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면 모양성을 자주 가고 선운산은 즐겨 찾았다. 선운사 근처에는 풍천장어가 유명했는데, 젋었을 때 어지간이나 들락거리며 술도 많이 마셨다.
성당에서 선운사까지는 사십리 정도로 가깝지 않은 곳이다. 교통도 편리했던 때는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 전 함열에 있을 때 운전면허를 취득했기에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포니2 중고차를 구입했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가 흔한 때는 아니었다. 자동차를 가지고 보니 갈 곳이 많아져 심하게 돌아다녔다.
이렇게 살고 보니 1년이 지나고 고창에 정도 붙이고 신도들이나 사회인사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나는 여기서 처음으로 모양성터에서 국궁을 배웠다. 이곳에는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이 계셨지만 잘 어울려 지냈다. 시간이 나면 자주 들르곤 했는데, 여기서 알게 된 친구들이 영세를 받아 본당에서 중책을 맡아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았다. 이곳에 있을 때 건강을 챙기기 위해 국궁과 테니스는 계속 했다.
신용협동조합과의 인연
부임한 후 일년이 지난 뒤 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선출문제로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현 이사장과 새로 출마할 분과의 지나친 경쟁으로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잘못하면 신협에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분위기였다. 이때 이사들과 뜻있는 분들이 중재안을 내놓았다. 신부님을 추대하고 둘 다 출마를 포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출마자들은 이 중재안을 받아들여 나를 추대했다. 나는 그들이 더 이상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회원들의 갈림을 막기 위해서 추대에 의한 이사장직을 승낙했다. 이렇게 해서 신용협동조합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당시 한국의 경제분위기는 상당히 어려운 때였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협조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나는 조합원 교육을 통해서 신협을 지역사회에 적극 홍보했고, 직원들에겐 매주 조회 때마다 격려와 용기를 주었다. 고창신협은 전북에서 10위 안에 드는 대형조합이 되었다. 임기를 마치고 차기 이사장이 정식 선출되어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생각해보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함열에서 이사장을 했다는 이유로 이곳에서 중책을 맡다보니 이제는 신협맨이 되어버렸다.
대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라 뿐이다. 본당 회장님이신 오성탁(토마스) 고창여교 교장선생님은 연로하셨지만 본 당일을 많이 도와주셨다. 그리고 신협 초창기부터 고창신협에 공로가 크신 이면우(안드레이) 이사장님도 잊을 수 없다.
교황대사(프란치스코 몬테리시 대주교) 고창성당 방문
- 고창 동혜원 나환자 정착촌 방문차 (1983년 9월 27일)
존경하옵는 주한 교황 대사님, 그리고 박정일 주교님,
바쁘신 중에도 전주교구를 방문해주시고 이곳 성당까지 들러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본 사제는 이곳 신자와 주민들을 대표해서 환영합니다.
본 고창성당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건립되어 현재 신자 수는 본당 관할 내에 250여명, 공소가 150여명, 총신자수가 400명 정도입니다. 신부 1명, 전교수녀 1명, 유치원수녀 1명으로 작은 성당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여 은혜로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본 사제도 신자들과 함께 주님 보시기에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이하여 교황성하께서 내년에 한국을 방문해주시겠다는 소식에 천주교 신자는 물론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기뻐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오시게 되면 냉담자들은 다시 신앙을 찾을 것이며, 믿지 않는 사람들도 교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님의 한국 방문은 이 땅에 빛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교황님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교황 대사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게 되니 더욱 영광입니다. 왜냐하면 교황대사님은 교황님의 파견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곳 산골까지 찾아주신 대사님을 영접하기 위해 평신도 대표와 이곳 기관장님께서도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교황 대사님의 오늘 하루의 일정이 시작에서 마치는 순간까지 주님의 도우심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갈음하겠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 한국방문
1984년 5월 3일 교황 바오로2세께서 한국을 방문하셨다. 천주교회가 한국에 들어 온지 200년이 되는 해였다. 이 날을 기념해서 4대 박해 때 치명순교하신 복자들과 한국 첫 사제이신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한 103분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천주교 신자 백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성인품에 오르는 영광이 있었다.
이때 전국에 있는 성당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상경했고, 행사는 질서정연하게 마무리 되었다. 우리 고창성당에서도 버스 3대로 상경하여 영광의 순간을 맛보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교황으로서 첫 번째 방문이셨다. 많은 인상 깊은 순간들이 생각난다.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한국 땅에 입을 맞추는 사랑과 겸손을 보여주셨다. 바쁜 일정에도 광주를 직접 방문하시어 민주화운동 희생자에게도 안식을 빌고, 상처받은 시민에게 치유와 희망을 주셨다.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아픔을 직접 어루만져 주셨다,.
특별히 분단의 상처와 민주화를 향한 진통으로 신음하던 이 땅위에 메시지를 주셨다. 평화의 사도 교황 바오로께서는 금년(2014년) 4월 27일 성인품에 오르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