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뒷모습이 보고 싶다
사람은 가고 오는 길이 확실해야 한다. 자연의 순리를 보아도 그렇다.
봄은 미련을 남기지 않고 여름으로 흘러가고, 여름은 자신의 왕성한 삶을 가을이란 열매로 넘겨준다. 아무런 이유나 조건 없이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겨울에는 모든 것을 멈추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휴식도 있다. 이것을 순리가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모습에 인간은 감탄할 뿐이다.
나는 인간에게서도 이러한 모습을 보고 싶다. 먼 곳에서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보고 싶다. 특히 정치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물러갈 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준 일이 전혀 없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최고 통치자들의 모습을 여기 나열해보고자 한다.
높은 분들, 가지신 분들 그만큼 채웠으면 되었으니
자기 고향에 내려가 수양 좀 하시고 이장, 반장 하시면서
한 사람은 독립운동을 한 애국자였고, 한때 국부라고까지 추앙받아 생전에 동상까지 세워놓았던 사람이었으나, 독재 장기집권으로 국민의 저항을 받아 추방당하는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또 한 사람은 군인신분을 망각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유신독재로 이 나라를 장기집권 하려다가 측근인 부하에게 살해당했다.
그 뒤를 무력으로 이어받은 대머리 장군은 광주 양민학살을 하고도 태연히 임기를 마쳤으니, 죄가 너무 많아 백담사로 귀양하고, 다음은 패거리정치 장군이 정권을 이어받아 “나를 믿어주세요.”, “나는 보통사람입니다.”라고 능청을 떨었으나 알고 보니 정치자금 수천억을 꿀꺽하고도 오리발을 내밀다가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되지 않았겠는가. 정말 창피한 일이다.
그 다음에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다고 기뻐했으나, 집안 썩는 줄 모르고 세계화다, 개방화다 하며 돌아다니다가 집안 살림을 거덜 내 ‘국제구제금융(IMF)’ 신세로 나라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요사이 허튼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나는 훌륭한 대통령도 바라지 않는다. 최선을 다 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대통령다운 뒷모습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나는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는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 정도의 모습만이라도 보고 싶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은 두 분만 작고하시고 모두 살아계신다. 나는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그 자존심, 그 비겁한 체면 따위는 털어버리고 절실한 말 한마디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백성이 하늘이라고, 국민 앞에 사과드린다고,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일전에 신문에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후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 단체를 만들어 손수 목수 일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현직 때도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존경받는 목수 할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필요하면 국제분쟁이 있는 곳에서 평화의 사신으로 봉사하고 있는 모습이 존경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얼마 전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가 정계은퇴 선언을 하면서 “떠나야 할 때를 넘겨 머물기보다는 남들이 머물러 달라고 할때 떠나겠다.”라고 한 말은 감명을 주고도 남았다. 당년 57세로 그는 얼마든지 정계에서 일할 나이였다. 우리나라와 일본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역시 서구사회의 과욕을 부리지 않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어떤 정치인은 30년 동안 대통령만 빼놓고는 모든 고위직을 두루 해먹었다. 그것도 당적을 네 번씩이나 옮겨 다니면서 말이다. 그는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렸다. 그러고도 성이 안 풀려 내각제다, 무엇이다 하며 어려울 때마다 심통을 부리는 모습이 꼴불견이다.
한마디 충고하고 싶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쪽저쪽 피곤하게 하지 말고 제 갈 길이나 가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나라 헌정사를 지켜본 사람이다. 어느 누구도 아름다운 퇴장은 없다. 높은 분들, 가지신 분들 그만큼 채웠으면 되었으니 자기 고향에 내려가 수양 좀 되거들랑 마을에서 이장, 반장 하시면 존경하겠나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문의 영광이라 하겠나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정치인을 보고 싶다. 지금 현직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면 고향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청와대는 집터가 명당이 아닌가보다. 이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가 국민을 실망시켰다.
낮은 자리, 백성의 마음 속에 집터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푸른 기와집은 왜 이렇게 바람 잘 날이 없단 말인가?
