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활동_2 (26회)
  제4장 대학의 낭만

그러나 이 글에서만이라도 연극반장 하태욱 학형과 합창단 총무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드리고 싶군요. 동분서주하여 만든 <청구문학>이 발행되었을 때, 그 책은 나의 귀여운 자식처럼 기쁘기만 하였지만, 시간의 촉박을 받은 관계로 교정의 오자가 있었음을 학생들에게 솔직한 사과와 유감을 표현하는 것이 상실의 해로 기록되어야 할까요.
 
그러나, J형!

의의의 해는 상실의 해라고 먼저 말씀 드렸지요. 직장과 간부직과 공부와 상이한 생활 속에서 허둥대며 살아온 나의 생활은 자신의 공허감으로 커갔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군요.

J형!
아직 잊은 것이 있군요. 이루지 못한 것을 후배들에게 부탁할 시간이 돌아왔군요. 문학심포지엄을 꼭 한번 개최해달라는 것과 청구대학의 미술전을 꼭 보고 싶다는 것이지요.

박휘락, 류창완 학형, 그리고 두 학형은 모두 쟁쟁한 재구화가(在邱畵家)들이라는 것은 대구 시내의 화가들은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들이 <청구문학>을 비롯한 청구대학의 예술에 기여한 역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군요.

‘밤의 전설과 학예부장’이라는 타이틀은 앞으로도 나의 생활과 더불어 살아가겠지요. 우리들의 예술을 위하여 오늘 저녁 우리 함께 축배를 들어볼까요.

-(‘밤의 전설과 학예부장’, <청구춘추>, 1964년)

 
제대 후에도 나는 여전히 <녹향>과 <하이마트> 음악실에 자주 들렀다. 주로 김원중을 비롯한 대학의 친구들과 만났고, 동생 말향과 그의 친구 정강자, 백정숙 등을 종종 만났다. 정강자는 그때 대구대학 여초대 미술과를 졸업한 화가여서 내가 <청구춘추>에 발표한 시 ‘얼굴에 새겨진 가을 풍경’의 컷을 그려주기도 했다. 그 그림은 지금 보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기가 넘쳐나는 훌륭한 작품이다. 

정강자는 그 후 홍대 미술대를 졸업하고 전위작가로 열정을 쏟은 후, 원색적인 화풍을 통해서 지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백정숙은 대구시 합창단으로 활동한 음악애호가였는데, 그녀로부터는 나운영의 곡 <가려나>를 배웠다. 
 
▲ 정강자 화백(오른쪽)과 김령 화백(왼쪽) [사진출처 ; 김령 화백 갤러리]

대학의 낭만은 푸른축제인 <문학의 밤>과 더불어 서서히 막이 내리기 시작했다. 촉제가 지난 얼마 후 졸업의 시기를 맞으면서 나는 시 ‘푸른 축제의 날에’를 발표했다. 시절의 슬픈 과일이 되기도 하고, 기쁜 과일을 딸 수도 있는 ‘푸른축제’가 된 역사의 졸업은 역사의 진행과 더불어 젊은이 들이 새로운 다짐을 하는 날이기도 했다.

푸른 축제의 날에

어느 날 다시 이런 모양의
시절의 슬픈 과일을 
딸 수 있을까

돌아가는 일력(日曆)과
연륜은 하나씩 떨어져 쌓여지고
 
무수한 
낙과(落科)의 목마른 행렬들 앞에
무슨 축하의 말을 더할 수 있을까

그러나
눈이 어두운 
매매(賣買)들의 찬란한 빛깔의 소리에
지성을 파는 굴욕의 문전에서

제가금의 열어놓은
넝마조각의 마음으로 자라온
이익의 길목으로
그대로 우리는 서성이고 있어야만 할까

성난 얼굴로
사월의 베고니아 꽃밭을

밤과 낮을 무수한 
고뇌의 언덕을 지나온

사각에 새겨진 푸른 얼굴들은 
저마다의 
진실한 약속이 나의 것

엘리어트와
구름에 흐르는 꽃무늬의 시와
기계공학의 
순수한 마음을 달아 온 
그것은

돌아오는 해를 두고
무수한 의미의 새 가슴으로 
이번만은 
푸른 축제의 날에

어느 날 다시 이런 모양의 
청구의 
시절의 기쁜 과일을 
딸 수 있을까

1965년 2월 12일 “어느 날 다시 이런 모양의 / 청구의 / 시절의 기쁜 과일을 / 딸 수 있을까”를 발표하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할 때 <학예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것이 다음 해 청구고등학교 교사로 취직하는 실마리가 되었다. 

청구고 교장선생이신 홍영의 교수에게 나의 이력이 소개된 것이 바로 대학의 졸업식장이라는 것을 나는 발령을 받은 후에 알았다. 초등학교와 학부의 이중생활은 졸업과 더불어 끝났으나 그것은 고등학교 교사의 대학원생이라는 생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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