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인연 (37)
  제13장 지인들이 본 장윤익4

꽃보다 아름다운 인연 

장영길 
<동국대학교 국문과 교수, 국제 언어문학회 총무이사>

우리는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물론 그 인연은 때에 따라 호연일수도 있고 악연일수도 있다.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좋은 인연은 내 탓이요, 사나운 인연은 네 탓이라고. 그런데 우리는 <국제언어문학회> 장윤익 회장님을 알고부터 사람들의 이 말에 절대 공감할 수 없음을 알았다. 좋은 인연도 사나운 인연도 모두 내 탓이다. 

<국제언어문학회>가 1999년 11월 11일에 창립되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일본 사회문학회와 공동으로 학회창립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때 장윤익 회장님은 평회원으로 참여하셨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장윤익 회장님이 경주대학교 문창과 교수님이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것도 창립총회 회의장에서 수인사를 나누고서야 가능했던 일이다. 그때서야 겨우 안 일이지만, 회장님께서는 인천대학교와 경주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신 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든 대학총장을 회장님께서는 2개 대학에서 역임하셨으니, 아마도 ‘대단히 권위적이고 대가연할 것이다.’라는 못된(?) 선입관이 그 당시 우리들 마음속에 은근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선입견(감히 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스럽지만)은 회장님과의 첫 대화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시내 모처에서 있은 학술대회 뒤풀이 때의 일로 기억된다. 몇몇 회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회장님께서는 이제 갓 대학원을 수료한 젊은 회원들과의 대화에서도 일일이 존댓말을 쓰시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 

그런 회장님의 모습은 주위사람들에게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잔잔한 목소리와 상대를 감싸 안는 듯한 자세는 자상한 형님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 대학 젊은 강사 한 분은 자신이 이처럼 대선배 되시는 분에게 깍듯이 예우를 받아 정말 감격스럽다며 감탄해마지 않았다. 

그후 회장님이 오영진 초대 회장의 뒤를 이어 우리 학회 2대 회장으로 추대되시고 지금까지 본학회를 이끌어 오시는 동안, 우리가 함께 일하면서 어깨 너머로 보고 듣고 배운 점은 참으로 많다. 

어려운 학회의 재정을 위해 일천만원의 기부금을 유치하신 일이라든지, 정말 당시 영남 지역에 치우쳐 있던 학회의 영향권을 수도권에까지 진출시민 일이라든지, 5~9차에 이르는 국제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신 일이라든지, 일일이 그 업적을 다 열거할 수 없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회장님의 가장 큰 업적은 3년간 학회를 끌어 오시는 동안 회원들의 상호 단합을 일구어냄으로써 이 모든 일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셨다는 것이다. 
 
▲ 2018년 국제언어문학회 국제학술대회 [사진출처 ; 국제언어문학회]

항상 회원들의 장점을 들추어내며 칭찬하기에 바빴고, 혹시 누가 다른 회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험담이라도 할라치면, 빙그레 웃으며 “그래도 그 사람에게 장점이 더 많습니다.” 하시면서 그 회원을 감싸느라 열을 내시기도 하였다. 

회장님께서는 정년을 남긴 연세에도 불구하고 일본학회와의 원만한 교류를 위해 새롭게 일어공부를 시작하시어 기어이 일본학자들과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신 억척이시기도 하다. 바쁨을 핑계로 또는 매너리즘에 빠져 태만하기 쉬운 새태에 비추어 볼 때, 회장님의 이런 모습은 후학들에게 끝없이 도전하는 용맹정진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회장님께서 <국제언어문학회> 2대 회장 임기를 마치고 3대 회장에 재추대되었을 때의 일이다. 회장님께서는 “오영진 초대 회장님의 빛나는 업적을 제대로 계승하지도 못했는데 초대 회장님이 세워놓은 2년 단임의 전통을 내가 연임하며 어찌 깰 수 있느냐”라는 듣기 민망한 말씀까지 하시면서 한사코 고사하셨다. 

이에 회원들 역시 “능력 있는 분이 연임하시는데 어느 누가 시비를 걸겠나.”라며 강력히 맞섰다. 오랜 시비 끝에 회장님께서는 ‘지금처럼 전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도와주신다면“ 하는 조건으로 그것도 정년퇴임까지 딱 1년만 더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제 그 소임을 다 하시고 영광스럽게 퇴임하게 되신 것이다. 

물욕과 명예욕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인연 따라 살다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짚고 돌아서시는 회장님의 모습은 참으로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경주지역은 주지하다시피 역사와 문화의 교장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향토사학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향토예술인이 나름대로의 긍지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이 분들의 모임에도 회장님께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어, 최근에는 이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마침내 <동리, 목월 기념관>을 착공하게끔 하셨다. 

회장님의 학문세계와 대중을 이끌어가는 지도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거니와 이런 회장님의 역량이 앞으로는 더욱 발휘되어 학계와 이 사회에 넉넉히 이바지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장윤익 회장님께서는 정년이라는 용어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말씀은 지면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공치사도 아니요, 회장님의 귀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아부도 아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어쩌면 제법 겸손까지 떨면서 드리는 말씀이다. 

인생은 그것을 향유하는 자의 여유로움에 따라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 회장님께서는 인연으로 맺은 수많은 끈을 아름답게 마저 다 푸시고 풍요로운 가을 들녘을 보람차게 걸어가실 그날까지 더욱 노익장을 과시하시어 오래오래 저의 후학들에게 장명등이 되어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구러 다시 생각해보니, 이 세상 모든 인연은 그것이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다 내 탓이라고 했는데, 오늘따라 말재주 없는 후학 하나가 그토록 되지도 않는 흰소리로 횡설수설 독자들의 심기를 불편케 한 것만은 다 내 탓이 아니라 모두가 회장님 당신 탓이다. 

그리고 이 글 속에 혹시라도 일언반구의 그럴싸한 내용이 있다면 이것 역시 모두가 다 내 탓이 아니라 회장님 당신 탓이다. 그러므로 독자 여러분들의 깊은 헤아림이 있으시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이론의 당간지주 펄럭이는 평가의 깃발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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