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十匙一飯)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밥 한술을 보태면 한 사람의 밥이 된다는 말이다. 다시 풀어보면, 작은 도움도 여럿이 합하면 제법 큰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내가 체험으로 경험한 예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가정은 한때 농촌에서 대농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 집에 3대가 모여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 삼대가 모여 살았다. 우리 형제 5남매를 합쳐 모두 15명에 머슴 하나가 있었고, 부엌에서 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까지 합하면 17명이나 되었다.
농촌에서는 일철이 되면 일꾼을 부린다. 이런 때는 식솔이 20명이 넘을 때도 허다했다.
이러한 종가집 맏며느리인 우리 어머니에게는 부엌일만도 힘에 벅찬 시절이었다. 농사철에 하루, 다섯 끼를 해내려면 하루 내내 부엌에서 살아야 했고, 몸이 뚱뚱하신 우리 어머니의 삼베 적삼은 등이 늘 땀에 젖어 있었다.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때의 어머니들은 다 그렇게 살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머니에게 큰 사발 하나를 가져오라고 하시고는
당신께서 밥 한술을 덜어 놓으시고, 다른 식구들에게도 모두 보태라
신자들에게 마음을 합해 조금씩 보태자는 취지로 ‘십시일반’을 강조
어머니는 식사 때가 되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밥상 네 개에 밥그릇 17개, 국그릇 17개를 챙기기 위해서 항상 긴장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가끔씩은 차질이 생겨 식사시간 에 곤욕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할머니가 쌀뒤주 열쇠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식구 수에 맞게 끼니때마다 쌀을 내주시곤 하셨다. 그런데 만약 밥을 잘못하여 태웠다거나, 밥을 뜰 때 양을 조절하지 못하여 차질이 생기거나, 밥그릇 숫자를 잘못 계산해서 모자라게 될 때에는 어머니의 밥이 없는 날이었단다. 하루 종일 일만 하고 당신 밥 한 그릇은 없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이런 사정을 알아차린 시아버지께서 며느리를 챙겨주시는 배려가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머니에게 큰 사발 하나를 가져오라고 하시고는 당신께서 밥 한술을 덜어 놓으시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모두 보태라고 하셨단다. 이렇게 하여 밥 한 그릇이 생기게 되었고, 우리 어머니는 시아버지의 배려로 밥 굷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십시일반’이란 말이 여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되어 소개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지금 젊은이들에게 하면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일로 생각한다, 그 뒤 시간이 지나 시어머니는 맏며느리에게 열쇠를 넘겨주고 살림을 전적으로 맡겼다고 한다.
내가 철이 들어 어머니께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셨을 때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는 비록 정규교육을 받아본 일이 없는 여인이었지만, 종가집 맏며느리로서 손색이 없는, 마음이 큰 여인이었다.
내가 신부가 된 이후,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시아버지 연령 미사를 빠뜨리지 않고 봉헌해주셨다. 내가 생각할 때에는 어렸을 때 배려해주신 그 마음을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고마움으로 기억하고 계셨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형제가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투거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무관심하게 언제나 ‘십시일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형제가 많지만 한 번도 많다고 생각해본 일이 없다고 하시면서 서로 우애있게 살라고 가르쳐주셨다.
1998년 2월 내가 우전성당에 부임해서 성전 신축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신자들에게 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을 합해 조금씩 보태자는 취지로 ‘십시일반’을 강조하면서 우리집 어머니 이야기를 하였다.
반응은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그 당시 한주일 봉헌금이 180만원 정도였는데, 당장에 300만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신자들에게 본당 제반 운영상황을 3일에 한 번씩 보고하는 자리에서 감사와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신자들은 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여 주었고, 그 결과로 2년 만에 9억 정도의 성전신축 부채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본당은 기본 살림살이 이외에는 긴축생활을 했고, 신자들을 어려움을 참고 잘 견디어주었다. ‘십시일반’의 정신이 그대로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모자람이 있는 곳을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채웠고, 그리고 넘치는 기쁨이 있었다.
이 자리를 통해 우리 신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앞으로 더 큰 기쁨이 있도록 계속 협조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우전성당 신자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우전성당 만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