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중앙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주식회사 <전방(全紡)> 홍보실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정지훈을 편집간사로 초빙하고, 신문발간을 월간에서 순간으로 단축하면서, 유능한 학생기자 확보에 주력했다.
이때 학보사 편집장을 역임한 박희수, 이순영, 이규원, 박병호 등은 지금 방송국과 신문사의 국장이나 부장 지위에 있으면서 우리나라 언론계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학사업무 전반에 대해서 김민하 학장과 나는 자주 상의를 했고, 2학기에 발령될 선임교수 인사에서 내가 추천한 서울대 출신 C교수와 연세대 출신 C교수, K교수를 받아들여 준 것도 교수 본인들의 능력과 김 학장과 나의 인간적 교류의 결실로 여겨졌다.
구속되어 있는 백 장군과 김민하 학장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신군부의 감시가 심하게 느껴지는 얼어붙은 시기라 백 장군 집 근처에는 기관원들이 잠복해서 출입하는 교직원을 체크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 장군 댁을 출입하는 교직원은 해임의 수순을 밟는다는 설이 파다해서 측근 인사들도 발길을 끓고 있는 상태였다.
입장이 어렵다고 한 번도 위로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는 5월말 백 장군 댁을 방문하여 사모님께 “면회를 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사모님은 3일 후에 “장군님이 뜻을 고마우나 신상에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면회 온 것으로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은 늘 간직하겠다.”는 말씀을 전해왔다. 그 일이 백 장군과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된 것도 같다.
그 당시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찾기 힘든 시기라서 인천대학교에는 박사학위 소지 교수는 5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김민하 학장이 “박사학위가 있는 분들을 교수로 초빙하는데 신경을 써달라”고 임무를 추가해, 나는 1981년 가을, 우연한 기회로 만난 대구 효성여자대학교에 현직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오양호 교수로 추천하여 학장의 승인을 받았다.
학과장인 나, 유윤식, 최동국, 김병욱, 오양호, 우쾌재 교수 등으로 짜인 국문학과 교수들은 대전, 유성, 극장식 월드컵, 등 여러 곳을 동부인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모여 교환교수로 오신 중앙대학교 함동선 교수로부터 한국에서 제일 좋은 학과 분위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민하 학장은 12월말 축구부를 창설하여 4개월 만에 이 축구부가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는 축구신화를 창조했다.
축구에 대한 그의 정열은 인도의 DCM축구대회에서는 우승하는 축구 명문 인천대학으로 우뚝 서게 한 것이다. 그때에 활약한 구상범, 이영진, 김주호, 최윤겸 등은 나중 월드컵대회에 한국 대표 선수로 나갈 만큼 실력이 있는 우수한 선수들이었다.
무슨 일이든 미칠 정도로 몰두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백인엽 장군과 김민하 학장을 통해서 체득한 것이다.
국문학과 1기에는 문수경, 이금희, 김대복, 최진 등 우수한 학생들이 있었고, 문수경은 신문사 기자, 연극, 시, 소설 등 다양한 역량을 지닌 재원이었다. 2기에는 이태희, 3기에는 김원배 등이 시인으로 등단하여 문단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태희는 지금 인천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면서 학문연구에 몰두하고 있고, 김준기, 남동걸, 전미경 교수들도 연구업적을 쌓기에 여념이 없다.
1982년 신학기가 되면서 보직개편이 되었다, 대학의 교무처장이 전문대학장으로 가고, 교무처장에 장학식, 학생처장에 최국광 등 일부 보직만이 바뀌었을 뿐 학사행정에 큰 변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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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대 인천대학의 학내 분규 [출처 ; 미추홀구 문화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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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민하 학장의 모교인 중앙대학교 출신들이 대거 신임교수로 발령되어 이것이 백 장군과 김민하 학장 사이에 갈등이 씨앗이 되었다. 백 장군은 학장이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2학기의 교수 초빙도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장과 설립자 사이에는 틈이 벌어져 영화의 첩보전과 같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싸움이 일어났다.
그러한 와중에 교무처장에 장석우 교수, 학생처장에 정진환 교수가 발령되었다. 현 보직자들은 대체로 학장을 따랐지만 전문대학 학장과 전 보직교수, P학군단장 등이 백 장군 편에 서서 치열한 쟁투가 벌어진 것이다. 그들은 학장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붙여 나를 김민하 학장의 최측근이라고 보고하고, 나의 자형 안재구 교수가 운동권 대부(代父)이므로 내 사상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백 장군께 음해하기도 했다.
1983년 2월 하순 어느 날 백 장군이 나를 불렀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사람을 몰아붙이고 나서는 소리를 낮추어서 지금 위층에 장 교수를 해치려고 하는 교수들이 듣고 있으니 앞으로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백 장군 댁을 나와서 서점에 잠시 들렀다가 오후 5시경 국민대학교 이상보 교무처장을 잠시 방문했다. 이상보 교수는 나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다. 이틀 전 이 교수로부터 꼭 할 말이 있으니 국민대학까지 와달라는 전갈에 따른 방문이었다.
이 교수님은 “실은 인천대학에 입학한 국민대학교 재단 상무 아들의 입학취소를 부탁하기 위해서 불렀다.”고 말씀하셨다.
인천대학 교무처장에게 전화로 통화해서 간단히 해결한 후 집에 돌아가니 아내가 백 장군으로부터 여러차 례 전화가 와서 어디 갔느냐고 묻기에 “국민대학교 교무처장을 만나러 갔다.”고 하니, “내일 자기 집으로 꼭 오도록 해달라.”는 말을 전달했다.
이튿날 백 장군 댁으로 가니, 백 장군은 “어제 내가 좀 질책했다고 해서 국민대학교로 옯기려고 교무처장을 만나러 갔느냐.”고 가볍게 나무라는 투로 말하면서 “장 교수를 아끼기 때문에 꾸지람도 하지, 이미 손 쳐 내놓은 사람에게는 질책할 필요가 없지요.”라는 말로 나를 달래려고 했다. 그리고 두 가지 임무를 나에게 주었다.
김민하 학장을 만나서 관선재단이 압류하고 있는 자기 자동차를 재단이사로 들어와 있는 자기 형 백선엽 장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1980년에 조교로 발령이 나서 2년 전 인사위원회에서 통과되었으나 아직도 발령을 받지 못한 J교수와 L교수를 전임으로 발령 내도록 해결하면 김민하 학장과 화해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2월말이 되는 이튿날 아침 7시경 나는 김민하 학장 댁으로 갔다. 김 학장을 만나 백 장군 뜻을 전달하고 서로 다투면 양쪽 다 손해를 볼텐데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맞설 필요가 있느냐는 말로 집요하게 설득했다.
10시경이 되어서 김 학장은 교무처장에게 두 사람의 발령을 지시하고 자동차 문제는 재단과 협의하여 해결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백 장군에게 전달하고 집에 와서 휴식하고 있는데, 모든 일이 잘되었다는 전달이 왔다.
그러나 아직도 모든 일이 잘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두 그룹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냉정이 계속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