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한 조각 삼형제 나누어 먹는다
우리나라에게도 한때 너무나 어려워 남의 나라 원조를 받으면서 살아왔던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 과거 이야기를 하면 젊은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모양이다. 가난은 자랑도 아니요, 부끄러움도 아니다.
그때의 상황은 전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시대를 거쳐 살아온 지금의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 숙연해지고, 잠깐 허영에 들었다가도 제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그때는 농경사회였으므로 먹고사는 것 이외의 다른 문화생활은 거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절약해야 하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하지 않는 나눔의 정신은 살아있다.
우리 어머니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분이었다. 그러나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마음 하나는 너그러웠다. 우리 5남매가 먹을 것을 가지고 다툴 때에는 엄한 가르침이 있었다. 콩 한조각도 삼형제가 나누어먹는다는 말씀은 우리집 단골메뉴로 등장했고, 형제 간에 나누면 싸움이 없어지고 욕심을 부리면 불화가 있다고 타이르셨다. 나눔이라는 것을 통해 형제간에 우애를 쌓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신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풍요로워졌고, 가진 것도 많아졌다. 그리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 절대 빈곤이 많이 없어졌지만, 상대적 빈곤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리가 궁핍했을 때 물질적인 가난은 있었지만 마음은 정직했었다.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정신이 있었다. 그런데 요새는 부를 누리면서도 인간들의 마음이 왜 이렇게 삭막해졌는가? 끝이 보이지 않는 욕심으로 인해 세상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어느 사회에나 있는 일이지만 형제간의 재산 다툼으로 얼마나 세상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놈의 욕심은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
하느님께서는 우주를 창조하실 때 부족함이 없도록 만드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에게 잘 관리하도록 하시면서 선물로 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잘 관리하고 서로 나누기만 하면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넘치게 되었다.
나누면 기적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 기적을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기적이 없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나 남았지 않았는가? 이것은 분명히 기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은 예수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는 기적이다. 그런데 인간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포기했기 때문에 기적이 없는 것이다.
세상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다. 하지만 인간들은 땅을 갈라놓고 이것은 내 땅, 저것은 네 땅 하면서 자기 몫을 챙기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버렸다. 여기서부터 나눔은 없어졌다. 욕심이 눈을 가려 나눔이 멀어져간 것이다. 하느님 입장에서 볼 때는 모든 것이 당신 것이기에 누구나 평등하게 나누어가지기를 바라신다. 그런데 인간들이 하느님의 선물도 자기 욕심만을 챙기느라 나눔을 잃어버린 것이다.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겠는가?
선진국과 후진국, 산유국과 비산유국, 아프리카와 북미대륙의 농산물, 가진 자와 없는 자가 골고루 나눈다면 쓰고도 남을텐데 말이다. 콩 한 조각 삼형제 나눈다는 말씀을 귀가 아프게 듣고 살았건만, 나눔이란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형제는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궁핍하지도 않다. 서로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콩 한 조각 삼형제의 정신으로 살고 있다. 주님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고도 남지 않았는가? 나누면 기적이 일어난다. 그런데 인간의 그 기적을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기적이 없는 것이다.
콩 한 조각 삼형제 나누는 따듯한 정이 우리 이웃에 있기를 바라면서 나눔의 진리를 새롭게 생각해 보자.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어줄 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밀알 하나가 수많은 기적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추수 때 얼마나 큰 수확으로 나타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콩 한 조각 삼형제 나눈다는 말은 우리네 조상들의 나눔의 정신이었다. 이러한 정신이 이웃에게 실천 될 때 이 땅에도 기적은 얼마든지 있게 될 것이다.
아버지 밥상의 계란
지금 50년 정도의 세월을 산 사람들은 거의가 농경사회의 현장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때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던 시기였고, 특히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가 그랬다. 농사를 지어 식량을 마련했고, 길쌈을 해서 옷감을 마련했다.
땔감은 삼에서 얻었으며, 채소는 텃밭에서 가꾸었고 육류로는 집에서 돼지를 쳤고, 집집마다 개를 길러 여름에는 보신용으로 영양을 보충하였다. 소는 식용이라기보다는 농사일을 거드는 일꾼으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제일 만만한 것으로 닭 몇 마리씩을 키웠다. 지금도 해질 녘에 어머니들이 닭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밖으로 나갔던 닭들이 주인 목소리를 알아듣고 하나 둘 모여들면 주인은 아침저녁 모이를 주는 것으로 자신이 주인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이렇게 동물과 사람이 한 식구처럼 챙겨주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상설시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5일마다 시장이 열렸는데, 거의가 다 물건을 내다팔아 그 돈으로 다른 물건을 사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물물교환에서 조금 발전한 시장경제였던 것이다.
이런 때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가장 손쉽게 대접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닭을 잡는 것이었다. 이것이 최고의 대접이었다. 우리말에 “사위가 오면 씨암탉 잡는다”라는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장날이 되면 계란 10개씩을 묶은 꾸러미를 사고파는 것이었다. 우리 집은 생활이 궁핍한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계란을 팔지는 않았다. 닭이란 놈이 오후 쯤 되면 둥지에서 울러댄다. 알을 낳았다는 소리다. 방금 낳은 계란을 만져보면 그렇게 따뜻하고 정감이 갈수 없었다.
이때는 계란이 귀한 때라 아무나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집에서는 아버지의 아침밥상에 계란이 올랐다 나는 그 찐계란이 그렇게 먹고 싶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 나도 아버지가 되어 계란을 실컷 먹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지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젊은 엄마들은 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어른들이 먼저 대접받는 시대였기 때문에 그러했었다. 나는 그 당시 순진하게도 계란은 어른들만 먹고 아이들은 먹으면 안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타향으로 공부를 하러 떠났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 밥상은 잊고 살았다 .
하지만 하숙집 밥상에서도 계란찜은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내가 계란을 실컷 먹어본 것은 신학교에서 부활 방학 때, 계란을 잘못 써서 터져버린 것들을 모아 먹기 싫도록 먹어본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중에 내가 신부가 되어 어머니에게 아버지 밥상 이야기를 했더니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다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 후 어머니와 15년간을 같이 살면서 하루도 계란을 거르는 일 없이 아침에는 꼭 먹었다. 어머니가 떠나신 뒤 지금도 아침에 계란을 먹는다. 앞으로도 계속 먹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먹어왔지만 그렇게 물리지도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 밥상에 눈길이 가던 어린시절, 소풍 갈 때와 계란말이 도시락, 시골시장의 계란꾸러미 모두가 아름다운 풍경으로 떠오른다. 방금 닭장에서 내온 따뜻한 체온을 느끼던 그 시절의 계란 한 알은 정말 부러운, 어른들만 먹는 부러운 식품이었다.
특히 생각나는 것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해주신 어린 에디슨이 계란을 품고 알을 까보겠다고 모험을 한 발명왕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계란에 대한 추억이 많다.
언젠가 내가 전원생활을 하면 봄에 어미닭이 병아리를 부화시켜 그놈들이 돌아다니며 모이을 쪼는 모습을 보고, 가을에는 그놈들이 알을 낳은 따뜻한 그대로를 밥에 비벼먹으면서 아버지의 밥상을 그리워 할 것이다.
그리고 손님이 오시면 씨암닭을 잡아 함께 몸보신도 하고 싶다 그 날이 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