를 진심으로 따랐다.
<섬> 동인의 중심은 뒷날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박세현(박남철),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강세환, <심상>으로 등단한 박용재, <문학정신>으로 등단한 염산국,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수진 시인 등이다. 이들이 나중 동해의 바닷바람으로 관동대학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것이다.
박희숙, 김병욱, 엄창섭, 장윤익 네 사람의 학과 교수들은 서로 뜻이 잘 맞아서 시간이 생기면 경포대, 묵호, 주문진, 설악산, 낙산사 등의 관광명소를 함께 여행했다.
학과장 박희숙 교수는 이해심이 많아 교수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당국에 잘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학과 교수들을 존경하고, 개별상담을 위해서 교수들의 연구실을 수시로 방문하여 학생들과 교수들이 일체감을 가지는 학과 분위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