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한국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일어나 비추어라’(이사야 60.1)라는 주제로 한국을 방문해주셨습니다.
한국교회는 1984년 103위의 시성식이 있은 지 30년이 지난 2014년 8월 124위의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거행하는 축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만남과 폐회미사와 장애우들을 위한 꽃동네를 방문해주시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특별한 위로의 기도가 있었습니다. 또한 타종교인들과의 만남과 수도자 평신도들까지 빠짐없이 챙겨주시며 노구에도 꽉 짜인 일정을 잘 마치셨습니다.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카퍼레이드 중에 어린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축복의 입맞춤을 해주시는 인자하신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천사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분의 천성적인 미소는 자체가 자비와 사랑을 보여주고도 남았습니다. 또한 분단된 우리 조국의 평화에도 기도해주시며, 각별히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에게 자비와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셨습니다. 물질은 축복이지만 나눔이 없는 물질은 축복이 아니라고도 하셨습니다.
순교자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서 영광을 누리시는 분들입니다. 우리도 선조들의 선교정신을 본받아 오늘의 어려운 신앙을 잘 지키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 선포에 매진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나는 건강이 허락지 않아 교황님은 직접 뵙지 못하고 4일 동안 텔레비전 앞에서 감동의 순간들을 빠짐없이 보았습니다. 신부로서 교황님의 낮은 자의 자세로 봉사하라는 말씀에 많은 반성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30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까지 여의도광장에서의 시성식의 추억을 떠올리며 하느님 백성으로서 또한 사제로 불리움 받은 것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교황님의 방문은 종교를 초월해서 국민 보두가 열렬히 환영해주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갈라진 교회가 일치하고 교회를 떠났던 자들이 다시 돌아와 일어나 세상을 비추는 축복의 기회가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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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여,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출처 ; 법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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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마침
신부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신비스런 체험을 하게 된다. 고창성당에서 약 16km떨어진 곳에 심원공소가 있다. 이곳에 70세 가량이 할머니가 계셨는데 손녀딸이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자 전주에 전세방을 얻어 손녀에게 밥을 해주게 되었다. 마침 주인집 아주머니가 성당에 다니는 분이라서 그 분의 안내로 성당에 다니다가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 후 손녀딸이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자 할머니는 다시 고향집에 돌아와 사시게 되었다. 할머니는 주일이면 빠지지 않고 고창성당에 나오셨다. 하루는 할머니께서 내 방에 찾아와서 고백성사를 받고 봉투 4개를 내놓으셨다.
사연인즉 하나는 조상님들을 위한 연령미사, 두 번째는 살아있는 가족들을 위한 생미사, 세 번째는 당신을 아버지의 딸로 선택해주신 감사미사, 마지막 네 번째로는 당신이 죽으면 장례미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신부 생활을 하는 중에 죽기 전에 장례미사 예물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왜냐하면 가족 중에 천주교 신자가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것이라 했다.
나는 당신의 뜻대로 네 대의 미사예물을 받았다. 그 뒤 몇 주일 동안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알아보니 병환으로 누워 계시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방문하지도 못했다.
그 후 수주일 지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위로의 말씀 한마디도 못하고 할머니를 보내게 되어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는 바로 가정을 방문하여 상주에게 자상한 말씀을 드리고 장례미사를 봉헌해드렸다. 마지막으로나마 약속을 지킨 셈이라 위안이 된다.
사람의 죽음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고 하였다. (마르코 복음 13장 32~33) “그 날과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에 있는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신다. 그때가 언제 올지 모르니 조심해서 항상 깨어 있어라.”
사람이 세상을 다 얻었다하더라도 제 목숨 하나 얻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는데, 마리아 할머니의 죽음은 성서 말씀대로 잘 준비된 선종이라고 생각된다. 주여! 망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사제로서 솔직한 고백 한 가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신부 생활 10년이 넘어서자 나에게도 심정의 변화가 왔다. 적절한 표현이 될지 모르겠으나 사제생활의 갱년기라고 할까? 무언가 새로운 삶의 변화가 필요했다.
당시 외국 나들이가 어려웠지만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콧구멍에 바람을 쏘이고 보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주교님을 찾아 교포사목을 가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뜻이 이루어져 그 이듬해 1986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다 교포사목을 가게 되었다.
고창성당은 나에게 사십대 후반의 젊음을 불태웠던 촛불과 같은 시간들이었다. 시간날 때마다 선운사에 자주 들러 추억도 많은 곳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며 텃밭을 자주 들락거리며 어머니의 쫑그랭이 노릇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텃밭에서 거둔 채소들이 건강식품이었다. 어머니에게 감사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