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산은 경주 남산과 더불어 신라시대부터 경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성산(聖山)이다. 이 산자락에 세워진 경주대학교는 멀리서 보면 선도산 정기를 타고난 신비로운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설립자 김일윤 의원은 “관광 및 제반 산업 분야에 이바지하는 창조적인 전문인을 육성, 화랑정신의 발전적 계승으로 민족문화 창달, 참된 인격을 지닌 실천적 지식인 육성, 현대사회의 유구에 능동적으로 지역사회발전에 선도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장학이념으로 하여 경주대학교를 세웠다.
거기에 부응하여 경주대학교는 화랑정신을 계승하는 지역대학으로서의 사명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의 대학, 세계의 대학으로 나아가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었다.
1995년 1월말 김일윤 설립자로부터 “친구야, 우리 힘을 합쳐서 고향 경주에 좋은 대학을 만들어보자”는 권유와 그의 교육이념에 찬동하여 나는 1995년 2월 1일 경주대학교 3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내가 총장업무를 시작할 당시 경주대학교는 설립된 지 7년밖에 안되어 대학의 학사행정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부딪히게 될 힘든 문제들에 대해서 불안감도 없지는 않았으나 나는 지금까지 해온 학사행정의 경험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김 의원의 총장 초빙 제의에 동의했다.
부임하자마자 우선 대학에 체제를 비롯해서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 교육진행,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 그밖에 문제점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살펴보는 학사운영 전반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학, 총장의 재직기간이 들쑥날쑥 해서 학사행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점검해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사항이 두드러지게 부상되었다.
1학년 350명, 2학년 350명, 3학년 250명, 4학년 250명의 제적 총인원수 1,200명 중에서 군 입대와 휴학, 편입학생을 제외한 1,000명 정도의 재학생 수로는 건전한 대학으로 자립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었다.
다음은 시설이 부족하여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문제인데, 이것은 신설학교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의 마음속에는 늘 불만의 요인으로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 하나는 장기간의 학생 데모로 교수,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어 업무 능률을 효과적으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지역대학이 반드시 가져야 할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가 미흡하다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교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지름길은 소외된 교수나 직원들로부터 경주대학교를 영원한 직장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구성원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의 방법은 증원, 증과와 시설의 개선이었다.
신학기가 되자마나 나는 교무위원회에서 우리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증원, 증과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하고 교수, 직원 전체회의에서도 그것을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와 교육부, 국회에 낼 교수와 직원들의 청원서도 준비하고 경주상공회의소 김정수 회장을 방문하여 경주대학교 증원, 증과의 필요성을 역설하여 경주 상공회의소가 관계기관 요로에 청원서를 보내주도록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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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방문학과 한국문학'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하는 정한모 문공부장관와, 박재규 인천대 총장, 문덕수 펜클럽 회장, 성기호 성결대 총장, 홍택식 인천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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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이틀 후에 상공회의소 과장과 직원을 경주대학교로 보내서 경주대학교의 학사진행 과정을 경주대학교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경주지역 43개 기관장 이름으로 교육부, 국회, 청와대에 경주대학교 ‘증원, 증과 진정서’를 발송했다.
고향을 보다 더 잘 살게 하려는 마음에서 경주대학교의 발전으로 고향인 경주지역 경제활성화를 시도하려는 의욕에 찬 김 회장의 포부와 따뜻한 인간미에 나의 후배이지만 나는 그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증원, 증과는 문교부 대학정책실의 업무이기 때문에 나는 대학교육국장관 심의관, 대학행정과장을 만나서 경주대학교의 증원, 증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000명 정도의 학생 수로는 대학이 자립할 수 없다는 것과 경주대학교의 성장이 경주지역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통계 수치를 가지고 진솔하게 설명하여 대학행정 담당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몇 달 지난 후 담당국장과 심의관도 나의 말에 수긍하고 가능한 한 도와주는 방향으로 일이 추진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인천대학교 김영삼 교수와 동행하여 박영식 장관도 두어 차례 만나 경주대학교의 사정을 있는 그대로 말씀 드리고 한 대학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영삼 교수는 박 장관이 가장 아끼는 제자라서 그런지 소문대로 두 사람의 사제 간 교분은 매우 두터운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박 장관에게 달려가는 학교, 걸어가는 학교, 걸음마를 하고 있는 학교를 동일한 시각으로 보시지 말고 걸음마를 하고 있는 학교는 우선 걸어가도록 한 후에 평가를 해달라는 말로 부탁을 드렸다.
교육부 대학교육 담당공무원들은 학생들의 의사가 어떤지를 알고 싶어 했다. 지난 해에 200여명의 경주대학교 학생들이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 와서 약 두 달동안 ‘관선이사를 파견해달라’고 과격하게 농성 데모한 사실이 있어서, 관선이사 파견의 요구에서 증원, 증과의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반전된 상황이 교육부 담당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것이다.
나는 경주에 돌아와서 총학생회장과 대의원 의장에게 앞으로 경주대학교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증원, 증과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에 가서 학생들의 뜻을 분명하게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학생들을 내 말을 잘 이해하고 따라주었다.
1995년 5월 하순경 총학생회 회장 박태형과 학생주임, 나 세 사람이 문교부를 방문하여 먼저 국장을 만나 학생들의 의견도 증원, 증과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대학행정 심의관 집무실에서 심의관과 대학행정과장이 재석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학생들의 의견도 총장의 의견과 같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그때 대학행정과장이,
“작년에는 적군이 되어서 관선이사를 파견해달라고 두 달 동안 소리소리 지르면서 우리 업무를 방해하더니 어찌해서 금년에는 우군이 되어 학교 의견에 동조하는지 자네들의 뜻을 모르겠으니 대답해 봐요.”
하고 학생회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박태형 학생회장이 대답했다.
“작년에는 그것이 경주대학교 발전의 최선의 생각했고, 금년에는 총장님이 새로 오셔서 학교 발전을 위해서 전심전력하고 계시니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함께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